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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충북 내륙은 지금 ‘민물가마우지와 전쟁 중’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6-05-26 06:16

4대강 사업 후 급증…남한강 수계 점령 ‘생태계 초토화’ 우려


어민들, 물고기·그물 피해 심각…구제책 마련 호소
25일 아시아뉴스통신 취재팀이 충북 괴산군 칠성면 둔율리 달천 수계에서 촬영한 민물가마우지 떼. 이들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한적한 곳에서 무리를 지어 휴식을 취하는 습성이 있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뜬금없이 나타난 새’ 민물가마우지가 충북 내수면어업계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잠수의 귀재이자 대식가로 알려진 이 새가 졸지에 남한강 수계의 충주호와 달천 수계를 점령해 이곳에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어민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이 새들을 보다 못한 어민들이 나서 구제방안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지역에선 이 새를 쫓느라 때 아닌 숨바꼭질을 벌이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 새의 급증 원인이 4대강 사업 이후 늘어난 보와 댐 등 ‘수환경 변화’인 것으로 알려진 데다 이로 인해 앞으로도 개체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전문적인 모니터링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5일 충북 괴산군 관내 달천에서 집단으로 물고기를 잡아먹은 후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깃털을 고르고 있는 민물가마우지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서식 실태
지난 21일과 22일, 25일 두 차례에 걸쳐 아시아뉴스통신 취재팀이 임용묵 생태사진가와 함께 남한강 수계인 달천 및 충주호 일대를 취재한 결과 한 지점에 보통 20~30마리, 많게는 150마리씩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며 민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달천 수계의 경우 주로?괴산군 칠성면 둔율리 둔율보를 중심으로 100~150마리의 큰 무리를 이뤘다 소집단으로 나뉘길 반복하면서 상하류를 오르내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들은 거의 매일 아침 동이 트기 시작하는 오전 5시쯤부터 무리를 이뤄 먹이를 잡아먹은 다음 소집단으로 흩어져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달천 수계에서 이 새의 소집단이 확인된 곳은 괴산호 상류쪽으로는 괴산군 청천면 운교·후평·후영(노루목)·귀만리 일대, 괴산호 하류쪽으로는 괴산군 칠성면 외사·둔율리, 괴산읍 능촌리(충민사 앞), 감물면 오창리, 불정면 목도리 일대 등이다. 달천지류인 음성군 소이면 대장·석인리 일대와 인근 저수지인 괴산군 감물면 이담저수지에서도 발견됐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괴산댐 하류의 바위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는 민물가마우지들. 바위 위의 흰 부분은 이들의 배설물이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이들은 주로 낮에는 이들 지역을 오가며 먹이활동과 휴식을 취하다 늦은 오후나 이른 새벽에 큰 무리를 이루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주호에서는 충주시 살미면과 동량면, 제천시 한수면과 청풍면, 단양군 수산면 지역을 중심으로 20~50마리씩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충주호에서 어업을 하는 어민들에 의하면 충주호 내에는 현재 줄잡아 1000마리 가량의 민물가마우지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충주호 내에 살고 있는 민물가마우지의 가장 큰 특징은 먹이활동을 할 때 큰 무리를 이루지 않고 10~20마리 안팎의 소그룹을 이뤄 자주 이동하면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는 점이다.

충주호 어민 김상미씨(제천시 한수면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총무)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민물가마우지들. 모터보트의 엔진소리에 놀라 황급히 날아가고 있다.(사진제공=김상미씨)

◆피해 갈수록 심각…그물까지 훼손 어민들 ‘죽을 맛’
민물가마우지는 몸길이가 80~94cm에 양쪽 날개를 편 길이가 130cm에 이를 만큼 몸집이 큰 새로 식성까지 게걸스러워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 의한 자연생태계의 악영향은 물론 어민들의 어획량 감소 등 피해가 심각히 우려된다.

이와 비슷한 습성을 가진 ‘가마우지(바다새)’에 의한 피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3년 겨울엔 전남 남해가 떠들썩했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그해 겨울 전남 여수의 양식장 3곳이 가마우지 습격을 받아 물고기를 싹쓸이 당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해 겨울 가마우지 1000여마리가 양식장 3곳에서 6~7개월 된 우럭을 무려 15만마리나 잡아먹어 6억원의 피해를 일으켰다.

민물가마우지 확산에 따른 생태계 및 어획량 감소 등 피해에 대해 아직 국내에서 전문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어민들이 스스로 대책회의를 열 정도로 피해가 큰 것으로 취재결과 밝혀졌다.

지난 19일 괴산군자율관리어업공동체와 제천시자율관리어업공동체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관계 당국에 가마우지를 유해조수류에 포함시켜 구제할 수 있도록 건의하자고 입을 모았다.

