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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독재 고문수사 이뤄졌던 '중앙정보부 6국 터' 인권 광장‧전시실로

[서울=아시아뉴스통신] 박고은기자 송고시간 2017-08-15 18:51

 
영화 남영동1985 포스터./아시아뉴스통신DB.

군부독재 시절 혹독한 고문수사로 악명 높은 곳이었던 남산 예장자락의 '중앙정보부 6국' 자리에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어두운 역사를 기억하고 돌아보는 공간이 새롭게 조성된다.
 
서울시는 이 공간을 '중앙정보부 6국'을 의미하는 '6'과 부끄러운 역사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기억하자는 취지를 담아 ‘기억’으로 이름 짓고, 오는 8월까지 조성 완료한다고 밝혔다.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은 최근까지 서울시 남산2청사로 사용되다가 작년 8월 지하를 제외한 지상부는 모두 철거됐다.
 
‘기억6’은 인권을 주제로 한 빨간 대형 우체통 모양의 전시실(1층~지하1층, 160㎡)이 있는 300㎡ 면적의 광장으로 조성된다.
 
빨간 우체통을 모티브로 한 외관은 거대권력에 의한 폭력이 이뤄졌던 고통의 공간이었던 이곳을 '소통'의 공간으로 회복한다는 의미를 담아 디자인됐다.
 
전시실 지하에는 과거 '인민혁명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국가변란기도사건)' 등에 대한 수사와 고문이 이뤄졌던 취조실(고문실)이 재현된다. 1층 전시실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이 공간은 실제 취조실이 있었던 '중앙정보부 6국' 건물 지하공간(2개실)을 정밀 해체한 뒤 전시실 지하에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이와 관련해 오는 16일 문화재 이전?복원 전문업체가 해체 작업을 진행한다.
 
전시실 1층에는 자료 검색이 가능한 아카이브와 다큐멘터리 등 영상을 상영하는 프로젝터 등이 설치된다. 또, 전시실에 있는 엽서에 시민들이 직접 적은 메시지를 빔 프로젝터를 통해 내부벽면에 표출하는 참여형 전시도 진행된다.
 
광장에는 작년 8월 해체한 건물 잔해를 활용해 6개의 기둥이 세워진다. 각 기둥에는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문구가 새겨지며, 시민들이 앉을 수 있는 벤치도 설치된다.
 
고문 피해자인 녹색병원 설립자 양길승 원진직업병관리재단 이사장은 “공간을 완벽히 없애버리는 것보다는 역사적 사실과 상처를 딛고 새로운 시대적 경험을 통해 다른 걸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며 “피해자에게는 아직도 두려움, 트라우마, 다시 환기되는 것에 대한 거부 등이 있겠지만 우리사회의 한 부분을 강물이 쓸려 정화된 것처럼 한다면 그것 역시 역사에 대한 기만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초(定礎), 1972년 4월5일 중앙정보부장(中央情報部長) 이후락(李厚珞)’이라고 적힌 건물 정초석.(사진출처=서울시 제공)

한편, '중앙정보부 6국'은 군부독재시절 국내 정치사찰, 특히 학원사찰과 수사를 담당했던 국가기관이다. 건물 건립시기는 정확히 파악되지는 않지만 ‘정초(定礎), 1972년 4월5일 중앙정보부장(中央情報部長) 이후락(李厚珞)’이라고 적힌 건물 정초석이 남아있다. 1995년 안기부가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소유권을 매입, 이후 서울시청 남산 제2청사로 사용됐다.

국가정보원이 발간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에는 국가권력을 남용해 국민의 인권과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한 사건이 실려 있으며, 중앙정보부 6국에서 ‘인민혁명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국가변란 기도사건)’ 등 여러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고문이 이뤄졌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고통의 역사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 기록하고 창조적으로 재구성해 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되돌리는 것은 공간의 시민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어두운 역사를 치유하는 일”이라며 “‘기억6’이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었던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 우리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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