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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근의 진짜웨딩] 진정한 웨딩마치의 의미를 찾아서

(아시아뉴스통신= 이시경기자) 기사입력 : 2017년 05월 14일 17시 43분

웨딩칼럼니스트 권경근./아시아뉴스통신 DB
 
산티아고 순례길로 세상에서 가장 긴 결혼행진을 간 부부가 있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대신, 등산복과 배낭을 메고 떠난 이들에게 결혼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42일간의 시간 동안 만난 세계 각지의 순례자들은 그들 결혼식의 특별한 하객이 됐다. 스페인과 호주에서 온 음악가의 축가도 있었고, 한국에서 온 스님은 덕담까지 주었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순례를 마친 후 다시 한 달 반 동안 유럽 각지를 여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출한 비용이 총 1200만 원 정도였다는 점이었다. 지난번 칼럼에서 얘기한 결혼준비 평균 비용인 약 7000만 원의 20% 수준인 셈이다.
 
이들 부부가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펼쳐진 결혼식 이야기를 담아 책을 내었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는 얼른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구매하여 읽어보았다. 책 표지에 있던 첫마디는 내 머리를 탁하고 치는 느낌을 주었다. “우리 결혼식 대신 산티아고 순례길 걸을까?” 책을 읽을수록 순간순간의 생생함이 느껴졌고, 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들은 함께 걸으며 각자 자신의 짐을 지고, 때로는 서로를 의지하며 이해해가는, 결혼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아직 미혼인 나로서도 만약 신부가 허락한다면 함께 떠나는 것을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볼 마음마저 불러일으켰다.
 
사실 예비부부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결혼’이란 두 단어는 마냥 신나지만은 않은 일이다. 갖고 있던 통장의 잔액을 남김없이 쓰는 것은 물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거나 빚을 지면서까지 ‘결혼’이란 것을 준비하게 된다. 비단 드는 비용의 문제를 넘어, 진정한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가가 생략된, 우리 사회의 관념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으레 치러야 하는 ‘의무의 결혼’보다는 산티아고를 다녀온 부부처럼 그들만의 ‘결혼 방법’에 대해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웨딩칼럼니스트 권경근./아시아뉴스통신DB
 
새로운 결혼 방법이라 하면 무언가 거창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결혼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하자는 말은 아니다. 단지 형식적으로 치르는 결혼을 벗어나, ‘하고 싶은’ 결혼을 하자는 것이다. 하루는 주변 친구가 결혼할 때였다. 청첩장에 적혀있던 결혼장소에 가보았더니, 준비된 하객 의자가 평소 보던 웨딩홀에 비하면 몇 개 되지 않아서 순간 놀랐다. 알고 보니 살면서 한번 볼까 말까 했던 사돈에 팔촌까지의 친척이 아니라, 양가부모의 형제들만 초대한 것이었다. 신랑 신부의 친구도 10명 내외로 평소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만 하객으로 참여하였다. 나는 우리나라 ‘품앗이’ 문화 속에서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하게 됐냐고 물었다. 친구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결혼 하는 거야”
 
지난해 1월, 제주도에는 32년 만의 폭설이 내려 여행객들의 발이 꽁꽁 묶일 때가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 폭설 덕분에 한 신랑 신부는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다. 이 결혼은 ‘김포공항 4번 게이트 결혼식’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 부부는 사실 제주도에서 스몰 웨딩을 올리기 위해, 하객 약 서른 명과 김포로 갈 예정이었다. 예약한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결항하고, 해당 항공기마저 연기가 지속되자 이들은 공항에서 결혼식을 결정한 것이었다. 당시 턱시도와 웨딩드레스, 사회를 맡은 친구와 사진 찍을 친구도 다 함께 있었기에 문제가 없었다. 심지어 공항에서는 사정을 봐주고, 마이크까지 빌려주었다. 언론에서는 이 특별한 결혼식을 연일 보도하였고, SNS상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비록 누구나 꿈꾸던 화려한 장소도 아니었고 맛있는 음식도 없었지만, 그들은 많은 사람에게 주목과 축하를 받으며 평생 기억에 남을 그들만의 결혼식을 올렸다.
 
일본에서는 한 병실에서 결혼식이 진행됐다. 사실 이 결혼은 말기 암으로 병상에 있는 신부의 어머니를 위해 몰래 준비한 것이었고, 웨딩드레스를 입은 딸을 본 어머니는 놀랐지만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병실에서는 신랑과 신부 어머니가 서로 손을 맞잡고 서약을 했다. “제가 노조미를 평생 책임지겠습니다” “자네에게 모두 맡기겠네” 그리고 신부가 어머니께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을 전했고, 어머니는 두 사람의 혼인서약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결혼을 마쳤다. 비록 짧은 결혼식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결혼’의 원래 의미를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 집안 잔치라는 명목으로 무리를 해야만 하며, 정작 신랑 신부는 발을 동동 굴려야만 하는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한 번쯤 왜 우리가 결혼하는지, 무엇을 위해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그러면 결혼이 마냥 숙제로만 느껴지진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허례허식 없는 결혼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처음에는 작은 물결이 나중에는 큰 물결이 돼, 진정한 웨딩의 의미를 찾는 커플이 많아지길 바란다.
  
◆ 아시아뉴스통신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권경근 대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우로 데뷔해,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홈쇼핑 쇼호스트, MC 등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K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대표로, 연세대, 동아방송예술대 등 대학에서 스피치, 소통 강의 등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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