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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뉴스통신TV ANA취재파일] 경성대 무용학과 폐과 수순... ‘대학이 만드는 블랙리스트’

[부산=아시아뉴스통신] 도남선기자 송고시간 2017-03-22 17:46

 
경성대학교가 무용학과 등 4개 학과의 폐과를 진행하자 재학생들이 반발에 나섰다. 무용실에 있어야 할 학생들은 매일같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학생이 든 검은 피켓에 쓰인 "돈만 보는 대학 예술파괴 지름길"이라는 문구가 인상깊다.(사진제공=경성대학교 무용학과)

[앵커 / 장서윤 아나운서]
지식의 상아탑이라고 불리던 대학이 취업전문학원으로 전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순수예술전공학과가 줄줄이 ‘폐과’되고 있습니다. 2012년 동아대 무용학과가 사라진데 이어, 지난해엔 신라대 무용학과가 학부 내 무용전공으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부산에 남은 무용학과는 부산대와 경성대뿐이지만, 경성대 무용학과마저도 폐과 위기에 처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도남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팅 / 도남선 기자]
무용실에 있어야 할 학생들이 거리로 나왔습니다.
 
학생들의 손에는 ‘학과폐지 반대’와 ‘우리는 춤추고 싶다’는 내용의 문구가 쓰인 피켓이 들려있습니다.
 
경성대가 무용학과를 비롯해 4개 학과에 대한 폐지를 확정하고 행정절차를 시작하자 재학생들이 이에 반발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는 겁니다.
 
경성대는 21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사실상 무용학과의 폐과를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경성대 무용학과는 2018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게 전과를 권유하고 있지만 수년간 무용가를 꿈꿔온 아이들에게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인터뷰 / 이효인 경성대학교 무용학과 2학년] 
“여태까지 해왔던 게 물거품 된 것 같고 꿈을 짓밟힌 기분... 솔직히 전과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가 전과할거였으면 아예 무용과를 오지도 않았고, 저희는 춤추고 싶어서 무용과 왔는데 전과하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경성대 무용학과 학생들이 폐과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제공=경성대 무용학과)

대책이 서지 않는 것은 학부모도 마찬가집니다.
 
훌륭한 무용가, 예술가로 키워내기 위해 학부모가 흘린 피, 땀, 눈물도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 서정일 경성대 무용학과 학부모]
“저희 무용하는 친구들은 굉장히 오랜 시간 투자해서 여기까지 왔고, 이 아이들이 다른 과로 가거나 폐과가 된다고 하면 앞으로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다른 것으로 바꿀 수가 없습니다”
 
학부모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학교측에 폐과 반대의사를 전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 서정일 경성대 무용학과 학부모] 
“저희들은 목표 자체가 폐과 반대입니다. 폐과가 되면 안 되는. 그래서 먼저 학부형들끼리 다 모여서 목소리를 높일 거고요. 각종 언론, 그리고 교육부까지 쫓아다니면서 폐과가 되면 안 되는 이유를 피력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폐과가 되지 않도록 할 겁니다”
 
경성대 무용학과 학생들이 폐과를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쓴 대자보./아시아뉴스통신=도남선 기자

경성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학교가 무용학과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몇가지 평가지표에는 취업률이 포함돼 있습니다.
 
춤만 추는 학생들에게 높은 취업률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비판이 있지만 학교의 계산에 ‘예술’은 없었습니다.
 
[인터뷰 / 김경옥 경성대 무용학과 총동문회] 
“이미 학교측은 결정을 해놓고 있더라고요. 더 이상은 안 된다. 경성대 무용학과에 더 이상 시간을 줄 수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진보성향 문화예술인의 지원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취업률 등 경제논리를 기준으로 만든 경성대의 이번 폐과 블랙리스트에는 무용학과와 교육학과, 정치외교학과, 한문학과 등 4 곳이 포함됐습니다.
 
우리 모두가 분개했던 정유라 씨의 “돈이 곧 실력”이라는 말도, ‘돈 안 되는 학과’는 없애버리겠다는 대학의 경제논리 속에 결국 현실이 돼버려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시아뉴스통신 도남선입니다.
 
[진행] 장서윤 아나운서
[취재] 도남선 기자
[촬영편집] 박재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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