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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근의 진짜웨딩] 결혼식 사회를 맡았다면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이시경기자 송고시간 2017-04-14 20:45

웨딩칼럼니스트 권경근./아시아뉴스통신 DB

어느 날 친한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랜 친구의 결혼식 사회를 맡게 되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라고 했다. 그것도 주례선생님이 없는 결혼식이라 부담감이 두 배라며... 나 역시 전문 사회자로서뿐만 아니라, 친한 지인의 결혼식 사회를 부탁받아 전국 곳곳으로 찾아갔었다. 보통 나이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면서, 한 번쯤 친구 결혼식의 사회를 봐야 할 일이 생길 것이다.
 
우선, 친구로부터 부탁을 받았다면 사회를 맡는 데 부담감은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사회를 맡게 된 결혼식에서 혹여 내가 실수하거나 잘 못 하진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많은 사람 앞에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가 않다. 그래서 조금 서툴 수도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사회를 마치 방송 시상식처럼 대단히 잘해야 한다는 마음보단, 천천히 대본을 보며 하면 된다는 편한 마음을 가진다면 한결 수월할 것이다.
 
덧붙여 사회를 보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수많은 부부의 결혼식을 진행해오면서 생각하게 된 결혼식 사회의 기본적인 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지금부터 신랑 OOO 군과 신부 OOO 양의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시작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결혼식에서 시작(개식사)은 처음 분위기를 사로잡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식 시작시각 전후로는 하객들이 자리를 찾고 앉거나, 오랜만에 만난 친인척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분위기가 어수선해진다. 이때 사회자가 하객의 집중을 끌 수 있다면 하객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사회자가 누구인지 소개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저는 오늘의 주인공인 신랑 OO 군의 오랜 친구 OOO입니다. 오늘 이렇게 장가가는 친구의 결혼식을 진행하게 돼 기쁩니다” 이렇게 신랑과 10년 넘은 죽마고우이거나, 또는 신부를 5년 전부터 짝사랑했으나 오늘 포기하게 된 사람이라거나. 사회를 맡게 된 동기들을 포함해 본인의 이름과 관계 정도만 알려도 하객에겐 충분히 소개될 것이다.
 
결혼식 중간마다 사회자로서 분위기를 이끄는 데는, 박수유도만 한 것이 없다. 신기하게도 하객들은 ‘박수’라는 단어에 자연스럽게 손바닥을 마주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치면 나도 쳐야겠다는 일종의 전염성이 있는 것이 바로 박수다. 그래서 실제 웨딩홀의 버틀러들은 식의 순서를 꿰고 있기에, 어느 타이밍에 박수를 쳐야 하는지 알고 박수를 먼저 치면, 하객들이 따라서 박수를 보내는 경우들이 많다. 이제 이 글을 읽은 후라면, 결혼식에서 눈치를 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버틀러의 박수뿐만 아니라, 사회자가 직접 박수유도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주로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는 동안, 두 사람의 성혼 선언 후, 부모님께 인사하는 순간, 축가를 하는 사람을 맞이할 때 등 “축하의 박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로 분위기를 이끌 수 있다. 박수는 하객들이 신랑 신부를 축하하는 좋은 방법이니, 적당한 타이밍에 박수유도를 잘할 수 있다면 결혼식의 분위기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한 편, 식의 순서는 어떻게 되고 대본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보통 웨딩홀에서는 자체 식순과 사회 대본이 있다. 자체라고 해서 웨딩홀마다 제각각 다르다기보다는, 큰 틀의 순서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고 대체로 대본의 멘트는 간단하다. 주례가 있는 경우라면, 식 전에 주례선생님과 미리 만나 식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하면 된다. 보통은 맞절부터 혼인서약과 성혼선언, 주례사와 부모님께 인사 등을 주례선생님께서 주관한다. 그래서 사회자는 “다음은 혼인서약이 있겠습니다” “이어서 성혼선언의 순서입니다” 등으로 순서를 짚어 얘기하면 된다. 반대로 주례가 없는 경우라면, 사회자가 전체적인 진행을 도맡아야 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로 성혼선언이나 덕담의 경우, 주례선생님 대신 양가의 부모님 또는 친인척을 모셔서 말씀을 부탁드리기 때문이다. 대신 사회자는 신랑 신부의 동선을 언급을 해주면 된다. 예를 들어, “신랑 신부는 단상을 향해 서주시기 바랍니다”, “두 사람은 신부 부모님 앞쪽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등으로 말한다. 실제 예식장에 가서 한 번 더 살펴볼 때, 그곳에 일하는 직원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친절히 답해줄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나 몇몇 예비 신랑들은, 사회를 맡은 친구에게 결혼식에서 짓궂은 장난이나 사회자 이벤트를 하지 말아 달라며 신신당부하기도 한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은, 어르신들과 친인척을 모신 자리에서 보기 민망하거나 안타까울 정도의 지나친 이벤트라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생에 단 한 번 결혼식인 만큼, 괜찮은 이벤트로 기억에 남을만한 순간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웨딩칼럼니스트 권경근./아시아뉴스통신DB

예전에는 만세삼창을 필수 코스처럼 했는데, 이제는 구식이라며 거의 하질 않는다. 요즘 하는 이벤트로는 신랑이 회사 생활 중에 술에 취해도 집에 잘 들어가는지 테스트를 하기 위해, 코끼리 코를 돌고 신부 볼에 뽀뽀를 성공해야 한다는 미션을 주는 것이 있다. 이때, 신랑이 넘어지거나 휘청휘청하면 하객은 웃음을 터뜨린다. 그러나 버진로드와 바닥 간의 턱이 높다거나, 주변에 위험한 장애물이 있을 경우는 피하는 것이 좋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다치는 일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이벤트로는 장모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장모님 앞으로 가서 업어드린 후 단상 중앙으로 이동해 앉았다 일어났다를 할 수도 있다. 그동안에, “장모님, 감사합니다”, “장모님, 잘하겠습니다”, “장모님, 사랑합니다” 식으로 삼창을 외치게 한다. 그러나 이때, “아, 우리 신랑 어머님이 어색한 미소로 바라보고 계시네요” 하며 어머님도 업어드리면서 “어머니, 사랑합니다”등 멘트와 박수를 유도한다.
 
필자도 수많은 사회 단상에 서보면서, 매 순간 많은 시선과 주목으로 긴장되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작과 함께 그 날의 주인공이 입장하면 하객들은 신랑 신부의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에 시선이 쏠린다. 그러니 사회에 대해 걱정이나 부담은 가지지 않길 바란다. 내 오랜 친구 또는 가까운 지인을 위해 흔쾌히 사회를 맡아서, 그 행복한 순간을 함께했으면 한다. 결혼식의 사회를 맡는 것은, 그들을 축하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 아시아뉴스통신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권경근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우로 데뷔해,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홈쇼핑 쇼호스트, 리포터 등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권경근의 잘 말하는 연구소 대표로, 한양여대, 동아방송예술대 등 대학에서 스피치, 소통 강의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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