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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산시 취업연수생 “직무체험 한다더니 공무원 인강 대신 들어주는 신세”

[부산=아시아뉴스통신] 도남선기자 송고시간 2017-09-20 16:01

부산시청 전경./아시아뉴스통신DB

부산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취업 연수생' 고용 사업이 알고보니 잔심부름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에서 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부푼 꿈을 안고 출근 했던 청년들은 설거지부터 시작해 개인적인 업무까지 해야 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탄했다. 부산시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는게 청년들의 증언이다.
 
각 과별로 1명씩 배치되는 취업연수생 특성상 부서를 특정했을 경우 취업연수생이 부산시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있으므로 부득이 부서와 연수생은 특정하지 않기로 한다. 
 
부산시 본청에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공무원인 자신의 사수로부터 이상한 부탁을 받았다. 자신이 들어야 하는 '인터넷 강의'를 대신 들어달라는 것. 혹여나 취업연수생이 꼭 들어야 하는 강의인가 싶었는데, 공무원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폭력예방 사이버 기관교육' 인터넷 강의였다.
 
A씨는 "일을 배우러 갔는데 자기가 듣기 싫은 인터넷 강의를 왜 내가 듣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럴 바에 차라리 알바를 하는 편이 더 편했겠다"고 말했다.
 
제보를 받은 뒤 기자가 확인해 본 결과 공무원을 대신해 인터넷 강의를 들어 준 취업연수생은 A씨말고도 여럿 있었다.
 
잔 심부름은 예사다.
 
B씨는 “첫날부터 설거지를 했는데 직무체험은 없고 근 열흘째 우편 송달같은 일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청 모 부처 팀장은 “지금 본청에서 근무하는 연수생들은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3~4개월씩 근무를 마치고 나간 이들도 마찬가지의 증언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부산시 일자리정보망 홈페이지.(사진출처=부산시 홈페이지)

지난분기 부산시 본청에서 취업연수를 했던 C씨 또한 3개월 남짓 근무하면서 잡일만 했다고 밝혔다.
 
C씨는 “취업연수가 아니라 알바”라면서 “부산시가 그 돈 들여 필요 없는 알바 쓸 바에 차라리 기업체에 일자리 창출 장려금을 주는게 더 낫지 않느냐”며 부산시 일자리 정책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차별대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청 모 부처에서 취업연수를 하고 있는 연수생 D씨는 출근하면서 매일 가방에 물병을 넣어 다닌다. 사수부터 시작해 같은 부처 공무원들이 연수생에게 물도 못마시게 한다는 것. 커피나 티백은 언감생심 꿈도 못꾼단다.
 
청년 취업연수생 고용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부산시 일자리 창출과는 이같은 일을 전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자리창출과는 20일 아시아뉴스통신이 취재하는 것을 파악한 뒤에야 부랴부랴 상황을 파악한 뒤 “각 부처에 공문을 보내 취업연수생에게 인터넷 강의를 대신 듣게하는 행위 등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지 못하도록 했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물론 모든 직장에서도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긴 하다. 신입직원에게 잔심부름을 시키고 잡일도 시킬 수도 있는 일이다. 또, 한시적으로 업무를 보는 취업연수생들에게 부산시의 긴요한 정책들을 다루게 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공무원 교육의 일환인 ‘인터넷 강의’를 연수생이 대신 들어주고, 물 한잔 못마시게 차별대우 하는 것은 정규직인 공무원이 비정규직인 취업연수생에게 ‘갑질’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게 취업연수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취업준비생들에게 급여를 주면서 '행정업무 체험'과 '직무능력 배양'을 해 취업역량을 키워주겠다는 부산시의 취업 정책 취지는 정말 칭찬할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래의 취지대로 진행이 됐을 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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