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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야 뱅뱅 돌아진 섬에 - 문봉순] 제주 영등굿, 제주도 '바다밭'을 아시나요?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7-02-02 22:07

바다와 관계가 깊은 제주사람들의 삶을 반영하는 요왕맞이 잠수굿
바다와 관계가 깊은 제주사람들의 삶을 반영하는 요왕맞이 잠수굿의 한 장면. (사진제공=김명선)

제주도 민요 중 '서우제소리'는 굿노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도 영등굿을 할 때 '석살림'에서 신과 인간이 함께 즐겁게 노는 대목에서 이 노래를 부른다.

“이어사나 이어사나 물로야뱅뱅 돌아진 섬에” '서우제소리'의 한 부분이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섬이기에 제주사람들의 삶은 바다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제주의 땅은 물이 고이지 않고 흘러 버리는 ‘뜬땅’이기에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바다는 생활의 주된 터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게 제주도의 굿과 신화에도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와 의례들이 많이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영등굿이다.

영등신앙은 한반도 전체에 분포하는 신앙이다. 음력 2월이 되면 찾아오는 바람신인 영등할망을 잘 대접해야만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된다는 생각은 어느 곳이나 공통적이다.

육지부에서는 영등달 초하루가 되면 여인들은 새벽에 일어나 목욕을 하고 깨끗한 물을 길어다가 부엌 한쪽에 올린다. 그리고 살아 있는 소나무가지를 꺾어와 그곳에 오색실을 매달아서 물그릇 옆에 세우고, 쑥떡과 흰쌀로 만든 떡을 가득하니 쌓고 정성대로 과일이나 기타 제물을 준비한다. 그런 다음에 소지를 올리며 ‘올 한 해 가족 모두 건강하고 재수 있게 해주시고, 농사도 잘 되게 해달라’고 마음으로 빈다.

이처럼 육지부의 영등신앙이 개인신앙으로 남아 있다면, 제주도의 영등신앙은 마을공동체의 신앙으로 전승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칠머리당은 음력 2월 1일의 영등환영제와 2월 14일의 영등송별제가 진행되고 있어 제주도의 영등신앙을 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또한 김녕 마을처럼 해녀들이 많은 곳에서는 음력 2월의 영등굿 외에 따로 날을 정해서 잠수굿을 하는데, 그 내용은 영등굿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부들이 다니는 어부당과 해녀들이 다니는 해녀당(???녀당)은 개인이 바다에 갈 때 찾아가서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곳이다.

이와 달리 영등굿은 마을공동체신앙의 장소인 본향당에서 하는 마을굿으로 제주도 전역에서 진행된다. 바람의 신인 영등할망을 잘 모셔야만 바다에 나간 배들이 사고도 당하지 않고 만선을 하고, 소라와 전복의 속이 꽉 차서 해녀들의 바다밭에도 풍년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영등굿의 '씨드림'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요왕 너븐드르 씨뿌리러 가자. 동서드레 뿌리자. 전복씨 성게씨도 뿌리자. 미역씨도 뿌리자.” 이때 ‘요왕 너븐드르’는 용왕이 관장하는 바다 속의 넓은 땅을 말한다.

실제 굿을 할 때는 바닥에 멍석을 깔고 그 위에 좁쌀을 뿌려서 올 해 바다 농사가 어떻게 될 것인지 점을 친다. 이처럼 제주사람들에게는 바람 따라 들어오는 영등할망도 용왕이 관장하는 바다밭도 중요한 삶의 영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제주섬문화연구소에서 제주신화를 공부하는 문봉순 실장.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문봉순  /  제주섬문화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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