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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 손인영 칼럼 - 제주무용] 잊혀진 무용가는 없다

춤추는 섬, '기록'에서 다시 시작하기

(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기사입력 : 2017년 09월 06일 09시 14분

베시숀버그

제주 이주 1년차인 나가 제주 문화에 대해 말할 자격은 없다. 그러나 돌아가는 상황은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제주 무용계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거의 다 아는 분들이다. 제주를 오랜 기간 지키고 일구어 온 분들의 애착이 집착으로 변하는 경우도 보았다. 제주 무용계를 지켜온 분들로 인해 제주 무용계는 발전을 많이 했다. 그 노력에 치하하고 후배들이 그 전통을 잘 일구어 가도록 길을 터주는 일이 앞으로 제주무용계 어른들이 하실 일이다.

가끔 내가 좀 더 나이가 들면 춤추는 후배들에게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다. 내가 춤 외에 늘 하고 싶었던 일이 글 쓰는 일이다. 나이 들어 춤으로 더 이상 뭔가 할 수 없을 때 젊은 후배들을 위하여 좋은 글을 써주고 싶은 것이 내가 늙어서 하고 싶은 일이다.

수많은 젊은 춤꾼들이 매일 공연을 하지만 그 공연을 기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작품은 수없이 쏟아지는데 기록되는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것은 애석한 일이다. 젊은 춤꾼들의 입장에서도 관객들이 구경만 하고 돌아서서 잊히는 공연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느 사회고 선두에서 열심히 걸어가야 할 나이가 있고, 뒤로 물러서야 할 나이가 있다. 서울의 무용계도 어르신들이 너무 오래 곳간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서 많은 부분 집착과 아집으로 점철되었던 때도 많았다. 작년에 장기집권을 했던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자리에 젊은 이사장이 당당히 선출되었다. 새로 선출된 이사장이 그 전 이사장보다 더 잘할 수 있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영원히 계속 될듯하던 이사장 자리였는데 모든 무용인들이 더 이상의 장기집권은 안 된다는 생각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낸 결과였다. 한국무용협회는 한번 이사장이 선출되면 늘 장기집권을 했었다. 누구든 그 자리에 올라가기만 하면 내려올 줄을 모르는 자리였다. 다행히 이번 이사장은 공약으로 이사장 자리를 재임까지만 할 수 있도록 재정을 정했다는 말을 들었다.

어른들의 생각과 노하우는 후배춤꾼들이 따라야겠지만, 어른들이 후배들의 숨구멍을 막아 버린다면 그 공간에서 젊은 친구들이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건강한 사회는 순환이 잘되는 사회이다. 물론 어른들 중에도 곳간 열쇠에 관심 없고 어른으로서 품위와 내공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된다면 그것은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뉴욕에서 한창 춤추며 돌아다닐 때, 컬럼비아에서 교수작품으로 콩클에 나간 적이 있다. 지금은 작고하신 베시 쇼버거라는 평론가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콩클에 나갔던 나의 작품이 상을 받게 되었고, 시상식에 올라온 하얀 머리의 90살 노인이 어린 춤꾼들에게 심사총평을 꼼꼼히 한 사람씩 알려주었다.

나에 대해서도 내 이름을 명명하면서 멋진 단어를 쓰면서 평을 해 주었는데 나는 죽을 때까지 그녀의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 어른에 대한 감동과 고마움과 존경은 한 춤꾼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남게 되었다. 뉴욕 춤계를 지탱하던 그 분은 다음해에 돌아가시고 무용가들은 그녀의 장례식을 극장에서 성대하게 치러주었다. 당시 나도 그 자리에 갔었다.

한 영역에서 어른의 역할은 스스로 자리를 꽤 차는 것이 아니라 후배들이 자리를 내어주고 칭송할 때, 가치가 있다. 늘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삶은 애착이 없다. 애착은 집작으로 치닫기 일쑤고 자기만이 그 역할과 그 일을 할 수 있다는 아집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때도 있다. 자연의 변화를 보면서 인생을 관조한다. 매일이 다르고 매년 순환하는 삶과 죽음 속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냇가에 풀 한포기요 하루살이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내가 아니면 춤계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어른들의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나보다 더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후배들의 길잡이가 되면 좋겠다.

제주무용계는 넓지 않다. 무용으로 살아가기는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몇몇 젊은 친구들이 단지 춤이 좋기 때문에 척박한 제주의 춤 환경 속에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나 역시 이제 점점 어른이 되어가니 그들의 열정적 에너지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제주도가 춤추는 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젊은 춤꾼들이 더 많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길 제주문화계에 바래본다.  

*손인영 - 제주도립무용단 상임안무자
 
손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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