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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최순실 게이트와 조류독감(AI), 그 끝은 어디?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기자 송고시간 2016-12-03 05:42

아시아뉴스통신 김성식 충북본부장./아시아뉴스통신DB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 안이 실타래 엉키듯 혼란에 빠져 있는 가운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까지 유입돼 급속도로 번지면서 설상가상의 국면으로 나라꼴을 몰고 가고 있다.

이번에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고병원성 AI바이러스는 H5N6형으로 올해 처음 국내에 들어왔다. 지난 2014년에 유입돼 2015년까지 극성을 부린 H5N8형과도 다르다. 또 그 이전의 바이러스들과도 유형이 다르다.

여기에 심각성이 있다. 지난 1993년 중국 광둥에서 H5N1이란 전혀 새로운 유형의 AI바이러스가 출현한 이래 ‘줄기차게’ 변이종이 생겨나고 있다. 바이러스의 독특한 생존방식 때문이다.

이 H5N1 바이러스는 그 이듬해 곧바로 변이종을 탄생시켜 홍콩을 강타, 가금류는 물론 18명의 인체 감염까지 가져와 그 중 6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이후 변이와 확산을 거듭해 전 지구상으로 번져 나갔고 지금 이 시간에도 변이의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AI의 이 같은 특성이 전 세계 과학자와 국가들을 지극히 나약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체이지만 끊임없이 변이하는 특성으로 인해 내로라하는 과학자들과 국가들을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백신을 만들면 곧바로 변이종을 출현시켜 무용지물로 만들기 때문에 ‘슬픈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같은 H5N1형 바이러스라 할지라도 항원인 바이러스에 심각한 변이가 일어나면 이전의 H5N1 감염으로 형성됐던 항체는 쓸모가 없어진다. 바이러스와 관련한 면역체계의 가장 큰 취약점이 바로 이점이다.

이번 H5N6형 바이러스는 놀랍도록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 10월28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풍세면의 봉강천(야생 원앙의 분변)에서 이 바이러스가 확인돼 국내 유입 사실이 알려진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전국을 거의 휩쓸고 있다. 영남권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이 이 바이러스에 ‘뻥’ 뚫렸다. 이처럼 급속히 번진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확진 판결이 난 충북의 경우 지난 11월16일 음성군 맹동면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지 16일 만인 이달 2일 현재 충북도 내에서 살처분 된 닭과 오리수가 무려 128만5000여마리나 된다. 자고 나면 의심신고 농장이 늘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언제 기세가 꺾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민들로선 참으로 갑갑할 따름이다. ‘최순실 게이트’의 끝이 어딘지 모르기에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우려와 분노가 더없이 크듯이 작금의 고병원성 AI도 그 끝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는 지경이어서 우려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해서 하는 지적이다. 축산농가는 물론 국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당국은 보다 근본적인 처방전을 하루 속히 내놔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AI의 속성상 처방전이 어려우면 AI가 어떤 경로를 통해 확산하고 있는지 명확한 전염경로와 확산 메커니즘만이라도 속 시원히 밝혀 궁금증을 풀어주길 바란다.

정부당국은 지금까지 AI는 야생조류가 전파의 주범인 것처럼 지적해 왔다. 그러면서 날아다니는 조류, 특히 철새들에 의해 빚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예방과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일견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이번에도 지난 10월28일 충남 천안 봉강천에서 AI 바이러스가 확인된 지 18~19일 만에 충북 음성 맹동의 오리농장에서 폐사 등 의심증상이 나타난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충남 천안 봉강천의 야생 원앙과 충북 음성 맹동의 사육 오리와의 AI 전파 가능성을 맺어줄 연결고리가 과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직선거리(30여km)로 봐서 그리 멀지 않기에 가능성만 점쳐질 뿐이다. 특히 천안 봉강천의 야생 원앙이 텃새란 점에서 그 이전에 어떤 철새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 역시도 현재로선 추정일 뿐이다.

현재 철새에 의한 전파 가능성이 크다, 적다 혹은 있다, 없다란 것은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철새는 AI의 여러 전파경로 중의 하나일 뿐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려면 과학적인 증거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아직 그렇질 못 하다. 그러기에 정부당국이 걸핏하면 AI 확산을 철새에게 떠넘기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란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니 예방책 마련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전파 메커니즘이 명확히 밝혀져야만 예방책 마련도 가능하고 쉬워질 텐데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 가금류의 이동중지명령과 위기경보의 격상과 같은 수시대응도 전파 메커니즘이 불명확한 현재로선 의심받기 십상이다. 실제로도 이미 방역망이 뚫린 뒤에 내놓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후약방문식 대처란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유입된 지 한 달 만에 전국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이번 AI의 급속한 확산은 당국의 ‘허술한 감시망’ 때문이란 지적도 많다. 해마다 환경부와 농식품부 등 관계당국은 철새 5000마리를 비롯해 조류 분변 등 수십만 건을 검사해 AI 유입 및 발생을 감시한다고 하지만 그 그물망은 이번 바이러스 유입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 했다.

이번 H5N6형 바이러스를 맨 처음 발견해 낸 것은 공교롭게도 대학 연구팀이다. 건국대 연구팀이 지난 10월28일 천안 봉강천에서 야생 원앙의 분변을 채취해 AI 바이러스일 가능성을 파악한 뒤 13일이 지난 11월10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시료를 넘겨줄 때까지 관계당국은 전혀 몰랐다. 생체와 분변 등 수십만 건을 검사해 감시한다는 당국의 체면이 여지없이 구겨졌다.

적이 우려되는 것은 이대로 가다간 인체감염도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이미 이 바이러스로 인해 (흔하지 않지만) 인체감염 시 치명적이란 사실이 밝혀진 이상 우리나라라고 그런 일이 전혀 벌어지지 않으란 법이 없다.

목하 우리나라에선 TV만 켜면 최순실 관련 뉴스 아니면 AI 관련 뉴스가 머리면을 장식한다. 거기에 AI 얘기만 나오면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오리나 닭을 몰고 살처분 현장으로 가는 장면이 여지없이 나온다. 저승사자가 다름없다. 매번 AI가 유행할 때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현상을 언제까지 보고만 있으란 것인지 참으로 갑갑할 따름이다.

그리고 더 궁금한 것은 매번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이 첫 AI 발생지로 부각되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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