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5일 목요일
뉴스홈 칼럼(기고)
[권경근의 진짜웨딩] 자연스러운 결혼식을 위한 조언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이시경기자 송고시간 2017-02-12 16:59

웨딩칼럼니스트 권경근./아시아뉴스통신 DB

여느 때처럼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와 대화를 나눌 때였다. “사회자님, 저희가 결혼이 처음이라…. 잘못하고 버벅거리면 어떡하죠?” 신부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며 물어보았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결혼식에서, 혹여 실수할까봐 노심초사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결혼에 정답이 있나요. 처음인데 뭐 어때요. 맘 편히 가지세요.”
 
예비 신랑 신부가 걱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하객들에게 눈치가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만연한 특유의 눈치 문화 속에서, 우리는 남들에게 ‘잘못할까봐’...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가령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거나 자신을 소개할 때도, 말을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아마 그런 마음이리라. 결혼식도 남들 앞에서 잘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이해는 된다. 그러나 ‘틀려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편하게 생각해보자.
 
한번은 웨딩 포토그래퍼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결혼식 중에 신랑 신부가 제일 예쁘게 나올 때가 언젠가요?”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 “음, 넘어지거나 하는 돌발 상황에 웃음이 터졌을 때요. 그럴 때 사진이 자연스럽고 예뻐요.”
 
우연하게도, 유럽에서 외교관을 지내다 오신 주례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던 적이 있는데, 이분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우리 아들딸 결혼사진을 보면 자연스러운 사진이 별로 없어. 식장에서 이래라저래라, 사진사도 자꾸 주문 하는 게 많아. 그냥 편하게, 알아서 하도록 놔두면 좋겠어. 유럽에서 결혼식 하는 거랑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뭔가 딱딱 정해놓고 틀에 맞추려고 하는 것 같아. 뭐 좀 다르게 하면 어때. 어떻게 생각하나?”
 
웨딩칼럼니스트 권경근./아시아뉴스통신DB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식 사회를 하면서 신랑 신부를 보면, 보통은 긴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 앞에 이렇게 서본 적도 별로 없을뿐더러, 관심과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런데 식장 직원들과 포토그래퍼들은 혹여나 동선이 틀리거나, 진행이 잘못될까 우려한다. 그래서 신랑 신부에게 ‘이렇게 서세요’, ‘저기를 보세요.’ 등 주문을 하게 된다. 오히려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결혼식장이나 포토그래퍼의 입장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혹시 진행에 차질이 생기거나, 또는 사진이 별로라며 추후 신랑 신부가 불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서로의 입장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다. 있는 모습 그대로 인위적이지 않은, 일생의 단 한 번인 행복한 결혼의 순간을 담을 수 있도록.
 
결혼식 중에 하객들이 즐거워하는 순간들이 있다. 신랑이 어정쩡하게 인사를 하거나 서툴러 보일 때, 신랑 신부 서로가 맞절하면서 머리를 쿵 부딪칠 때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얘기한다. “아, 우리 신랑이 오늘 결혼이 처음입니다. 하객 여러분께서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많은 하객이 웃음을 터뜨린다.
 
그렇다. 이렇게 사소한 실수엔 웃음이 나온다. ‘처음’이란 단어에 재미가 있다. 처음엔 당연한 것이다. 그러니 결혼식 그 소중한 순간만큼은, 편안한 마음으로 두 사람의 설렘과 사랑을 서로 나누고 느껴보자. 그리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하객들 사이를 당당하게 행진하기 바란다. 결혼식에 정답이란 없다.

◆ 아시아뉴스통신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권경근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우로 데뷔해,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홈쇼핑 쇼호스트, 리포터 등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권경근의 잘 말하는 연구소 대표로, 한양여대, 동아방송예술대 등 대학에서 스피치, 소통 강의 등을 맡고 있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