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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종시의회 집행부 견제기능 포기했나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7-01-09 07:20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위원회 구성 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 한 세종시의회./아시아뉴스통신=홍근진 기자

지난 5일 세종시의회는 홈페이지에 9일을 의견 제출 마감일로 하는 입법예고를 한 건 올렸다.

제목은 ‘세종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고 내용은 아직 생기지도 않은 ‘환경녹지국’을 포함해 새로 생긴 시설관리공단, 문화재단 등의 소관 상임위원회를 조정해 업무를 변경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일 자 기자수첩에서 본 기자가 졸속으로 진행한 것을 지적한 세종시 ‘조직개편’과 관련해 시가 제출한 조례안이 아직 통과하지도 않았는데 이를 가정해 자신들의 상임위원회 소관 업무를 바꾸겠다고 시의회가 자진해서 입법예고를 한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방의회의 존립 목적이 주민을 위한 정책 입안과 의결, 집행부의 견제 기능을 주로 하고 있는데 세종시의회는 이를 포기하고 집행부를 위해 ‘알아서 기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사실 지난 기자수첩에서 은근히 시의회의 기능이 제대로 살아나 그 역할을 충실히해 시청과 교육청의 절차를 무시한 졸속행정을 체크해 주기를 바랐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직 생기지도 않은 ‘환경녹지국’이 포함돼 있어 이 기능이 과연 이 시점에서 시민에게 진정으로 필요한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소관 균형발전국이 산업건설위원회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도매금으로 넘어간 문화재단의 소속이 괜찮은지를 면밀히 살펴봤어야 한다.

결국 이 안대로 진행이 된다면 의원들의 전문성과 시민들이 느끼는 시정의 불균형과는 상관없이 집행부의 요구와 편의에 따라 산업건설위원회에서 문화재단의 업무와 예산을 심사하도록 소관 상임위원회가 결정되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의회가 하는 일이 시정에서 균형잡힌 조직과 인원을 투입하고 있는지를 체크해서 바로 잡아주는 것이라면 문화관광도시를 표방하는 신생도시 세종시에 필요한 것은 ‘환경녹지국’이 아니고 ‘문화관광국’이라고 지적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한낱 물거품이 된 것 뿐 아니라 한 술 더 떠서 이번 회기에 집행부의 입맛에 맞게 신속히 처리해 주기 위해 자신들도 주말을 빼면 3일간의 짧은 시간을 의견제출 기간으로 졸속 입법예고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일 세종시의회가 9일을 의견 제출 마감일로 홈페이지에 올린 입법예고안.(사진출처=세종시의회)

현재 정국 상황이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어지럽게 전개되고 있어 세종시의 여당인 민주당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에 대한 국정농단 사태로 새누리당이 둘로 나눠져 신생 ‘바른정당’이 생겨나고 조기대선이 회자되면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입국을 앞두고 충청권의 새누리당 국회의원, 시도의원, 군의원 등이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에도 15명의 의원중 8명이 더민주당이고 6명이 새누리당, 1명이 무소속인 점을 감안하면 더민주당은 그렇더라도 새누리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집행부의 견제기능을 해줘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소위 ‘의원간담회’라는 형식을 통해 집행부와 의원들 간에 의회 회기를 앞두고 사전 조율을 거친다고 하면서 아직 통과되지도 않은 집행부의 조례를 염두에 두고 의회의 기능을 미리 조정하기 위해 졸속 입법예고를 하는 것을 보면 과연 시의회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열린 제40회 정기회에서 일어난 행태를 보면 더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열린 정기회에서 행정복지위 소관 은하수공원 조례와 관련 예산이 일부(11억 원.직원 인건비) 보류됐었음에도 막판에 예결위에서 이를 뒤집고 모두 집행부의 뜻대로 살려 준 것과 교육위원회에서 제2특성화고 설립예산(32억 2000만 원)을 삭감했음에도 역시 예결위에서 설계비(5000만 원)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교육청의 원안대로 살려준 것은 시의회 존재 이유가 누구를 위해 있는지 알 수 없게 한다.

금남면에 사는 S씨(56)는 “집행부와 같은 당 소속 의원들에게 눌려 의원 전체가 집행부의 시녀로 거수기 노릇이나 하고 있는 시의회가 무슨 필요가 있냐”고 ‘시의회 무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솔동에 사는 K씨(48)는 “의원들이 마치 시장과 교육감을 위해 충성 맹세를 한 사람들 같다”며 “그러면서 일이 많다고 보좌관을 지원해 달라는 것은 웃기는 일”이라고 비꽜다.

당리당략을 떠나 집행부를 견제하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정책입법을 추진하는 호랑이 같은 용기와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세종시의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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