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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화관광도시" 울진이 주목받는 까닭

[대구경북=아시아뉴스통신] 남효선기자 송고시간 2017-04-12 10:41

'대게' 국가브랜드대상ㆍ '금강송숲' 대한민국대표브랜드 대상
지난 6일 중앙일보 미디어그룹과 글로벌경쟁력연구센터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2017 국가브랜드 대상'시상식에서 임광원 경북 울진군수(오른쪽)가 '대게'부문 대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울진군청)

"생태문화관광도시" 경북 울진군(군수 임광원)에 경사가 겹쳤다.

지난 2016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 시상식에서 울진군이 5년 연속 "생태관광도시"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한 금강송면 소광리 울진금강소나무 숲과 두천리 일원이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데 이어 지난 4월 6일 울진군의 최고 브랜드인 '울진대게'가 '2017 국가브랜드 대상' 대게 부문 1위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미디어그룹과 글로벌경쟁력연구센터가 주관한 '2017 국가브랜드대상선정위원회'에서다.

국가브랜드대상선정위원회는 지난 2월 '2017 국가브랜드 대상' 대게 부문 1위로 '울진대게'가 선정됐다고 밝힌데 이어 지난 6일 서울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이번 국가브랜드 대상 선정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했다.

사실상 "생태문화관광도시" 울진을 상징하는 대표적 브랜드인 '울진금강소나무'와 '울진대게'가 명실상부 국가 대표 브랜드로 지정됨에 따라 울진이 전국 최고의 "생태문화관광도시"임을 입증한 셈이다.

이번 '울진대게'의 국가브랜드 대상 선정은 특히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웃 지지체인 영덕군과 오랫동안 "원조 논쟁"이 야기될 만큼 '대게'를 놓고 두 지자체 간 자존심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또 최근 포항시가 대게 홍보에 주력하면서 대게를 둘러싼 브랜드 논쟁은 가열 양상을 보여왔다.

이번 '울진대게'의 국가브랜드 대상 선정으로 사실상 울진대게가 생산력이나 선호도 등에서 우위를 점유하고 있음이 입증됐다.

국가브랜드대상선정위원회는 이번 선정을 위해 객관적 브랜드 경쟁지표인 NBCI(National Brand Competitiveness Index)의 브랜드 인지도, 대표성, 만족도,충성도, 경쟁력, 브랜드 종합 호감도 등 구조화된 설문문항을 설정해 엄격하게 분석, 선정된 결과라고 밝혔다.

또 이번 선정을 위해 국가브랜드대상선정위원회는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의 주요 도시와 9개 광역지자체 거주 2만4000명(남 1만2024, 여 1만1976)을 설문 개체수로 설정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선정 심의 결과 '울진대게'가 경쟁력 지수 83.78을 얻어 비교 개체인 '영덕대게(83.65)'와 '구룡포대게(78.33)'를 누르고 '대게 부문' 1위로 선정됐다.

특히 '울진대게'는 이미지와 품질, 선호도 항목에서 높은 지수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죽변항 울진대게 조업 과정.(사진제공=울진군청)

◆'울진대게' 선호도ㆍ만족도 1위...타 지자체간 논쟁 "종지부"

이번 '울진대게'의 국가브랜드 대상 선정은 '울진대게'가 울진군의 대표적 브랜드 가치를 탄탄하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유감없이 입증한 쾌거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이번 '울진대게'의 국가브랜드 대상 선정은 수 십 년 간 지속돼 온 "대게 원조논쟁" 등 소모적 논쟁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울진군은 지역 내 대게 생산.유통단체와 함께 지난 민선 5기 이후 "대게 원조논쟁"의 소모적 관행에서 벗어나 대게 자원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산업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울진군은 대게 주산지인 죽변항과 후포항의 수협, 생산.유통단체와의 주기적 회의를 통해 "저급대게(일명 물게)"의 생산.유통을 자율적으로 철저하게 규제하고 '대게 조업기간 1개월 단축'을 비롯 '1일 1척 위판량 제한' 등 자율적 '대게 위판량 쿼터제'를 도입해 뿌리내리는 등 대게 자원 보전을 위한 "생태어로" 정착에 만전을 기해 왔다.

