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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안철수의 우클릭

[강원=아시아뉴스통신] 이순철기자 송고시간 2017-04-11 16:46

강릉시민 함동식
강릉 초당동 허균 생가에 가면 주변을 둘러싼 소나무숲이 가히 일품이다. 학창시절 초당 솔밭으로 소풍을 갔던 기억도 있고 지금도 산책삼아 두부 안주에 술한잔 생각이 날 때면 가끔 들르곤 한다.
 
솔밭 옆으로 경포호수가 이어지고 호수 넘어로 율곡 이이가 태어난 오죽헌이 있다. 율곡과 허균은 조금 차이가 나지만 비슷한 시기에 경포호수를 사이에 두고 태어난 강릉의 천재요 인물이였다.
 
율곡은 꽃길만은 걸어간 정통 유학자였지만 허균은 유학은 물론 불교와 도교에도 심취한 사상의 이단아였고 풍운아였다.
 
나는 세상을 삐딱하게 살아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율곡 보다는 허균에게서 더 큰감동을 받았고 오죽헌보다는 허균 생가를 더 자주 찾곤 한다.
 
진짜 이유는 오죽헌은 입장료가 있고 허균 생가는 입장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로 다른 두 사람에게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두 분 모두 49세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강릉의 천재는 마흔아홉에 죽는다고 하던가. 나처럼 모자라고 아둔한 놈은 술을 밥삼아 먹었어도 오십을 넘겼으니 그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허균은 삼봉 정도전 이래로 조선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라는 생각이 든다. 조선은 이성계가 세운게 아니라 이성계의 칼을 빌려서 정도전이 세운 것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허균 또한 조선 사회의 모순에 눈뜨면서 안정된 삶이 보장된 울타리를 걷어치우고 비바람 몰아치는 광야에 나선 인물이다.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이해득실을 계산하기 분주하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신념을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리고 산다는 것은 보통사람이 흉내내기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면 허균은 어떤 책과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았을까. 천재적인 인물이라 독창적인 사상도 많지만 중국 명나라 말기 이탁오(李卓吾)의 영향을 일부 받은 것으로 추측된다.
 
허균의 저서중에 한정록(閑情錄)이란 책이 있는데 허균 나이 사십대 초반부터 저술하여 죽을 무렵에 탈고된 책이다.
 
한정록에 이씨분서(李氏焚書)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씨가 쓴 분서라는 뜻이니 이탁오의 저서 분서를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이탁오는 허균보다 사십여년 먼저 태어난 사람으로 공자와 주자로 대표되는 유교 질서에 강력하게 저항한 인물이다.
 
이슬람교도 였으며 불교와 노장 철학, 양명학에 일가를 이룬 사상가였다. 혹세무민 한다는 죄명으로 투옥되어 자결로 생을 마감하였으니 이후 중국은 물론 조선 사회에서도 금기시 되던 이단아였으며 불순분자였다.
 
허균이 이탁오의 저서인 분서를 이씨분서라고 에둘러 표현한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언제쯤 이탁오를 접하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 사상적 영향을 받았음직하다.
 
나 역시 예전에 이탁오를 접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많이 받았었는데 정말 충격적이 었던 것은 풍도(馮道 882~954)에 대한 인물평 이였다. 풍도는 중국 당나라가 망하고 송이 건국 되기전 혼란기인 5대10국 시대의 관료였다.
 
풍도의 일생을 요약하면 5조8성11제(5朝8姓11帝)로 정리된다. 다섯 왕조 여덟 성씨 열한명의 황제를 섬겼다는 뜻이다.
 
풍도는 이러한 이력 때문에 사후에 변절자 간신 등으로 회자되었으며 유교적 충의 질서를 무너뜨린 부도덕한 인물로 낙인 찍혔다.
 
그런데 그런 인물을 이탁오는 다르게 평가하였다. 풍도는 군주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였고 나라의 흥망보다는 백성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였으니 변절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여 인식하고 느끼는 것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이처럼 다른 것이다.
 
시대를 앞서가는 인물은 항상 불우하고 불행하며 이(利)를 멀리하고 신념으로 사는 인간은 숭고하다.
 
또한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명분이 있었야 한다. 세월이 흘러도 신념은 남아 있는 법이고 합리적 명분은 새로운 평가를 기다린다. 세상의 질서는 정연하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항상 일정하며 역사의 심판은 준엄하기까지 하다.
 
바야흐로 꽃피는 봄날이다. 장미대선으로 일컬어지는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한 달여 남았다.대선 정국이어서 그런지 온갖말들이 난무한다. 그 중에 나를 너무 혼란스럽게 하는 말들이 있는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말들이다. 정치인이란 진열대에 올려진 상품과 같다.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 그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구매를 기다리는 것처럼 정치인은 자기의 이념과 정책적 비전을 분명히 밝히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탄핵정국에서 가장 먼저 박근혜 하야를 주장한 인물이 안 후보이다. 사드 배치문제도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반대하였다. 그러다 갑자기 박근혜 사면문제를 기자로부터 질문받자 국민이 원하면 논의 할 수 있다고 하고 사드 배치는 안보상 필요함으로 반드시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꾸고 있다.
 
개성공단 즉각 재개를 주장하다가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유로 추후 논의돼야 한다고 말한다. 재벌개혁을 외치다 재벌이야기도 안꺼낸다.
 
안보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뜬금없이 당선되면 미국에 제일 먼저 가겠다고 한다. 미국을 먼저 방문해야만 대한민국 대통령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많은 사람들은 진보의 헤게모니를 선점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선명성 경쟁에 뛰어 들었던 안 후보가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니 표를 얻기 위하여 심하게 우클릭 하는걸로 밖에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안철수의 이념은 무엇인가. 이념이 있었는데 바꾼 것인가. 아니면 애초부터 아무생각도 없이 정치를 시작했던 것인가.
 
박근혜는 능력도 실체도 없이 이미지 메이킹으로 성공한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세상을 경영할만한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허균과 이탁오처럼 죽음마저도 꺾지 못한 신념이 있었야 하며 자기 몸을 다른곳에 두고 언행을 바꿀때에는 풍도와 같은 큰 명분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새 정치를 외치면서 이미지 메이킹에만 열중하는 한 정치인에게 열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조가 없는 지도자는 믿을 수가 없고, 믿을 수가 없는 지도자는 따를 수가 없다.-중략- 선비와 교양인과 지도자에게 지조가 없다면 그가 인격적으로 장사꾼과 창녀와 무엇이 다른가”
 
이것은 내가 하는 말이 아니고 시인 조지훈이 그의 수필 지조론(志操論)에서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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