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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위의 붉은 꽃, 진짜 참치를 '참치권'에서 만나다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이미현기자 송고시간 2017-04-19 10:42

이양은 기자가 만난 사람-권택수 참치권 대표
자료사진. (사진제공=이코노미뷰)

경남 창원지역에서 대표적인 참치집을 꼽으라면 ‘참치권(대표 권택수)’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3대 조리학교인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지역 최고의 참치집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참치권의 권택수 대표를 만나 한국에서 꽃피우는 정통 일본식 참치요리에 대해 들어보았다. 참치는 최고의 고단백저칼로리 식품으로 유명하다. 영양은 물론 부위마다, 먹는 방법에 따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요리다. 권택수 대표는 참치를 연구하는 구도자의 자세로 미각의 향연을 구현하고 있었다. 참치의 참맛을 위해 장인의 길을 걷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도시의 참치집 간판은 범람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진짜 참치집’은 드물다. 기자는 수많은 식당 중에서 ‘참치권’이 정통 일본식으로 손꼽히는 비결을 권택수 대표에게 물었다.

“글쎄요. 저희 참치권은 특별한 특징보다는 일본요리의 기본에 충실할 뿐입니다. 참치권의 요리를 알아봐주시는 손님들 덕분에 마치 엄청난 비장의 무기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일본에서 배운대로 엄격한 기본을 지키고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기존 참치집처럼 미각을 해치는 씻은 김치, 조미김, 정체불명의 알밥 등은 배제하고, 참치를 가장 즐길 수 있는 기본과 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죠. 손님 또한 격에 맞는 분들이 오셔서 이를 알아봐 주시기 때문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권 대표는 스스로 고집과 엄격함이 지나치다며 웃었다. 청결은 물론 식당 내부의 모든 것이 반듯하지 않으면 못보는 성격이라고 한다. 이는 손님 서비스도 마찬가지. 제자리에 가야할 것은 제자리에, 음식이 나올 시간에는 최고의 음식이 시간에 맞추어 제때 나와야 한다. 잡다한 요리보다는 손님의 미각을 돋을 수 있는 정갈한 계절 요리를 세심하게 준비하고, 손님의 취향과 상태를 파악해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통 일본요리의 참치는 당연히 양보다는 질입니다. 최고의 참치를 준비해 미각을 즐겁게 하기 때문에 배부르게 많이 나오지도 않습니다. 고급 참치 한 점의 원가를 감안한다면 손님이 느끼하다고 느낄 정도로 배부르게 먹는다는 것은 일본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겠죠. 저희 집의 모든 요리는 참치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요리사와의 소통이 중요하고, 전문가가 권하는 대로 먹었을 때 마침내 참치 맛의 극치(極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음식문화가 다르고 즐기는 방법도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고급 참치를 대할 때 기다림과 절제가 필요하고, 요리사에 대한 믿음과 소통이 중요한 이유다.

일식요리의 구도자

“진정한 요리의 정의에 대해 물어 보신다면. 글쎄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웃음). 요리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저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무엇보다 요리만 잘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미적 감각은 물론 여러 방면에 통찰력도 있어야 진정한 요리사가 될 수 있거든요. 이제 갓 마흔을 넘긴 나이에 감히 요리를 정의내리는 것 자체가 오만이 아닐까요?”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를 우수하게 졸업한, 지역 최고의 참치집으로 손꼽히는 참치권의 권택수 대표에게 당연한 듯 물었던 기자의 질문에 대한 권 대표의 현답이었다. 현재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권택수 대표는 분명 ‘요리의 구도자’였다.

평범한 청년에서 요리사로 거듭나게 된 그의 지난 이야기는 참치의 오묘한 맛처럼 다채로웠다. 20여 년전 운동을 좋아하던 청년 권택수는 일식 요리사가 되기 위해 함박눈이 내리던 겨울, 서울로의 무작정 상경을 감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일식 요리사가 되었고, 처음 1년 정도는 그럭저럭 요리를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밑천이 드러난다는 초조함과 진정한 장인이 되려면 현재의 벽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용기가 더해져 28살 조금은 늦은 나이에 과감히 일본행 티켓을 끊었다.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 우수하게 졸업

