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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미술, 공간에서 길을 묻다(7) -아라리오뮤지엄] 작가의 습관, ‘익숙함’에서 멀어지기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7-06-18 00:57

김인배·리칭·수보드굽타·부지현, 작가를 체계화하는 기호와 언어 부정에 능한 작가가 되어라
리듬과 균형을 통한 기호와 언어표현을 즐기는 작가 김인배.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기호와 언어는 저마다의 형태를 지니고 세계를 구성한다. 경쟁자는 자기 세계를 구성하는 기호와 언어의 한계를 벗어나 관념과 운동성을 재현해내는데 나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가“

작가 김인배, 묘한 리듬과 균형을 통한 기호와 언어 이야기

작가 김인배의 작품 ‘델러혼데이니’를 보자. 작품 ‘델러혼데이니’는 과감히 생략되고 축소된 표정에 대비해 얼굴 형태 자체가 커다란 덩어리로 부각됨에 따라 시각적 리듬을 생성한다.

당신이 즐겨 사용하는 질료는 또 어떻게 차용되고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지리디슨 밤비니’는 또 어떤가? 이번에는 형체 이야기이다. ‘지리디슨 밤비니’의 둔한 형체는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전체를 파악하기 힘들며 덕분에 형태는 몸통의 기과함을 상쇄하는 묘한 균형을 이루어 낸다.
 
간접화법을 통해 중국사회의 부조리를 묘사한 리칭의 작품.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간접화법’의 마술사 리칭

중국사회의 급격한 변화의 단상을 여러 가능성으로 실험하며 회화에 담아낸다는 바이링허우 세대작가 리칭.

바이링허우 세대는 1980년대 개혁, 개방을 표방하던 중국이 시장경제 체재를 도입해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룰 때 물질적 혜택을 누리며 풍요롭게 성장한 세대를 일컫는다.

덕분에 지금 그는 격변하던 유년기를 무의식적으로 회상하며 중국 현대사회의 단면들을 현재로 다시 불러내는 일이 가능하다.

회화와 사진을 통해 직접적이지 않은 화법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작품 ‘마지막 교리 – 레핀의 “밭 가는 톨스토이” 이후’는 예술과 사회운동의 관계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하는 최근 작품이다. 자본주의와 노동을 바라보는 그의 독특한 방식을 확인할 수 있어 좋다.

뒤편에는 러시아 화가 일리아 레핀의 ‘밭 가는 톨스토이’ 의 모작이 걸려 있고 앞쪽에는 밭을 갈고 있는 톨스토이를 묘사한 조각이 반으로 갈라져 있다.

이처럼 레핀의 회화는 농부의 삶을 살기 위해 귀족의 삶을 포기한 톨스토이의 인생 후반을 묘사한 작품이고 앞쪽의 조각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보여주는 레핀의 작품과 유사하게 거친 색감과 붓질로 마감되었다.

이렇게 회화와 조각으로 두 개의 톨스토이의 이미지를 병치시킨 점,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고 일상과 예술, 실제와 스팩터클의 경계를 실험 하는 방식은 누구를 많이 닮았다. ‘데미안 허스트’, 레핀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보여주며 잊혀진 예술과 혁명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보여준다는 점이 많이 닮아 있다.
 
수보드굽타의 작품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 한다’./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인간의 미신과 이주, 양면성에 관한 자전적 이야기, 수보드 굽타

현대미술을 정의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사회문제의 은유’에 관한 미술이다. 인도현대미술의 지형도를 바꾸어 놓는 작가로 꼽힌다. 인도를 상징하는 도상이나 평범한 일상의 오브제들은 결국 변화하는 자국의 사회문제를 지적하는 수단들이다.

이제 당신의 수단을 고백해야 할 시간이다. 

총 길이 20미터가 넘는 작품 ‘배가 싣고 있는 것을 강은 알지 못 한다’ 안에는 의자., 침대, 자전거, 주전자 등이 실려 있다. 물건들은 가정 집기들을 배 위에 얹고 이주하는 인류를 상징한다.

거대한 크기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작품 아래서는 마치 그 안에 물건들이 다 쏟아져 내릴 것과 같은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또 다른 작품 ‘모퉁이를 돌다’는 오래되거나 버려진 인도의 식기를 쌓아 더미를 만들고 삐죽삐죽 솟아있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분수의 형상으로 제작한 것이다.

식기들의 소재인 스테인레스스틸은 작가의 트레이드마크이자 인도의 카스트 제도를 잘 나타내는 재료이다.

인도인들은 사기그릇엔 타액이 묻어 흡수되기 때문에 불결하다고 생각하며 살균이 가능한 스테인레스 스틸을 청결하게 여겨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인도를 잘 나타내는 상징물로써 스테인레스 스틸을 들고 있으며 반짝 반짝하고 화려하지만 가볍고 텅 비어있기도 한 그 양면성을 인도에 비유하고 있다.
 
집어등, 물 안 밖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즐길 줄 아는 화가 부지현.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부지현, 물 안 밖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즐기는 화가

‘수명을 다한 집어등’을 예술의 영역으로 안고 들어온 설치작가로 알려졌다.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운 매체를 이용했다고 하지만 그저 이어나가는 느낌이다.

그녀는 여전히 물, 빛, 투명성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작은 구조물에 갇힌 자신을 부정하는 것은 습관적 오류일 뿐이다.

작은 구조물로 이뤄진 큰 미로를 마주한 당신이라면 어떤 생각을 갖게 될까?

푸른빛과 전시장에 울리는 소리 때문에 마치 바다 혹은 파도 속에 휩쓸린 듯한 느낌. 투명한 아크릴 안에서 흔들리는 푸른 액체, LED의 푸른 불빛,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소리 그리고 바닥의 그림자가 어우러져 전시장 내에 환상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방향감 상실에다 주위 아크릴 통 안에서 흔들리는 물을 통해 느끼는 불안감은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당신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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