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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보수의 호들갑

[강원=아시아뉴스통신] 이순철기자 송고시간 2017-06-29 17:40

강릉시민 함동식
네발달린 것은 걸상 빼고 다먹는다는 중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중 하나는 아마 돼지고기 요리일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한 전 세계인들이 돼지고기를 즐겨먹으니 중국인들만의 기호는 아니겠지만 그들의 돼지고기 사랑은 유별 난데가 있다.

요리의 종류만도 수십 수백가지라고 하니 얼마나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을까 짐작이 간다.

중국의 수많은 돼지고기 요리중 가장 고급의 요리는 아마 동파육이 아닌가 생각된다.

동파육은 중국 북송시대 대문장가인 소동파(蘇東坡1037~1101)가 좋아 하였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돼지고기를 푹 삶아 건져내어 온갖 향신료가 들어간 소스에 다시 볶아내어 먹는 요리로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고급 요리이다.

소동파가 손님을 대접하기 위하여 돼지고기를 삶다가 손님과 바둑에 열중한 나머지 고기가 타는줄 몰랐었는데 그 탄고기가 바로 동파육이니 가끔 지나친 것이 좋을때도 있는가 보다.

소동파는 당시 왕안석(王安石)의 개혁 정치에 반대하였던 구법당(舊法黨)의 일원으로서 보수적인 정치인으로도 유명하지만 그는 문장과 글씨, 그림으로 더 유명한 당대의 문사요 예술가였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의 고려와 조선에 까지 큰 영향을 끼쳤으며 소동파 만큼 대중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이도 드물 것이다.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金富軾)의 이름도 소동파의 본명인 소식(蘇軾)에서 따왔으며 고려의 수 많은 명사들은 동파를 찬양하는 글을 남겼고 그에 대한 존경과 열광은 조선후기 추사 김정희에 까지 이어져 왔다.

심지어 고려는 몽고 침략기에도 동파의 문집을 간행하였다고 하니 고려사회의 소동파 열풍은 거의 광풍에 가까웠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도 있다. 고려인이 그렇게 사모하고 존경하였던 소동파는 사실 고려를 너무나도 증오한 인물이었다.

수차례 상소문을 올려서 고려는 상종 못할 오랑캐의 나라라고 비난 하였으니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동파는 무슨 억하심정이 있었기에 그렇게 집요하게 고려를 비난하였을까 궁금해진다.

동파의 입장을 이해 할려면 당시 동북아의 국제질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송나라는 건국이후 군사 반란을 억제하고 당나라로부터 이어져온 불교의 폐습을 바로 잡기 위하여 유학을 진흥시키고 학자와 문신을 우대하는 문치(文治)를 표방하였다.

그러니 자연히 군사력은 약화되고 거대한 사대부 사회가 형성 되었으며 북방에는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이 성장하여 황제국을 선포하고 중원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송이 가장 큰 골칫거리는 거란이였으며 송은 군사 강국이였던 고려를 이용하여 거란을 견제하고자 하였다.

송의 입장에서 보면 고려는 믿음직하고 든든한 우방이였으니 당시 고려의 국제적 위상은 대단한 것이었다.

송은 매년 고려의 조공에 답하여 엄청난 물량의 답례품을 보냈으며 고려 사신을 접대하는 비용 또한 막대하였다고 하니 송나라 조정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동파가 고려를 싫어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으며 그는 고려를 상종해서는 안되는 다섯가지 이유를 말하였는데 이것이 동파의 오해론(五害論)이다.

오해론은 대충 이렇다. 고려가 바치는 조공의 양은 적은데 답례품은 과하며 고려 사신 접대 비용이 부담스럽고 고려 사신을 통하여 정보가 거란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으며 고려가 받은 답례품을 거란에 줄 수 있고 고려와 왕래하는 것이 거란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겉으로 주장하는 다섯가지 이유 보다는 거란과 고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대국 송나라 백성으로서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동파의 문사적 반항심이 발현된게 아닌가 한다.

그러니 고려인들은 중원과 대등하다는 의식 속에서 소동파의 비난을 어린아이 투정으로 여겼을 것이며 순수하게 그의 시와 문장을 사랑 하였던건 아닐까.

당시 고려는 요즘처럼 사드 문제로 중국에 얻어맞고 북핵 문제로 미국에 눈치를 살피는 이런 나약한 나라가 아니였다.

우리의 역사에도 이렇게 군사 외교적으로 강대국과 어깨를 견주던 자랑스런 시절이 있었으니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얼마전 문정인 대통령 통일 외교 안보 특보가 한국 동아시아 재단과 미국 우드로 윌슨 센터가 워싱턴 DC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말한 발언 내용으로 국내가 좀 시끄러웠다.

뭐 특별한 것도 없는 발언인데 보수 야당에선 문재인의 특보가 아니고 김정은의 특보라고 논평하고 보수언론은 물 만난 고기마냥 신이 나서 문특보의 발언에 호들갑을 떨었다.

발언의 핵심내용은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발언이다. 예를 들어보자 격투기 시합을 하는데 나는 너를 때릴 수 있고 너는 나를 공격하면 안된다고 룰을 정한다면 상대방이 그 시합에 응해 오겠는가.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논리를 무슨 난리가 난 것처럼 보수 진영은 오도방정을 떨어대니 한심한 노릇이 아닌가.

하기야 청와대에서 조차 문특보에게 공식적으로 경고하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우리는 지금 지난 수십년동안 이어져온 미국주도의 서방패권주의 논리에 길들여져 있는건 아닐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우리는 그들과 다른 생각을 하여야 한다.왜냐하면 북한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우리가 직접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미국이 구축한 질서에 순응하더라도 우리는 독자적인 행보로 북한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얼마전 북한에 억류되어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돌아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은 불행스러운 일이며 북한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청와대는 물론 대부분의 국내언론도 북한을 비난하고 웜비어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그런데 2003년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대량살상 무기 사찰을 구실삼아 이라크를 침공하였을 때 수 만명의 이라크인 희생 되었다.

이슬람권 일부를 제외한 전세계가 미국의 명분없는 살육에 침묵하였으며 우리 또한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다.

수만명의 이라크인 목숨이 미국인 한명의 목숨보다 못하다는 말인가. 이 단적인 비교가 미국 주도의 서방패권주의의 민낯이다.

북한은 비이성적 집단이다. 그러나 엄연한 국제법상 국가이고 우리와 함께 번영해야할 같은 민족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서방의 질서에 편승하여 북한을 적으로만 대하여야 하는가. 동맹국에는 개처럼 끌려 다니고 동족에게는 개처럼 짖어 댄다면 이게 과연 자주적인 나라인가.

그 옛날 소동파의 부러움에 찬 증오가 새삼 되새겨진다.

이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맹자 양혜왕편에 보면 맹자가 제나라 선왕과 외교에 관하여 문답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맹자가 이런말을 한다. “오직 인자한 사람만이 능히 대국으로서 소국을 섬길 수 있으며(유인자위능 이대사소 惟仁者爲能 以大事小), 오직 지혜로운 자만이 능히 소국으로서 대국을 섬길 수 있습니다(유지자위능 이소사대 惟智者爲能 以小事大)”

내가 보기에는 미국의 트럼프는 소국을 섬길만한 인자함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문재인 정부는 대국을 섬길 수 있는 지혜가 있는가 한미 정상회담과 이어질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의 지혜와 외교적 능력을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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