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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튜링의 사과

[강원=아시아뉴스통신] 이순철기자 송고시간 2017-09-16 14:58

강릉시민 함동식
오늘날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을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도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앨런 튜링은 수학을 전공한 수학자이지만 그의 업적 하나를 말한다고 한다면 단연 컴퓨터 과학분야에 공헌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튜링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컴퓨터 과학 기술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며 우리의 삶 또한 오늘날의 수준을 기대하기 불가능 했을지도 모른다.
 
세계 계산기 학회에서 매년 컴퓨터 과학에 중요한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수여하는 튜링상도 앨런 튜링의 이름에서 따왔으니 그는 사후에도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튜링의 또 하나의 업적은 암호학에 끼친 공로이다, 세계2차대전 발발후 연합군 측은 독일군과 살얼움판 같은 전쟁을 수행하면서 독일군의 암호를 입수 하고도 그것을 해독하지 못하여 전전긍긍 할 때가 있었는데 이 암호를 해독한 인물이 바로 튜링이다.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패전은 전쟁터가 아닌 튜링의 책상 머리에서 비롯되었으니 아마 지금도 히틀러는 지하에서 이를 갈고 있을지 모를일이다.
 
그렇게 견고했던 나치정권의 권력도 튜링의 천재성에 무릎을 꿇고만 셈이다.
 
그런데 튜링의 천재성 뒤에는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컴퓨터 과학의 역사에서 보면 조금 불행한 일이지만 그는 애석하게도 성소수자인 동성애자였다.
 
당시 영국의 법률은 동성애를 금지하고 있었으니 동성애자는 곧 범죄자였던 것이다.
 
원래 천재는 세상 물색에 좀 어두운 바보 같은데가 있다고 하던가. 1952년 튜링은 자신과 동거하던 남성을 절도 혐의로 경찰에 신고하였는데 피해자 진술과정에서 그 남성과 연인 관계이며 자신은 동성애자라고 말하여 버린다.

이 사건으로 튜링은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징역형 대신 화학적 거세형을 선택한 그는 심각한 우울증을 겪다가 1954년 청산가리를 투여한 사과를 먹고 자살하였다.
 
튜링의 죽음은 지금도 논란거리이지만 그는 사후 59년만인 2013년 영국 정부로부터 공식 사면 복권 되었다. 당시 영국이 동성애에 관대하였다면 튜링의 죽음은 없었을 것이며 컴퓨터 과학 기술의 발전은 한층 더 진보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성애는 정말로 신의 섭리를 거역한 죄악인가. 아니면 이성애자와 다를게 없는 순수한 사랑인가. 동성애의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아마 인류가 존재하고부터 동성애 또한 존재 하였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기록상으로도 꽤 오래 돼 보인다.
 
성경에도 동성애에 관한 구절이 등장하고 중국의 역사서인 한서(漢書) 동현전(董賢傳)에도 실려 있다.
 
전한(前漢)의 황제 애제는 동현이라는 미소년을 사랑하여 항시 잠을 같이 잤는데 어느날 잠에서 깨어보니 동현이 자기 옷소매를 베고 잠들어 있으므로 깨우지 못하고 옷소매를 잘랐다는 단수지벽(斷袖之癖)의 고사가 나온다.
 
그 이후 소매를 자른다는 뜻의 단수는 곧 동성애를 뜻하는 말로 회자 되었으니 이성애나 동성애나 사랑하는 정이야 어찌 다를까 싶다. 동성애에 관한 논란은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요즘 그 불길이 정치권으로 옮겨 붙은 양상이다.
 
며칠전 낙마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국회 인준 과정에서도 동성애 논란이 있었고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도 동성애 관련 질의가 있었다.
 
김이수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이던 2016년 동성간의 성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둔 군형법 92조6항의 위헌 심판에서 위헌 의견을 낸 것이 기독교 단체 등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그리고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 청문과정에서도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이 질의 도중 성소수자를 인정하게 되면 근친상간, 소아성애, 시체성애, 동물과의 성관계까지 허용하게 된다고 주장하여 논란이 예상되는데 나는 너무 황당하여 관련 기사를 눈을 비비고 다시 본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법률이나 도덕으로 인간의 생활을 규율하는 것은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손해 보다 얻어지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근친상간을 터부시 하는 것은 친족간의 윤리를 수호하고 가족 공동체의 붕괴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며 13세미만의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는 비록 합의된 화간이라도 미성년자 의제 강간으로 처벌하는데 이것은 그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되지 못하였으므로 이들을 보호함으로 해서 생기는 법익(法益)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시체성애는 산자의 일방적인 행위이자 망자에 대한 모욕이고 동물과의 성관계는 동물학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동성애를 허용해서 발생하는 손해는 무엇이며 금지해서 얻어지는 이익은 무엇인가. 동성애 반대론자들은 이 질문에 명쾌하게 답해야 한다.
 
그들 반대론자의 주장은 동성애는 음양의 이치를 해치고 신의 섭리에 역행한다고 하지만 음양이론은 지극히 광범위하고 신의 섭리라는 것은 너무 모호한 개념이다.
 
또 에이즈를 창궐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에이즈는 동성간의 관계에서만 감염되는 질병이 아니다. 사실 나 역시 동성애가 잘 이해되지는 않는다. 멀쩡한 이성을 나두고 동성을 좋아 한다는게 어떻게 이해가 되겠는가.
 
하지만 내가 증오하고 비난할 대상이 아니며 참견할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동성애자가 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가 아니며 또한 동성애를 금해서 얻어지는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영국의 헤비메탈 그룹 주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의 보컬 롭 핼포드는 동성애자이다. 선천적 대머리여서 그런지 다른 록밴드 멤버들과는 다르게 머리를 빡빡 밀고 다닌다.
 
높은 음역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나 들면서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나도 주다스 프리스트 음악을 좋아하지만 주다스 프리스트는 엄청나게 많은 팬층을 확보한 뮤지션이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롭 핼포드의 동성애를 나무라지 않는다. 나 역시 그의 음악을 사랑 할 뿐 그의 성적 기호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므로 간섭할 이유조차 없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다원화된 사회이다. 획일화 할 수도 없으며 획일화 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수 없이 많은 다양성이 존재한다. 대립 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통합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튜링이 죽은 지 60년도 더 지났다.
 
지금의 영국사회는 우리처럼 이런 소모적이고 허접한 동성애 논쟁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므로 굳이 논란이 될 여지가 없어서 일게다. 이번 대법원장 인사 청문 과정이나 헌재소장 국회 인준절차를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보수화와 경직성에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하였다.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배려는 그 사회의 건강함과 품격을 나타내는 척도이다. 지금은 앨런 튜링이 살았던 그 때와 달리 동성애는 죄악이 아니며 그들 또한 더 이상 범죄자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는 사회라면 과연 성숙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독이 든 사과를 먹어야 할 이유가 없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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