충북 괴산군 달천수계에서 먹이활동을 하기 위해 모여들고 있는 민물가마우지들./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현지 어민들이 유해조수류에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들 새가 하루에 잡아먹는 물고기의 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김상미 제천시 한수면 자율관리어업공동체 총무는 “한 자리에서 민물가마우지 한 마리가 20~30cm 크기의 붕어와 잉어 4~5마리를 순식간에 잡아먹는 걸 직접 본 적이 있다”며 “한 마리당 하루에 최소 1~2kg씩만 잡아먹는다고 쳐도 전체적으로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고기가 이들에 의해 희생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괴산군 칠성면 어민 김일수씨는 “이들 새가 몰려다니며 이곳저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기 때문에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 가 물고기 씨가 마를 판”이라며 “더 이상 피해가 늘어나지 않도록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호소했다.

피해가 늘면서 어민과 새가 쫓고 쫓기는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몸이 단 어민들이 모터보트 등을 타고 급히 새를 쫓아내려고 하면 새들은 곧장 이웃지역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물속으로 잠수해 몸을 감추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심지어 그물까지 뜯어놔 낭패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괴산군 청천면에서 어업을 하는 이진의씨는 “삼각망을 쳐 놓으면 이 새들이 물속으로 잠수해 그물코를 풀어놓는 바람에 그물도 버리고 물고기도 놓치는 2중 피해를 입고 있다”며 어이없어 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급증…전문가들, “앞으로가 더 문제”
전문가들은 민물가마우지의 급증 원인을 대략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지역에서 겨울철 날아오는 겨울철새 무리의 경우 번식지인 중국이나 러시아 지역에서의 개체수 증가를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4대강 사업에 따른 환경변화로 보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전국 주요 하천에 댐과 보가 생기는 등 수환경이 바뀌면서 민물가마우지가 선호하는 ‘담수호 또는 정체수역’이 많아져 개체수의 급증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백운기 박사(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 조류 분류학)는 “4대강 사업으로 한강과 금강 등 국내 주요 하천에 보와 댐 같은 담수화 수역이 늘어나는 등 서식환경이 변화하면서 조류의 종 구성에 변화가 왔는데 그 중 하나가 민물가마우지의 증가 현상이다”며 “특히 최근에는 충북 내륙지역에까지 서식 개체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 민물가마우지가 과거엔 겨울철새였다가 최근 들어 국내 번식 사례가 늘어나면서 개체수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백 박사는 “일본도 과거 민물가마우지가 어느 시점엔가 개체수가 급증해 관심을 끌었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최근 보와 댐이 많아진 데다 번식 개체수가 계속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개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현지 어민들에 의하면 충주호의 경우 3~4년 전부터 소수 개체가 보이기 시작해 지난해부터 갑자기 숫자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달천은 이보다 다소 늦은 1~2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올해 갑자기 개체수가 급증했다.

지난 21일 충북 괴산군 감물면 이담저수지에서 발견된 민물가마우지./아시아뉴스통신=김성식기자

◆“현재로선 지켜볼 수밖에…” 뾰족한 대책 없어
해당지역 어민들의 조급한 마음과는 달리 민물가마우지에 대한 대책이 현재로선 거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어민들은 지금 당장의 피해를 들어 민물가마우지를 유해조수류에 포함시켜 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 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백 박사는 “민물가마우지에 의한 피해가 있다고는 하나 아직 정식조사에 의해 파악된 국내 사례가 없는 이상 유해조수류 지정은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어획량 감소 등 객관적인 피해가 확인될 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민물가마우지의 서식 실태 및 지역별 개체수 증가여부 등에 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4대강 사업이 이뤄진 하천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전수·동시조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강 하류서 올라온 것으로 추정
민물가마우지는 가마우지과(Phalacrocoracidae)의 한 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본래 겨울철새였으나 일부지역에서 번식하는 개체가 늘면서 텃새화 하고 있다.

지난 2003년 6월 한강 하구 비무장지대 내 유도에서 100여쌍이 집단번식하는 것이 처음 확인됐다. 이후 한강수계의 강원 춘천 소양호와 경기 팔당호 등지에서 잇따라 번식이 확인되는 등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1999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조류 동시센서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민물가마우지 개체 수는 1999년 269마리에서 지난해 9280마리로 약 3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의하면 민물가마우지 증가추세가 가장 뚜렷한 곳은 한강이었다. 충주호와 괴산호 역시 (남)한강 수계로 중하류에 살던 개체가 숫자가 늘어나면서 서식지를 자꾸만 늘려 상류쪽으로 올라온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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