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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참전용사 어르신의 마지막 친구 보훈섬김이

[인천=아시아뉴스통신] 김선근기자 송고시간 2017-06-14 19:16

인천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정수남
인천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정수남.(사진제공=인천보훈지청)

3년 전, 너무도 생소했던 ‘보훈섬김이’로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었다.

이내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껏 살아오면서 겪은 다양한 경험이 어르신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런 마음으로 활동하다보니 지금은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갖게 되었다.

젊은 날 10년 차 자재쟁이로 ‘미치지 않는 것이 용하다’는 동료들의 얘기를 들어가며 의욕적으로 일하고 박수 받으며 떠나올 때만 해도 내가 원하면 언제든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전업주부로 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못 다한 대학공부를 하는 등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남편을 따라 식구 모두 중국으로 가서 5년 간의 주재원 생활을 할 때에도 본토에서 HSK(중국어능력시험)에 도전해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경력단절의 벽을 실감하였지만 주저앉지 않고 전공을 살려 아이들에게 한자와 중국어를 가르쳐 보기도 하였다.

부족하다고 느끼던 엑셀과 경리업무를 배워 경리과에서 근무도 해봤지만, 젊을 때부터 계속 일을 해왔으면 몰라도 오십이 넘은 나이에 이런 일을 한다는 게 뭔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지고 젊은이들의 자리를 꿰찼다는 생각이 들어, 과감히 새롭게 찾게 된 것이 ‘보훈섬김이’라는 직업이었다.

‘보훈섬김이’는 하루에 서너 분, 일주일에 열세 분의 국가유공자 어르신을 찾아뵙는데, 한 분 한 분께 정성으로 보살펴 드리고자 한다.

오랜 직장경험이 있으신 어르신께는 직장경험을 떠올리며 공감이 가는 얘기를 나누고, 아직까지 글을 깨우치지 못하신 어르신께는 글을 가르쳐 드린다.

아파서 병원에 가셔야 하는 분들이나 관공서, 은행 등 동행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기꺼이 그분들의 손과 발이 되어 모셔다 드리거나 행정업무를 도와드리고 있으며 잔심부름은 물론 운동이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공원 산책 등을 함께 하며 든든한 친구가 되어드린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고령이신 어르신들께 가사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므로,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어르신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도와드리고 있다.

‘보훈섬김이’로서 필자는 참전용사 어르신들께서 참으로 불우한 시대와 환경 속에서 살아오셨다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연민의 정까지 더해져 때로는 가족으로 때로는 친구로 허물없는 사이가 되어 가고 있다.

어르신 입장에서는 인생길에 만나게 된 마지막 친구인 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봉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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