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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의 색깔 있는 인터뷰] 장순자 양태장, 제주 갓 전시장 통해 ‘선비정신’ 계승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7-03-04 09:52

조선조 500년을 이끌어 온 유교문화의 상징, 제주 갓의 아이러니
조선시대 유교문화의 상징이었던 갓, 장순자 갓일 양태장 보유자./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대 긁어 안내카마씸?(대를 긁어드릴까요?)” ... 어머니께 여쭸더니 “걸목해봐라(대나무를 대칼로 훑어봐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시작된 선비정신의 계승, 올곧은 선비정신이 필요한 시대에 장인의 존재가 도드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갓이란 차양이 있는 관모로 알려져 있다. 또 조선시대 양반의 흑립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비와 바람을 가리기 위해 머리에 쓰던 머리쓰개였으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신분을 나타내고 의례와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용구로 쓰이던 갓의 존재를 전승하느라 여념이 없는 장순자 선생을 인터뷰했다.
 
▶갓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크기와 모양에 따라 신분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던 갓은 조선조 500년을 이끌어 온 유교문화의 상징이었다.
 
▶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 선생은 삼대를 잇는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 2000년 7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제4호 갓일로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 받았다. 나의 어머니이신 고정생 선생은 1980년 11월 문화공보부로부터 문화재 제4호 갓일 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이수자인 양금미가 나의 딸이고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어 양태장으로 삼대째 전승되고 있다.
 
전시관을 방문한 계림시 공연단에게 제작과정을 시연중인 보유자들./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관모 공예, 제주와 연상되는 가치를 알고 싶다
- 관모 공예는 제주에서 경제 활동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노래에서 제주 여성의 근면함과 생활상을 두루 엿볼 수 있다. 시집살이와 같은 여성들의 정서를 표출하고, 노동의 유용성을 강조하던 부분으로 가치가 존재한다.
 
▶ 세대전승을 도모하는 갓의 가치를 소개한다면
- 유용하고도 가벼운 한국의 갓은 한국인다운 기풍을 드러내며, 인류가 고안해낸 관모 가운데 가장 우아하다고 자부할 만하다. 썼으나 쓰지 않은 것 같고 갓을 썼지만 상투와 망건이 실루엣처럼 머리가 훤히 들여다 보일만큼 비치는 투과성을 특징으로 한다.
 
▶ 가장 먼저 양태장이라는 용어가 궁금해
- 갓을 제작하는 공정 중 하나인 양태는 대오리로 만든 갓의 넓은 부분을 말한다. 갓에 둥근 차양을 이루어 태양을 가리는 부분이다. 갓은 입자장을 비롯 서로 분업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 양태요라는 노동요도 알려져 있다는데
– 양태요가 가느다란 대오리로 갓의 넓은 부분인 양태를 곁으면서 혼자 흥얼거리는 소리이다. 제주 동귀리의 부녀자들은 옛날부터 말총으로 갓 만드는 일을 부업으로 많이 했다. 양태곁는 소리는 곡조가 없이 각자 적당한 곡조로 흥얼거렸다고 한다.
 
말꼬리의 털을 이용해 시연 중인 갓일 강순자 총모자장 보유자./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총모자장으로 유명한 강순자 선생을 대신해 다소 생소한 총모자의 유래도 여쭸다. 갓의 모자인 갓모자는 말총, 말꼬리의 털을 이용해 겯고 말총으로 만들기 때문에 총모자라고도 불린다고 알려 준다.
 
▶ 총모자를 만드는 방법도 궁금해
- 총모자는 골걸이 위에 모자골을 걸어놓고 그 위에서 말총을 재료로 바농대(바늘대)로 겯는다. 천박이라는 정상 부분부터 겯기 시작해 옆면으로 내려오며 사잇줄을 끼워 넣으면서 겯는다. 처음 80줄이었던 날 줄은 완성 때는 400줄로 불어나게 된다. 옆면을 겯는 줄을 몸줄이라 하는데 대략 200줄 정도 된다.
 
▶ 총모자에도 상품의 등급이 있다고 하던데
- 30 줄짜리 총모자는 성긴 것으로, 50 줄짜리는 촘촘하게 짜여있는데 촘촘하게 짜인 총모자를 상품으로 친다. 이렇게 엮어진 총모자는 삶아서 먹칠을 한 후 양태와 합쳐 갓을 만든다.
 
관자와 풍장을 사용해 게급을 표시했던 강전향 망건장 보유자./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 강전향 선생은 망건장으로 유명하다. 망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해
- 망건은 갓을 쓰기 전에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두르는 일종의 머리띠이다. 망건은 윗부분을 졸라매는 당, 아랫부분을 졸라매는 편자, 그물처럼 얽혀 이마 부분을 감싸는 앞, 뒤통수를 싸매는 뒤로 이루어진다.
 
망건의 재료로는 말의 꼬리털을 주로 사용한다. 틀을 짜고 앞뒤로 안을 짜서 만든 양건을 삶아서 부드럽게 한 다음 먹으로 염색을 하고 조립해 완성한다.
 
▶ 망건에도 계급을 구분하는 아이콘이 있다고 하는데
- 망건에 계급을 표시하거나 장식물을 하기 위해 앞뒤로 보석 등으로 만든 관자와 풍장을 붙이기도 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67호인 김혜정 탕건장 보유자. 감투라고 불려졌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 김혜정 선생은 탕건장이다.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67호인 탕건에 관해서도 궁금하다
- 탕건은 망건과 같이 남자들이 갓을 쓸 때 받쳐 쓰는 모자의 일종이다. 갓이 외출할 때 외관을 정제하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탕건은 집에서 간편하게 착용하는 것으로 감투라고도 한다. 벼슬에 오르는 것을 일컫는 ‘감투 쓴다’는 표현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 재료나 만드는 방법에 관한 부연 설명도 부탁한다
- 탕건의 재료는 말총이나 쇠꼬리 털을 사용한다. 그 가운데서도 제주도 조랑말의 말총이 가장 가늘고 질기며 부드럽고 매끈해 최고로 꼽혀 탕건은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졌다.
 
탕건을 만들 때에는 탕건꼴에다 대고 절어 나가며 저는 방법에 따라 홑탕건과 겹탕건, 무늬를 넣은 바둑탕건으로 구분된다.
 
갓 전시관을 방문한 중국 계림시 공연단에게 설명 중인 양금미 대표./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 기자

제주공예의 대표적 아이콘 장순자 보유자를 만난 갓 전시관은 국가의 지원과 사비를 섞어 2009년 완공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갓을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땅을 국가에 헌납하고 작품을 기부했다고 한다. 장인의 온화한 인상 뒤에 숨겨진 예인의 끈질긴 집념이 읽혀졌다.

외할머니 강군일 여사에서 고정생 선생을 거쳐 딸인 양금미 대표에게까지 사 대째 이어져 온 갓일의 세대전승. 앞으로 제주 문화의 발전적 계승측면에서 어떤 형태로 발전될지 행정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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