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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화전은 불편시설이 아닌 안전시설입니다.

[인천=아시아뉴스통신] 양행복기자 송고시간 2017-08-15 10:30

인천중부소방서 송현119안전센터 소방교 신동혁.(사진제공=중부소방서)

매달 실시하는 소화전 조사가 정말 하기 싫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비번날 개인 차량 등을 이용해서 조사를 했었는데, 힘들게 나가서 주민에게 싫은 소리만 한 바가지 들어야만 했다.

이유는 자기 집 주변에 설치된 소화전이 그렇잖아도 부족한 주차공간을 차지해 생활에 불편함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공공시설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불편함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당시 그 일대는 소방차량 진입에 장애가 있던 곳으로 소화전 위치를 옮겨서는 효율적인 초동 대처에 곤란함이 있을 수 있는 지역이었다.

민원인에게 이런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소방서 차원에서 문제가 해결되기 까지는 소방용수조사가 이렇게 서러운 일인가 싶은 생각을 하며 일을 했던 기억이 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주택 앞 도로에 소화전의 수원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제수변 시설이라는 것이 있는데, 지난 달 그 자리에 잘 있던 것이 이번 달 조사를 나갔더니 말끔하게 시멘트로 메워져 버린 것이다. 앞집에 사정을 물었더니 제수변 주위 바닥에 금이 간걸 메우면서 미관상의 이유로 같이 시멘트를 발랐다는 것이다.

소방기본법 제28조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손상?파괴?철거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소방용수시설의 효용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고, 이로 인한 벌칙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결코 가벼운 죄가 아니다.

법은 처벌 조항을 말한다. 하지만 시민이 무심코 저지른 일에 법 조항 들이밀며 얼굴 붉힐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주의해달라는 말과 함께 이 후 도끼 등 장비를 다시 챙겨 와서 복구 작업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소방관들도 소화전 조사를 하며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담 한 두 개 정도는 있을 것이다. 지난 일이고 이후 특별한 사고가 이어지지 않아 이렇게 에피소드 소개하듯 말을 하고는 있지만 사고는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를 일이다.

굳이 법적인 벌칙조항을 말하지 않더라도, 내 집 주변의 소방용수시설이 다소 불편하고 보기 싫다고 해서 그 시설의 설치된 취지를 생각하지 않고 임의로 처리하여 사고로 이어졌다고 하자.

그리고 그로인해 가족, 혹은 이웃 주민이 상해를 당한다면, 임의 조치를 취했던 당사자도 평생 안고 가야할 죄책감을 감당해야할 것이다.

일반 시민들은 인지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소방관으로서 소화전 등 소방용수시설은 현장에서, 화재 상황이 조금만 전개되더라도 반드시 있어야하는 시설로 여기며 가장 가까운 소화전을 찾느라 고생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시설이 내 집 앞에 있는데 앞 뒤 생각지 않고 불편함만 생각했다면 생각을 다시 해보길 권해본다.

내 집 앞에 있는 소화전이 내 생활의 불편을 일으키는 기피 시설이 아니라 유사시 내 가정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시설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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