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6일 금요일
뉴스홈 사회/사건/사고
김승호 목상고 교장 “지식교육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

[광주전남=아시아뉴스통신] 고정언기자 송고시간 2017-08-20 11:52

31일 37년 교직생활 마무리...걸어온 길마다 큰 족적 남겨
"국어사전으로 쌓는 어휘력, 학습은 물론 삶의 토대 될 것"
김승호 목상고교장.(사진제공=목상고등학교)

김승호 목상고등학교장이 오는 31일 정년퇴임 한다.

그가 그동안 전남교육을 위해 애쓴 노고를 생각하면 전남교육계에선 아쉽고 애석한 일이다.

앞도 뒤도 안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37년의 교직생활, 밤새 불켜진 그의 사무실 때문에 퇴근이 늦어지는 부하직원들에게 워커홀릭(workaholic)이라는 수군거림을 듣기도 했지만 전남교육에 대한 그의 애정과 열정 만큼은 누구나 인정하며 고개를 끄떡였다.
 
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전국 최초로 개발해 전국화하고 함평 사립학교 기부채납을 이끌어 농어촌 학교 적정규모화사업의 전국 모델화 시킨 것도 그의 작품이다. 일단 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기면 좌고우면 하지 않고 돌진하는 그의 업무스타일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 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은 교과 내용 숙지보다 창의성과 인성교육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이러한 흐름은 자칫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본적인 지식교육은 필요조건이며, 여기에 인간관계, 의사소통 능력 등의 충분조건이 더해질 때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장이 걸어온 길에는 ‘변화와 변모’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교육의 본질과 더 나은 교육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까닭이다.

지난 2004년 발령받은 화순고에서, 2014년 부임한 현재의 목상고에서 3년여 만에 ‘기피하는’ 학교를 ‘가고 싶은’ 학교로 변모시키는데 성공했다.
 
그 바탕에는 선생님들과 함께 교과별 학습용어와 학습방법을 정리해 자료로 제작해 보급했고, 국어사전과 영어사전 활용을 통한 기본학력 확보의 노력이 있었다.

현재 김승호 교장은 사비를 털어 국어사전 보급운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매월 전남 농어촌지역 초등학교를 돌며 국어사전 보급운동을 펼쳐온 그는 지금까지 5개교에 140여권의 사전을 전달했다.

김 교장은 “사전에서 찾아보고 확실히 숙지한 단어만이 목소리 높여 말할 수 있고, 제대로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며, “초등학교 4학년의 국어사전 활용 여부가 학력격차의 변곡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교장은 “지식 없이는 결코 창의력이 있을 수 없다”면서 “교과서 중심의 체계적인 지식교육은 21세기 인재육성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요소”라 힘주어 말했다.

지식교육을 폄하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을 잘못 해석한 오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

김 교장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습득은 공통교육과정을 통해 반드시 성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 위에 창의와 협력 등 인성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지식교육의 기본은 어휘력에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장은 미국의 사전보급 운동을 한국에 최초로 소개한만큼 국어사전 기부 운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김 교장은 정년퇴임 이후에는 교육성장연구소를 개소할 계획이다.

그간 전남도교육청 장학사, 장학관, 정책기획담당관 등을 역임했으며 전남도청 정책자문위 위원 등 외부 전문가 역할을 수행해온 만큼 교육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이론이나 방법론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를 이어갈 방침이다.

그간 쉼없이 열정적으로 달려온 김 교장을 만나 지난 37년을 돌아봤다.
 
 
김승호 목상고등학교장./아시아뉴스통신=고정언기자

▶김장환 전 교육감 시절 시작됐던 기초·기본학력 제고사업과 대학생 멘토링 사업의 전국화 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초·중학교에서 기초학력과 자기주도적 학습방법을 습득하지 못하면 학생들이 상급학년에서 지속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사, 교장, 도교육청 장학관 및 교육장으로 재직하며 교육연구와 자료개발 보급 등 지원정책 추진을 다양하게 전개했다.

도교육청 장학담당 장학관으로 근무하면서 특별연구교사 업무 연구과제로 개념학습 자료(2002), 학습방법 익히기(2003), 필수학습요소(2009) 등을 선정하고 개발해 기초·기본학력 지도에 어려움을 겪던 일선 학교현장에 보급했다.

학교교육은 모든 학생의 기초·기본학력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는 교육책무성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미국의 대학생 멘토 활용을 통한 기초·기본학력 보충 프로그램인 ‘America Reads Challenge‘프로그램을 원용해 미국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지역 출신 대학생들을 일정 시간 연수를 이수시켜 방학중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직접 지도할 수 있게 했다.
 
전남교육청에서는 ‘방학중 기초·기본학력반’을 ‘여름학교·겨울학교’로 개칭해 초·중학생 대상 해마다 1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15년 동안 지속 운영해 왔다.

