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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칼럼 ‘산타의 선물’] 시절이 하 수상하니 - 가짜는 가라, 비오톱갤러리 홍성직•김해곤 콜라보레이션 ‘의술과 예술의 사이展’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12-02 11:34

지식(Head, 머리)∙테크닉(Hand, 손)∙감성(Heart, 마음), 의사와 예술가는 물론 대통령에게도 필수
폐기된 3000여명의 X선 필름은 사진으로 남겨진 몸에 대한 기록이다. (사진제공=비오톱갤러리)

“국격이 상실된 대한민국호가 휘청거린다. 기만과 하수로 똥칠된 도시의 거리마다 국민의 분노로 촛불이 춤을 춘다. 산타에게 줄 카드까지 정성스레 준비했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카드는 그대로 있고, 선물은 없어 크게 실망하던 어린 시절이 문득 생각난다. 찰나의 순간, 섬광이 번뜩거리다 눈뜬 사이 자리에 없던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이 놓였던 크리스마스가 그립다. 누가 우리에게 산타가 되어 줄 것인가. 여전히 우리는 산타의 선물을 기다린다”

사진을 가까이하다 보니 늘 기술과 예술의 차이를 생각한다. 한 끝의 차이는 ‘왜 찍는가’의 담음이라고 했던가.

시절이 하 수상한데, ‘의술과 예술의 차이’를 묻는 사내들이 있어 몇 자 적는다. 두 사내의 만남은 ‘의술과 예술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에서 시작된다.
 
전시를 기획한 조형예술가 김해곤은 ‘의술이 사람의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는 기술이라면, 예술은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이라 규정했다. 즉 어떤 물건을 제작하는 기술능력과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기술이라 차별했다.
 
버려진 알약을 활용해 만든 외과 의사 홍성직의 초상화. (사진제공=비오톱갤러리)

하지만 예술을 포함한 많은 장르가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현대에 이르러서 두 가지는 서로 다른듯하지만 이질적이지 않다.

몸과 마음을 치료한다는 의술과 인간의 감성과 영혼이 내재된 정신세계는 한 곳에서 만난다. 이를 재빨리 눈치체고 작품으로 형상화 시키는 예술의 콜라보레이션은 그래서 아름답다. 그 지점에 선 두 사내의 탐미에 동의하는 순간이다.

홍성직은 제주도 안에서 외과 의사이다. 그러면서도 문화 디자이너이자 자연을 예찬하는 생태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은 자연의 일부이다. 자연스러운 것이 최고의 아름다움이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완벽한 것이다. 의술도 사람들로 하여금 태어났을 때 가졌던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게 하거나 그 원형을 찾아 주는 행위이다. 최고의 디자인은 자연에서 나오고 자연에 속한 모든 생명은 똑같이 귀중한 것”이라는 홍성직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물론 생태적 삶과 문화의 접목을 매월 집도하는 홍성직의 공간  ‘농장 초록생명마을’을 더 좋아하는지 모른다.
 
30년 전에 쓰여 진 환자들의 진료 기록인 차트와 외과의사의 손. (사진제공=비오톱갤러리)
 
갤러리가 병원으로 탈바꿈되고, 의사가 예술가로 변신하는 경우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도 드물다. 제주도를 특별한 섬, 문화에술의 섬으로 증명해 준 두 사내가 고마운 지점이기도 하다. 원래 병원이라는 공간이 삭막하고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드는 곳 아닌가. 그대 ‘아름답게 아파보았던 적이 있는지’ 그렇듯 의학과 의술에 사용 되었던 약품 재료나 도구들 또한 얼마나 삭막한 매개체인가.

이런 것들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 되어 관객과의 호흡을 시도한다고 하니 기가 막혀 질투가 날 지경이다. 병원을 갤러리라는 매개체를 통해 새롭게 환기시켜 주는 두 사람의 기획 의도에 경의를 표한다.

두 사내가 대통령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다. 지식(Head, 머리), 테크닉(Hand, 손), 감성(Heart, 마음)이다. 흔히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 칭하는 3H를 말이다. 이런 덕목은 의사나 예술가뿐 아니라 앞으로 맞이할 대통령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다. 대통령은앞으로도 '당연 전문직'이기 때문이다.
 
작가 홍성직은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은 귀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제공=비오톱갤러리)

여러분들도 17일까지 비오톱갤러리를 방문해 환자의 치료에 사용 되었던 의료재, 버려지는 폐기물이 어떤 설치미술작품으로 변모했는지를 잘 살펴보자. 혹시 그날 대통령의 하야 선언이 이루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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