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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00세 시대 노인 암환자의 항암치료에 대한 오해와 진실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지은기자 송고시간 2017-03-09 15:22

대전선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윤화 과장
대전선병원 혈액종양내과 정윤화 과장.(사진제공=선병원)

암은 여전히 치료가 어렵고 치명적인 병이지만 최근 2~30년 동안 많은 치료법과 약제의 발전으로 암 관련 사망률이나 치료 반응률 등 각종 암 관련 지표들이 과거보다 천양지차로 나아졌다.

건강검진을 통한 암의 조기 발견으로 더 많은 환자가 수술을 통한 완치의 기회를 얻게 됐고 과거에는 높은 재발률을 보였던 국소진행성 병기(주변 조직 침윤 및 주위 림프절로 전이 진행)의 암 환자들이 수술 전후에 항암·방사선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재발하지 않고 더 오래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미 원격 전이가 돼 수술할 수 없는 환자들도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를 포함한 효과적인 항암치료의 개발로 암을 극복하며 생명을 연장하거나 심지어 몸에서 암이 완전히 소실되는 완전관해상태를 얻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런 성과가 무색하게 노인 암 환자의 암 관련 지표는 이전과 비교하여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6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2.4세로 점차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가 진행하면서 노인 암 환자의 수도 그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

반면에 노인 암 환자의 치료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드시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할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노인 암 환자의 치료실태 보고들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상당수의 노인 암 환자들이 단지 고령이라는 이유로 암 치료를 시작단계부터 포기한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암의 병기가 진행된 상태일수록 분명하게 나타난다.

수술이 가능한 초기의 경우 수술을 통해 완치를 얻고자 하는 고령 환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반면에 수술할 수 없는 전이성 암 환자의 경우 항암치료를 전혀 받지 않고 통증치료나 합병증에 대한 대증치료만 받으면서 임종을 기다리는 환자들도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 암 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았을 때가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생존기간과 삶의 질에 있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는 보고들이 많이 나와 있다.
 
자료사진.(사진제공=선병원)

항암치료는 적절히 사용되었을 때 노인 암환자에서도 여전히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 환자들이 암 치료를 기피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자녀들과 떨어져 살게 되면서 환자를 돌볼 가족 구성원이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자밖에 없거나 사별하여 혼자 지내는 경우, 가족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주는 것이 염려되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처럼 사회경제적 문제가 한 원인이다.

또 항암치료에 따르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 동반된 만성질환으로 항암치료가 어려운 경우, 노인의 경우 암이 천천히 자라서 치료가 필요 없다는 잘못된 의학상식이나 식이나 대체의학만으로 자가 치료를 하는 경우, 기력저하로 인한 항암치료의 어려움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처럼 의료상의 문제가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중 의료적인 측면에서 항암치료를 결정할 때는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와 치료를 받는 것이 어떤 이득과 감내해야 하는 부작용이 무엇인지 받을 수 있는 항암치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 항암치료 전문의와 충분한 상의를 거쳐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항암치료에 비교적 양호한 반응을 보이는 암종이면 오히려 항암치료를 받은 후에 삶의 질이나 전신상태가 나아지는 경우도 자주 볼 수가 있다.

암의 종류에 따라 사용되는 항암제의 종류(경구용, 주사용, 표적치료, 면역치료제)와 부작용이 제각각이며 필요에 따라 항암제 용량과 스케줄을 유동적으로 조절하여 노인 환자라도 견뎌낼 수 있게 대처할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주변의 이야기를 본인에게 적용하여 자의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도 노인 암 환자의 치료가 지니는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노인 종양학(Geriatric oncology)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치료할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와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노인항암치료 전담과나 전담의사를 배치하여 노인 암 환자를 별도로 관리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으며 항암치료 후 부작용 예측모델과 수명예측 모델 등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또 치료를 잘 견뎌낼 수 있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미리 파악하기 위해 일반 환자와는 구분해 세세한 사전 평가(노인포괄평가)를 시행하고 항암치료 과정 중에도 적극적인 영양 공급 및 부작용 관리를 통해 사망률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노인 환자에서 중요한 문제인 치매나 뇌졸중 같은 인지기능, 그리고 신경학적 동반질환 및 심혈관질환에 대한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관련 진료과간에 유기적인 협진체계도 이뤄지고 있다.

다가오는 100세 시대로 가기 위한 중요한 관문 중 하나인 노인암 치료의 발전을 위해 의학계의 노력과 동반하여 노인 암 환자의 항암치료에 대한 인식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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