이번 국가브랜드대상 선정은 울진군과 어업인들의 대게 자원 보전과 고품질화를 통한 "품격높은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평가이다.

임광원 울진군수는 "이번 국가브랜드대상 선정이라는 쾌거는 지난 수 년 간 우리지역 어업인들이 대게 자원 보존과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의 산물"이라며 "이번 대상 선정이 어업인들을 비롯 군민 모두에게 자긍심과 함께 울진군의 자치경쟁력을 배가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죽변항의 울진대게 위판 모습./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 '울진대게' 위판은 한 편의 역동적 드라마…생태관광의 정수

최근 휴일은 물론 평일, 새벽녘이나 아침 무렵이면 죽변항에는 외지인의 발길이 이어져 삶의 역동성이 죽변항 싱싱한 활어처럼 튀어 오른다.

대게 조업철인 매년 12월부터 5월 말까지 평소보다 조금만 더 서둘러 동해를 박차를 떠오르는 해를 가슴에 안으며 죽변항을 찾으면 죽변항이 펼치는 역동적인 삶의 현장과 조우한다.

대게를 비롯 수산물 위판 과정은 죽변항이 펼치는 한편의 역동적 드라마이다.

오전 9시 어부들과 대게상인들과 중매인들 그리고 죽변항을 찾은 외지 관광객들로 왁자한 죽변수협 위판장이 호루라기 소리에 정적을 되찾는다.

'울진대게' 공개 입찰을 알리는 소리이다.

죽변수협의 공개 위판은 경매방식으로서 죽변수협으로부터 위판 허가를 득한 중매인들만 참여할 수 있으며 일명 '후다(나무조각으로 만든 경매용 도구)'를 이용한 '최고가 낙찰' 방식이다.

죽변항에는 15명의 중매인이, 울진의 남쪽 관문인 후포항에는 40명의 중매인이 활동하고 있다.

죽변수협 직원인 경매사가 "위판을 알리"는 호루라기를 불며 가지런히 진열된 대게 앞에 서면 중매인들이 일제히 '대게 1마리의 가격'을 기입한 '후다'를 경매사에게 제시한다.

경매사는 '후다'를 내미는 순서대로 받아 제시한 금액을 확인한다.

경매사는 중매인이 제시하는 순서대로 '후다'에 적힌 가격을 재빠른 눈길로 읽어내고 기억한다.

이렇게 중매인이 제시한 가격을 일람한 후 경매사는 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중매인에게 낙찰한다.

대게는 주로 크기별로 구분해 진열해 놓은 무더기별로 경매를 붙인다.

울진대게 중 가장 최상품으로 치는 "박달대게"는 마리 별로 따로 경매를 붙인다.

경매위판이 시작되면 흥청거리던 죽변항은 일순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중매인들의 눈초리는 경매사의 눈길과 표정에 꽂혀있다.

이렇듯 '울진대게'를 비롯 죽변항의 명품인 문어, 오징어, 방어, 대구, 새우 등 갖은 수산물은 모두 죽변수협의 위판을 거쳐 판매되므로 위판과정은 '한 편의 역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

죽변항의 공개위판 광경이 울진 '생태문화관광'을 맛보는 묘미로 각광받는 것도 위판과정이 보여주는 역동적이면서도 짜릿한 긴장감 때문이다.

죽변항에 오면 동해바다의 싱싱한 생선을 속지 않고(?) 값싸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죽변항의 울진대게 위판 준비 모습./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 국민이 가장 믿고 선호하는 대게 "울진대게"

죽변항과 후포항을 비롯 구산항 등 울진군 내 크고 작은 항포구는 지난해 12월 3일 일제히 대게자망 그물을 바다에 던지고 대게 조업에 나섰다.

대게 첫 위판은 지난해 12월 15일 죽변항에서 펼쳐졌다. 이날 500마리의 대게가 위판됐다.

지난 2월 말까지 경북 울진의 죽변항과 후포항에서 생산된 대게는 45만9568㎏으로 105억2270여만원의 위판고를 올렸다.