2년 전부터 이를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변경 운영되고 있다. 전남교육청의 대학생 활용 기초·기본학력반 프로그램은 교육부와 전국 모든 시·도교육청에서 대학생 멘토링제로 확산 보급됐으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화순고와 목상고 교장으로 재직하면서도 혁신모델을 창출하고 과학중점학교를 운영하며 명문고 육성의 기반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04년 9월 화순고 교장으로 발령을 받고 난후 중장기 학교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교직원의 혁신 마인드 제고를 위한 워크숍 개최, 학습교재 개발 보급 등을 통해 학교 발전 비전을 공유했다.
 
학생들에게는 자율성과 책임감을 키우는 훈화 활동 등을 전개해 수업개선과 생활 지도면에서 균형적인 발전을 이뤄냈고 그 결과 학교평가 우수고 표창, 국내 학교혁신 모델 4개고교 중 1교로 전국에 소개됐다.

또 전국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학교로 교육부총리상 표창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현재 목상고에서도 학교 실정에 맞는 새로운 시책을 개발하기 위해 함께 기획하고, 교직원들이 성취감을 느끼며 근무 할 수 있는 여건 조성과 능력 개발을 지원했다.

지난 2015년 9월 교육부 과학중점학교로 선정되며 명문고 육성의 기반을 조성했다고 자부한다.
 
▶함평교육장 재직시절 사립학교의 기부채납을 이끌어 내며 농어촌 학교 적정규모화사업의 전국적인 모델을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과정을 설명해 달라.
 
지난 2014년 3월 공모교육장으로 부임해 2012년 7월 지역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하면서 중·고교의 적정규모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지난 2013년 2월 지역사회 민관기관 대표 75명을 4개 소위원회 추진위원으로 위촉해 적정규모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특히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은 본래 집단간 갈등과 오해가 큰 작업이라는 점을 고려해 모든 회의자료와 회의결과를 홈페이지 전용사이트에 공개했다.

또 학부모와 지역민 등을 대상으로 충분한 설명을 통해 이해시켜 지역사회 전체가 동의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추진위원회 구성 후 1년만에 2개의 사립학교법인이 소속 4교(중2, 고2)를 국가에 헌납하면서 중학교 3개교가 1개교로, 고등학교 3개교가 1개교로 통폐합 결정되며 농어촌 중·고교의 선진교육 여건 조성 기틀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사립학교 기부채납을 통한 소규모학교 통폐합은 전국 최초의 사례로 정부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타 시·도 교육청의 벤치마킹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국가예산 1000억원과 인센티브 400억원을 지원받아 현재 함평지역에는 중 2교, 고 2교가 신축 및 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 9월 준공예정이다.
 
▶최근 김 교장께서는 어휘력과 독해능력 향상을 위한 국어사전 보급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유와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
 
교직경험을 통해 학생들의 낮은 수업참여도와 기초·기본학력 부진의 상당 부분이 교과서 용어와 교사의 수업용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

국내외 문헌과 핀란드, 미국, 일본 등의 정책 자료들을 분석하고 어휘력 배양과 독해능력 향상 등 자기주도 학습역량 제고를 위한 국어사전 보급 운동을 결심하게 됐다.
 
미국의 초등학교 3학년 대상 사전보급 운동인 딕셔너리 프로젝트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했고 실제로 함평교육장 시절 초·중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국어사전을 무료 보급한 결과 1년만에 2013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전남 시군에서 최저로 나타난 바 있다.
 
특히 함평지역에 지속적인 국어사전 보급 기반 조성키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국제로타리 3710지구(광주입석로타리클럽)와 MOU를 체결해 2014학년도에도 무료 보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 점이 보람으로 남는다.
 
목상고에 부임 이후 학생들의 학력실태 분석 결과 평준화지역 비선호학교로서 기본 어휘력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교육부 공모사업 선정에 따른 예산으로 고1과 고2 전체 학생들에게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을 보급해 자기주도 학습력 신장을 추진한 바 있다.
 
 ◇학력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석사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교육학박사
 
◇경력
▶장흥고, 승남중, 목포여고 교사 ▶전남교육연수원, 전남교육청 장학사 ▶영암고 교감 ▶전남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 ▶화순고 교장 ▶전남교육청 정책기획담당관실 정책기획담당관 ▶함평교육지원청 교육장 ▶목상고등학교 교장
 ▶한국외국어대 강사 ▶조선대, 동신대 대학원 강사 ▶호남영어교육학회 부회장 ▶교육인적자원부 평가위원회 시지역 평가위원 ▶현 전라남도정책자문위원회 인재육성분과위원장 ▶교육성장연구소 개소 예정
 
◇포상
▶대입전형 유공 표창 ▶청소년무궁화장 ▶교육발전 유공 표창 ▶국어사전 활용 학력제고 감사장 ▶함평 거점고 및 통합중 육성 감사패 ▶대한민국공무원상
 
◇저서
‘수능영어 독해전략’, ‘부모교육의 이론과 실제’, ‘국어사전 활용교육 공저’
 
 
 

[ 저작권자 © 아시아뉴스통신.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제보전화 : 1644-3331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의견쓰기

댓글 작성을 위해 회원가입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요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