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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칼럼 - 제주야담 400042] 제주 4.3, 민중화가 이명복 통해 '한국 리얼리즘' 진입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7-04-24 23:44

광주시립미술관 이명복‘그날 이후’전, 제주 4.3의 확장성 확인
강연균 작가, 허달용 광주민예총 이사장, 이명복 작가, 조진호 광주시립미술관장(좌로부터). /(사진 제공=이명복)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은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이명복 작가의 작품 50점을 전시중이다. 30일까지 전시되는 이명복 작가의 ‘그날 이후’전의 가치는 크게 세 가지로 축약된다.

첫 번째는 제주미술 혹은 제주 4.3 미술의 확장성에 가치를 둔다. 특히 내년은 제주 4.3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십 년 단위로 부여되는 연대기적 가치 나아가 제주 4.3 미술의 국제전과 서울전을 탐색하는 제주 4.3 70주년의 의미는 결국 연대를 통한 '확장성의 확보'에 있다.

그런 면에서 5.18의 공간, 저항(민중) 미술의 대표 공간인 광주에서 한 해 먼저 선보이는 작품 '기다리며', '붉은숲'이 전시장에 걸린 의미는 상당히 크다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제주 4·3 미술이 광주 미술의 심장 시립미술관에 걸렸다는 것이다. 공간적 측면이 확장성의 의미를 더욱 부각시켜 준 것이다. ‘민중미술'이란 수사적 의미와도 딱 맞아 떨어진다. 광주시립미술관이 80년대 초부터 한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직시했던 작가의 노력을 놓치지 않앗다는 방증이다.
 
'그날 이후' 이명복 작. 1984. /(사진 제공=이명복)


마지막으로는 이명복 작가의 작업이 연대기적 서술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여타의 작가들과 엄연히 구분되는, 상당히 미술사적으로 가치적 측면이 큰 작가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주제 ‘그날 이후’ 역시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를 의미한다.

제주지역 미술평론가 김유정씨와 광주 민예총 허달용 작가의 응원은 상당히 주목되는 부분이다. 세 사람의 민중미술은 민주화나 연대기적 의미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이었을 것이다.

이명복 작가의 연대기적 리얼리즘 역시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결국 제주 4.3과도 맞닥뜨리게 된다.

1기는 1984년 작 ‘그날 이후’로 대표되는, 서울 기지촌을 소재로 삼아 미국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기다리며' 이명복 작. 2015. /(사진 제공=이명복)


2기인 1990년대 작품 역시 역사적 공간, 농민·노동자가 소재로 등장한다. 작품 속에 묘사된 민중들의 사실적인 모습들은 그의 리얼리즘 미술의 지난한 과정을 말해 준다.

3기인 2000년대 이후 작품 역시 권력과 전쟁에 신음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풍자한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현장을 묘사하는데 비판의 붓질을 멈추지 않았던 작가의 맹목이 제주에 와서 제주 4·3을 놓칠 리가 없었다. 섬 곳곳에 짓눌린 백성의 피눈물을, 공간의 증언을 외면할 리가 없었다.
제주 4.3과 제주풍경, 해녀들로 양분되는 제주시대가 4기로 분류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그날 이후’전은 제주 4.3의 확장성에 큰 도움을 줬다. /(사진제공=이명복)


그는 2009년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세계자연유산 특별전 전시작가로 참가한 인연을 시작으로 제주도에서 벌써 7년째 작업 중이다.

이방인에게 제주 4.3이 쉬울 리 없지만 제주 역사와 4.3에 대해서 공부 하고 답사도 다녔다. 결국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광주 사람들도 공감했던 것은 결국 ‘현대사의 아픔’ 아니었을까. 작가의 그림을 통해 제주 4.3을 재인식하는 계기를 확보했다고 보면 틀림없다. 제주로 이주하는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제주 4.3에 대한 채무의식 같은 게 있다. 작가는 앞으로도 매년 제주 4.3에 대한 작품을 내고 싶어 한다.

기회가 마련되면 70주년이 되는 내년에 그의 전시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이 서울이든 해외이든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지금 오스트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위인전 코리아 임프레션전에도 12점의 그림이 전달됐다고 한다. 어쩌면 7월 터키에서도 좋은 소식이 전해질지도 모른다. 제주 4.3의 외연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노동자' 이명복 작. 1991. /(사진 제공=이명복)


제주 미술, 제주 4.3(리얼리즘)을 알리는 방법으로 제주 밖으로 나가는 일만큼 좋은 일이 또 있을까.

강인한 민중작가 이명복의 그림에서 힘이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치, 사회, 국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캔버스에 담아낼 수 있는 용기, 그런 것들이 연대기적 서술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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