또 지난 1월부터 2월 말까지 죽변항에서 잡힌 대게생산량은 21만7095㎏으로 54억7477만원의 위판고를 기록했으며 후포항에서는 24만2473㎏에 50억4793여만원의 생산고를 올렸다.

"울진대게"를 비롯 대게류는 법률로 금어기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대게 수컷에 한해 해마다 12월1일부터 이듬해 5월 말까지 포획을 허용하고 있으며, 암컷 대게는 년 중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
 
울진대게 생산 어업인들이 대게 위판을 위해 죽변항 위판장에 진열하는 모습./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대게자원 보호에 팔 걷은 울진 어민들...1일 위판량 쿼터제 운영

대게의 본 고장인 죽변항과 후포항 등 울진지역 연안 대게 자망어업인들은 ▶대게 어족 자원 보존 ▶울진대게의 품질 확보 ▶울진대게 브랜드 가치 선양을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대게자망어선 1척 당 1일 위판량을 200마리로 한정하고, 선원 1인당 100마리씩을 더해 일반적으로 4명의 대게자망어선의 경우 1일 위판량을 600마리로 제한하는 "대게위판량 쿼터제"를 죽변수협과 연계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울진의 대게자망 어업인들은 자율적으로 감시단을 구성하고 불법대게조업 근절에 나섰다.

1일 위판량 제한을 통해 어획량을 한정시켜 실질적인 대게자원 보전에 나선 셈이다.

울진지역 대게자망 어업인들은 대게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지난 2002년부터 대게조업 개시일을 "11월부터 조업이 허용되는 법적 기일을 1달 늦춘 12월부터 조업에 나서기"로 자율적 규정을 정해 운영해 왔다.

울진지역 어업인들의 이같은 어자원 보호 노력은 정부 당국을 움직여 '대게조업 기간'을 1개월 늦춘 '12월1일부터 익년 5월31일까지'로 법제화했다.

또 자망 그물코도 기존의 180m/m 이상 규격을 240m/m 이상으로 늘이는 등 대게자원 보존에 앞장서 왔다.

어업인들은 또 죽변수협과 함께 "'물게(속이 차지 않은 대게)' 연중 팔지도 사지도 말기" 캠페인을 연중으로 실시해 "울진대게"의 품격과 자긍심을 지키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국가브랜드 대상 선정도 죽변항과 후포항 등 울진 어업인들의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다.

이 때문에 죽변항을 비롯 후포항과 사동,덕신,오산항 등 울진지역 주요 대게 생산 어항을 찾는 관광객들과 외지 대게상인들로부터 "가장 믿음직한 대게 브랜드"라는 찬사를 얻고 있다.
 
전국 최고의 에코힐링로드이자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5년 연속 수상한 울진금강송숲길./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울진금강송숲'에 쏟아진 찬사...'국가중요농업유산'ㆍ'한국관광100선' 선정

세계적 명품이자 유네스코 등재를 앞두고 있는 "한국 관광의 별 (Korea Tourism Awards)" '울진금강소나무숲'이 지난해 12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확정됐다.

또 세계적 명품 숲이자 한국 최고의 "에코힐링로드"인 '울진 금강송 숲길'이 새로운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이번 울진금강송숲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고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면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울진금강송숲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은 국내 산림자원 분야 최초이며 경북도의 첫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이라는 쾌거로 기록된다.

이번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은 울진군이 전략적 가치로 추진해 온 "생태문화관광도시"의 이미지 배가는 물론 '유네스코 등재 실현'에도 한 발 더 다가가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울진군이 오는 2017년부터 본격 추진하는 '세계 FAO(세계주요농업유산) 지정'을 위한 행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울진군은 올 초부터 세계 FAO 지정 준비에 착수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는 농업유산의 체계적 관리와 활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농촌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지난 2013년부터 시행돼 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0월 공모지를 대상으로 1차 심의를 거쳐 11월에 현지 실사와 12월23일 2차 심의를 거쳐 이날 최종 확정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울진금강송숲은 심의위원회의 전원 일치로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진금강송숲은 ▶농산물 생산 및 주민생계 수단 ▶농업자원의 지식체계 및 기술 ▶농업자원의 문화가치 체계 ▶현저한 경관과 탁월한 임산 어매너티 및 토지ㆍ수자원 함량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증진 기능 등의 탁월한 농업유산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임광원 경북 울진군수.(사진제공=울진군청)
이번 지정으로 '울진금강송 숲 군락지 산지농업시스템'은 향후 3년간 국비 15억원을 지원받아 경관보전 및 다양한 생태관광상품.프로그램 개발 등에 쓰이게 된다.

