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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의 색깔 있는 인터뷰 - 갤러리노리 이명복 작가] 제주도 현대사를 빛나게 만드는 작픔 ‘기다리며’, 비념(悲念)은 제주 역사를 관통하는 아젠다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12-22 03:17

2017년이 더 기대되는 작가 ... 오스트리아 한국 인상전, 광주시립미술관전 통해 '제주 4.3' 조명 기대
기다리며. 200*135. 한지에 아크릴. 2015. 이명복 작. /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이명복 작가가 전시장을 달리하며 내 거는 그림들을 만날 때 마다 한 순간 ‘역시 이명복이구나’를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 하나씩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만난 작품 ‘기다리며’가 그렇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비념(悲念)을 충분히 느끼게 만드는 걸작품”

지난 21일 제주도 저지리 갤러리노리에서 만난 작품 ‘기다리며’는 폭포의 풍경을 새벽 여명이 오기 전 보랏빛 세계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개성을 대표할만한 대표 작품으로 꼽았다.

그림 앞에 서면 나는 한 없이 작아진다. 하지만 찰나의 시간이 지나면 그곳에서 리듬을 듣게 되고 오래 전 멈춰버린 풍광을 만나게 된다. 어느 심방의 굿이 그랬던 것처럼. 오묘하다기 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아직도 살아 꿈틀되는 인간의 욕망을 대하는 듯 해 좋다. 

비념이 바위를 세우고 그 위에 한 소녀를 그려 냄으로써 모든 밤하늘의 폭포수와 보랏빛 풍경이 소녀에게로 쏟아지는 모습을 완성했다. 시대를 관통해 살아남은 자의 슬픔 같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작가는 여기서 큰 힘을 얻는다고 하는데 나도 마찬가지이다. 화면 가득 채우고 있는 붉은 홑 동백 꽃잎들이 흩날리는 소녀의 마음을 보며 나는 해방의 자유를 느낀다.

제주 4.3에서 6.25까지 150여 명이 떨어져 죽은 이야기 그리고 그때 헤어진, 아직도 살아 있으리라는 희망, 그런 가족을 기다리는 문학적 차용 등은 작가의 사회적, 시대적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방증으로 유효하다.

사람들이 이명복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 붉은숲 앞에서 이명복 작가와 함께 한 김은중 갤러리노리 관장.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붉은숲’ 또한 그러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그 속에 개입되는 작가의 상상력이 한 데 어우러져 아름답다. 4.3 때 불타 없어진 마을이 아직 그 숲 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당시 소개된 마을을 통해 사라진 마을 사람들이 저 숲 속에서 걸어 나와 말을 걸어 줄 것만 같다. 그림속으로 들어가면 우리 일상의 황혼을 만나기도 한다.

작가를 너무 시대적 아젠다에 함몰시킨다고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간사한 욕망이 작품 속에 또아리를 튼 모습이 너무 좋아 그러는 것이다. 예술의 존재적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명복의 매력은 사회에 대한 따듯한 시선 '연약한 듯 꺽이지 않는 힘'.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사라진 대통령을 그림으로 만나는 박근혜, 압권이다. ‘역시 이명복’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패러디라기에는 너무 리얼한, '촛불민심'을 예측한 것일까.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예지력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그저 작가는 ‘공교롭게도 세상이 어지러워져’라고만 표현한다. 그런 그의 해학이 나는 좋다.

꼭 민중 미술작가에 연연하기보다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 작가 입장에서 큰 그림은 아니지만 남겨 놓으면, 걸어 놓으면 지난 번 전시에 못 본 또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어 좋다는 작가적 관점이 나는 좋다.

작품 속 주인공은 국민에게 행복을 주지 않고 고통을 주는 대통령이다. 연약해 보이지만 결코 연약하지 않은. 힘없는 사람의 허리를 꺾는 장면을 통해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것이 바로 해학이고 예술이다.
 
붉은숲. 163*262. 캔버스에 아크릴. 2016. 이명복 작. /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삶-해녀’는 어떤가. 힘든 노동을 통해 손자나 가족들을 즐겁게 해주는 즐거움은 고달픔을 넘어 선다. 그런 의도를 작위적인 표정을 넘어 우스꽝스러운 동세로 표현해 내는 작가의 즐거움에 나는 동감하게 된다. 특히 우주를 짊어진 듯 제주 여성의 강인함을 이런 품새로 만들어 낸 작가의 시도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런 면에서 평범한 듯 강인한 작품 ‘봄바람’은 맛난 식사 후 에피타이저 같은 느낌이다.
 
'시대 참여'를 공통 분모로 제주를 대표하는 두 작가 강요배, 이명복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2017년 4월 오스트리아에서 가지는 ‘한국 인상전’이 기대된다. 매년 7월 가졌던 오스트리아 심포지움 통해 작가를 어필해왔던 결실의 성과가 아닐까. 이명복 작가의 작품 12점과 오스트리아 현지 작가 12점으로 만날 ‘한국 인상전’이 벌서 기다려진다. 동안 작가의 꾸밈없는 노출이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호감을 가졌다는 소식이 반갑다.

뿐만 아니라 ‘4월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와 가을 제주서 마련되는 회고전도 준비되어 있다. 내년이면 환갑이 되는 작가의 2017년이 기대되는 이유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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