그는 히라가나만 알고 있던 일본어 실력을 조리학교 수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1년동안 하루 4시간 이상 자지도 않으며 공부했고 드디어 일본의 츠지조리사전문학교에 입학했다.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는 프랑스의 르꼬르동블루, 미국 CIA 조리학교와 함께 세계 3대 조리학교로 불리는 명문. 어려운 조리용어부터 일식의 기본과 고급과정까지 모든 것을 다시 2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당시 교수들이 수업을 마치면서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권군 (권택수 대표) 더 이상 질문 없나?’였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마침내 수많은 학생들을 제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권 대표는 실습 실력은 물론 모방과 창조에도 능했다. 그만큼 절박하고 절실한 시간이었고, 이를 통해 한국의 일식문화를 감히 바꿀 수 있는 용기와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귀국 후 얼마의 시간동안은 한국의 현실이 꿈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방황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그를 붙잡은 것도 일식이었다.

“문득 내 가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처음 참치권의 간판을 올리고, 당시 업계에서는 흔치 않았던 예약제를 실시했습니다. 저를 믿고 찾아오는 손님에게 정성으로 빚어낸 최상의 요리를 대접하고 싶었거든요.” 

참치권의 인기가 날로 올라가면서 시행착오도 이어졌다. 좁은 공간, 북적대는 홀과 시간별로 자리를 확보해야하는 불편함. 권 대표는 이런 서비스는 진정한 장인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과감히 같은 건물 3층 100여평의 공간을 확보해 몇 시에 방문한 손님이든 편안히 먹고 갈수 있도록 했고, 선호하는 분위기와 공간의 선택기회를 부여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완성했다. 다른 일식집은 도마 하나만 고급 편백나무를 쓰는 경우가 많지만, 참치권은 모든 실내인테리어를 손님을 위해 고급 편백나무로 바꾸기도 했다.
 
자료사진. (사진제공=이코노미뷰)

내 마음도 이 칼처럼 깨끗이 갈 수는 없을까

권 대표는 매일 출근 전 샤워를 하며 나름의 주문(?)을 외운다고 한다. ‘어제도 손님 많이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그 정도만 부탁 드립니다’ 어제 손님이 한명이었든, 백명이었든 언제나 같은 내용의 기도문을 권 대표는 외운다. 긍정과 감사가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다.

“청소를 하면서, 칼을 갈면서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 마음도 이 칼처럼 깨끗이 갈수는 없을까’ 그러면 마음이 조금 더 겸허해지고 낮아집니다. 저는 하루하루 출근할 때마다 오늘 처음 오픈하는 가게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간판을 올리던 그 날의 첫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요리를 제공합니다. 오늘이 처음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직원들이 출근해줘서 고맙다는 마음으로 일합니다. 돌이켜보면 저는 분명 사업가가 아니라 천상 요리사입니다. 제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손님과 이야기하며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맛있게 만든다

‘권군. 자네는 엄격한 환경 속에서 조리하는 걸 즐긴다. 그리고 선배가 이야기하는 것을 귀담아 듣는다. 그래서 자네는 하고 싶은 요리를 하면 반드시 될 것이다’

권 대표의 스승인 츠지조리사학교 카와모토 교수가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식사자리에서 해준 덕담이다. 이처럼 엄격한 기본, 스스로를 낮추는 겸허함 그리고 절대긍정이 권택수 대표의 특기다. 그래서 그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었는데 맛이 없다면 해결은 간단하다. 맛있을 때까지 연구하고 마침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드는 것이다.

“요리사는 요리사다워야 합니다. 요리의 장인이 되기 위해선 일을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고집도 있어야 하며, 모든 일에 만능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본을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요리사 권택수 대표와의 인터뷰는 많은 가르침을 남겼다. 그는 고급식당에 가면 그 격에 맞게 손님도 고급이 되어야 하고, 자신보다 전문가인 요리사의 조언에 따 라 미각의 세계를 느껴야 한다고 전했다. 즉 자기가 선택한 가게에 맞는 손님이 되어, 식당의 룰을 따라야만 최고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저희를 도와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더 열심히 해서 더욱 참치권을 빛내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 최선을 다했기에 내일 가게가 없어지더라도 미련은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끝까지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십시오.”

기자가 만난 권택수 대표는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는 젊은 장인이었다.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깊은 열정을 가진 진실한 사람이었다. 일본 본토의 미식가들이 참치권을 방문해 극찬을 아끼지 않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참치권의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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