이번에 지정된 대상지는 금강송면 소광리1,2리와 전곡리, 북면 두천1,2리 등 금강소나무 숲 23.14㎢를 포함 총 면적 141.88㎢에 이른다.

울진금강송숲은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일대에 군락을 이루며 조선조 황장봉산으로 관리되 온 근거를 제시하는 '황장봉계표석(黃腸封界標石 문화재자료300호)' 2기를 비롯 울진 동해연안과 영남내륙을 연결하는 부보상의 유산인 새재성황과 십이령길 등 상징문화경관과 생물 종다양성을 확인하는 탁월한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지난 1959년 국내 유일의 ‘육종림’ 지정, 1985년 천연보호림 지정, 2001년 산림유전자원으로 지정돼 국가적 보호지로 관리되고 있다.

임광원 울진군수는 "울진금강송숲 군락지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으로 탁월한 산림생태.문화.경관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라며 "2017년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목표로 울진금강송숲 군락지의 임업유산 가치 발굴과 체계적 정리를 통해 대한민국을 뛰어넘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금강소나무숲...솔향이 이끄는 에코힐링로드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일원에 펼쳐진 금강송군락지는 2247ha의 면적에 200년이 넘은 노송 8만그루, 520년 된 보호수 2그루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나무로 지정된 350년의 미인송,수령을 짐작하기도 어려운 울진 대왕금강송 등 모두 1280만그루가 자생하는 국내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다.

이곳 금강송의 평균 수령은 150년에 이르며 나무 지름이 60㎝이상 되는 금강송 1600여 그루가 하늘을 받치고 솔향을 가득 뿌린다.
 
'한국 관광의별'이자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5년 연속 수상한 울진금강송숲길./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십이령바지게길의 또 다른 이름은 "소금과 미역의 길"이다.

동해연안 울진지방에서 생산된 양질의 자염(煮鹽; 바닷물을 끓여 만든 천일염)과 죽변항의 싱싱한 해산물(고등어, 문어, 미역)이 '선질꾼'으로 부르는 상인들에 의해 봉화, 영주 등 영남내륙 지방으로 넘어가던 "해산물 유통로"이다.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른 지구온난화 문제는 자연이 고의적으로 일탈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분별없는 욕망에 선제적으로 울리는 경고이다.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가없는 쪽빛이 가슴으로 밀려들고, 밤하늘에서는 한없이 맑은 별이 가슴 속으로 쏟아 내린다.

우리 땅, 산마루나 강둑 어느 곳엔들 사람들이 뿌려놓은 곡절과 사연이 켜켜이 쌓이고 포개져 장엄한 역사를 이루지 않은 곳이 어디 있으랴 마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길 위에는 이 땅을 디디고 살아 온 수많은 사람들이 펼친 희노애락의 드라마가 오롯이 스며있다.

◆울진금강소나무 '십이령길'은 "생명의 길"

울진의 바다와, 울진의 햇볕과, 울진의 바람과 그리고 울진사람들의 질긴 생명력이 만든 "소금과 미역의 냄새"가 십이령길 한걸음 한걸음마다에 오롯이 배어 있다.

백두대간의 동편, 일테면 강원도 북쪽 간성에서부터 속초, 강릉, 주문진, 묵호, 삼척, 울진 등 동해연안에서 태백준령을 넘어 서쪽으로 넘나들던 길은 지금도 수 없이 만날 수 있지만 울진 '십이령길'은 여타의 길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봉화,영주,안동 등지의 영남내륙 사람들은 '십이령길'을 넘어 오던 울진 산 '소금과 미역'으로 산모의 생명을 살리고 돌잔치를 치루고 혼례(이바지)를 지내고 상례와 제례를 치렀다.

봉화, 안동지역의 의례음식의 전통성과 특성을 이야기할 때 "울진 산 소금과 미역 그리고 십이령길"을 빠트리면 "이는 간이 맞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과 다를 바 아니다.

