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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칼럼] 유영국•이명복 그리고 배인석, 세 화가의 차이점과 공통점 ... 화가로서의 규칙성 그리고 직업으로서의 소명의식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6-12-29 10:19

작가의 작품가(作品價)는 시대성일까 아니면 화가의 재주와 심장과 간의 크기에 비례하는 것일까
작가 유영국은 시대성과 성실성을 동반, 색면추상의 경지를 완성했다./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창작과정에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 나는 항상 뚫고 나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작품은 다음 작품을 위한 과정이고 계속적으로 작품을 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작가 유영국이 자신의 작품을 완숙의 경지로 이끌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이유로 남긴 말이다.

작가의 미망인은 “일생을 노력한 작가는 태평양전쟁 때문에 5년, 한국전쟁 때문에 또 5년, 심장병으로 자주 아프다보니 또 여러 해 붓을 잡지 못해 안타까워했다”고 회고한다. “나는 남보다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많아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작가는 미술그룹 활동을 중단한 1964년 이후 타계한 2002년까지 매일 오전, 오후 규칙적으로 개인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에 혼신의 힘을 쏟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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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기다리며'와 '붉은숲'으로 제주 4.3을 형상화한 작가 이명복(중앙)./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하지만 젊은 시절 늘 “내가 살아 있을 땐 그림이 안 팔리고 내가 죽은 다음 한 세대가 지나면 그때는 팔릴지 모르겠다”고 말하던 유영국 작가의 그림은 1975년 그의 나이 만 59세에 처음으로 팔렸다고 한다. 작가 유영국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편 작가 이명복은 지난 21일 제주도 저지리 갤러리노리 개인전을 통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붉은 홑동백 꽃잎들이 흩날리는 소녀의 비념을 표현한 작품 ‘기다리며’를 선보이며 제주 4.3의 시대상을 표현하였다.

또 지난 26일에는 기생 작가를 표방한 화가 배인석이 부산 해운대 갤러리화인에서?“그림이란 고상을 포장한 허위허식 같은 것이 아닐까”라며 사고 판다는 의미에서 대중들이 생각하는 그림들의 의미를 ‘원가 단위’로 재조명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배인석 3.8.6 드로잉전'이 돋보이는건 '예언성'이 작용한 2015년 박근혜 대통령 패러디 그림과 하야 촉구 집회에서 주목 받은 그림들을 선보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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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들의 의미를 ‘원가 단위’로 재조명하고 나선 작가 배인석(우측)./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이들의 전시가 세 개의 공간으로 나눠지고 규모를 달리하지만 결국 촛불민심의 시국과 같은 지점에 놓여 있다. 또 29일 제주시에 위치한 문화 공간 아트스페이스씨(대표 안혜경)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보도를 접했다.

어쩌면 지금 시대는 작가적 재주보다 심장과 간의 튼튼함이 새로운 가치 창출의 기준으로 요구되는 시대가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적어도 예술이 표현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는 전제를 둔다면 말이다.?

색면 추상의 작가 유영국도 해방과 자유의 작가 이명복 나아가 기생 작가 배인석도 결국 시대적 억압 앞에서 예술가는 머리와 심장과 간이 먼저 튼튼해져야 함을 경험한 작가들이다. 보다 적극적인 예술가의 표현을 시대 속에서 체험한 화가들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런 예술가가 건강한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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