십이령길을 걷노라면 금강소나무가 잦아 올리는 솔향따라 십이령을 노마드처럼 넘나들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 가득 밀려온다.

나라를 앗기고 몇 남지 않은 백성을 데불고 십이령을 넘어 왕피리로 숨어든 실직국왕의 비장한 이야기와 국운이 다한 고려왕조의 복위를 위해 숨가쁘게 넘나들다 역사의 저편으로 스러진 여말선초 충절들의 못내 이루지 못한 혁명의 꿈, 소금단지와 미역단, 말린 문어를 얹고 닷새마다 십이령을 넘나들며 가계(家系)를 일궈온 '십이령바지게꾼'들의 사연과 곡절이 산모롱이마다, 숨 가쁜 고개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깎아 세운 듯 편편한 절벽에 음각된 '황장봉산 동계표석'에는 당시 조선조의 엄격한 관리를 통한 생태보전 정책의 단면이 각인돼 있다.

최근 울진 북면 두천에서 오르는 십이령길 찬물내기 쉼터 부근에서 발견된 '황장봉산 동계표석'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됐다.

황장봉산 동계표석은 너비 250㎝, 높이 130㎝의 면적의 자연암벽에 '黃腸封山 東界鳥城 至西二十里(황장봉산 동계조성 지서 이십리)'의 13자가 종(세로)으로 음각돼 있다.

이 표석의 발견으로 황장봉산의 동쪽 경계는 조성(鳥城)임이 확인됐으며 그 범위는 이십리에 이르는 것이 확인됐다.

'황장봉산 동계표석'이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지정됨에 따라 울진군은 황장목(울진금강소나무) 관련 2개의 역사적 유적을 보유하게 됐다.

하나는 지난 1994년 문화재로 지정된 '소광리 황장봉계 표석(경북문화재자료 제300호)'으로 금강송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로 오르는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 광천 변에 있다.

최근 "인문학적 삶과 힐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국의 지자체는 앞 다퉈 이름도 유사한 "길" 개발에 행정력을 쏟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도보길이 595개에 이른다고 한다.
 
울진대왕금강송의 웅울한 자태./아시아뉴스통신=남효선 기자

그 중 울진십이령길은 타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엄격한 "예약탐방제로 운영"되는 "생태의 길"이다.

'금강소나무숲길'로 명명된 울진십이령길은 5개의 구간으로 구분돼 있다.

이중 북면 두천리에서 서면 소광리로 이어지는 13.5Km의 1구간은 '소금과 미역'을 바지게에 얹고 평생을 넘나들던 '선질꾼'들이 펼친 "삶의 이벤트"가 오롯이 스며있다.

소광리에서 광회로 이어지는 16.7Km의 2구간은 지난해 초 일반인들에게 개방됐으며 단체팀 위주로 운영된다.

3구간은 소광리에서 통고산 휴양림에 이르는 18.3Km 구간이다.

'소광리 솔평지~장군터'로 이어지는 4구간은 지난 2015년 처음 시범운영한데 이어 2016년부터 본격 개방.운영하고 있다.

울진군 북면 두천1리에서 서면 소광2리에 이르는 1구간, 1구간의 종착지인 소광2리에서 쌍전리돌배나무를 지나 광회리에 이르는 2-1구간, 그리고 소광2리에서 화전민터와 금강송군락지를 돌고 나오는 3구간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구간별 1일 80명만 가이드 동반해 입장할 수 있다.

또 지난 2015년에 조성한 "친환경숲길-대왕소나무숲길"은 지난해 처음으로 개방해 시범운영한데 이어 올해도 시범운영한다.

"대왕소나무숲길"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2회 시범 운영되며 탐방인원은 1일 20명 이내로 제한된다.

최근 십이령길이 시작된 북면 두천마을에는 '십이령주막촌'이 조성돼 산촌휴식지로 각광받고 있다.

탐방은 '금강소나무숲길 홈페이지(uljintrail.or.kr)'에서 접수해야 하며 2구간의 경우에는 위탁업체인 금강소나무숲길(054-781-7118)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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