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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숙·김혜경·송창훈, 탐라문화제 통해 제주가 반짝반짝

[제주=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송고시간 2017-09-21 22:20

대를 이어 손마디 끝에 맺힌 제주장인들의 영혼에 관객들 환호
정동별립은 댕댕이덩굴로 짠 모자로 농부와 테우리들이 사용했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제주이주자에게 제주 삶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제주 삶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특히 전통 축제 속에서 만나는 장인들과의 만남은 학습을 넘어 행복이자 즐거움이다.

지난 20일 개막한 탐라문화제가 한창이고 56회라는 연륜만큼 도민들에게 인기도 여전하다. 축제속에서 만나는 제주(전통)문화는 이주민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대를 이어서 전승되는 제주장인들의 현장, 오늘은 대를 이어 활동하는 정동벌립, 제주 갓 그리고 하루방의 장인들을 관계자들을 통해 만나보았다.

▶ 이름도 참 매력적인 정동벌립, 어떤 물건인가?
- (홍양숙, 이하 홍) 댕댕이덩굴로 짠 농부와 테우리들이 쓰던 모자를 말한다. ‘정동’은 댕댕이덩굴의 제주사투리이고 ‘벌립’은 조선시대로부터 전해오는 제주 농부들이 쓰는 모자를 뜻한다.
 
김만 작가의 ‘작은 우물’ 정동벌랍의 확장성을 의미하는 작품이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정동벌립 하나에도 제주도의 마을과 성씨에 관한 내력이 있다는데
-  (홍) 정동벌립은 오래 전부터 제주시 한림읍 귀덕1리 성로동에서 집중적으로 제작되었다. 약 200년 전부터 전래됐다고 전해지는 정동벌립을 40여 년 전까지는 귀덕 마을의 많은 집집에서 결어 왔으나 지금은 홍씨 집안에서만 계승되고 있다고 한다.

▶ 대를 이은 정동벌립의 전승, 사람 사는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 (문봉순 제주문화예술재단, 이하 문)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제8호 정동벌립장 제1대 기능보유자였던 고(故) 홍만년 옹의 제자로서 사촌조카인 홍달표 씨(87)와 친조카인 홍양숙 씨(57)가 있다.

현재는 홍달표 씨가 제2대 기능보유자이며, 홍양숙(洪良淑) 씨가 전수교육조교로서 기예능을 연면히 전승하고 있다. 2002년 일본 나고야박물관 제주도 특별기획전에 초대되었던 홍양숙씨는 20세 때부터 백부(伯父)인 홍만년 옹으로부터 정동공예 제작기법을 전수 받아 지금까지 37년째 전통의 맥을 계승하고 있다.

▶ 그러면 양반들이 즐겨 사용하던 갓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 (문) 양반들이 쓰던 ‘갓’은 망건, 탕건, 양태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지고 각각 따로 생산되어 최종적으로 하나로 조립한다. 반면 정동벌립은 단일 제품으로서 서민들이 즐겨 쓰는 모자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문화적 변별성이 뚜렷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갓은 실생활에서는 죽은 문화가 되었지만 현재 정동벌립은 날이 갈수록 종류가 점점 더 다양화되고 보급도 확대되면서 일상화된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질긴 생명력이 우리들을 닮았다.
 
탕건장 기능보유자 김혜정씨가 고씨주택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갓 중에서 탕건장은 제주 조랑말과 연관이 있다는데
- (문) 김혜정씨가 기능보유자로 등록된 탕건장은 감투라고도 불린다. 갓 중에서 특별히 탕건장이 돋보이는 이유는 제주도 조랑말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조랑말의 말총이 가장 가늘고 질기며 부드럽고 매끈한 이유로 탕건은 제주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 돌하루방 명인도 만나 보셨다구요
- (문) 네. 현장에서 만난 부자지간의 두 분, 돌조각에 대한 사랑은 여전해 보였다. 제주석에 관한 존재감은 제주도에서 아주 중요하다. 부친인 송종원씨는 평생을 제주돌로 하루방을 조각해 온 대한민국 석공예 명장이시고 아들인 송창훈씨는 아버지를 돕다가 지금은 지역에서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2014년 12월 한남리 머체왓 시비에 재능기부로 참여했던 재능 있는 작가이다.
 
현장에서 만난 송종원 대한민국 석공예명장(왼쪽), 송창훈작가.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 전통이 계승되는 것만이 중요하지는 않죠. 실제로 어떤 확장성이 필요해 보이는데
- (홍) 정동을 재료로 하는 공예품은 모자와 바구니, 화병 등등 수십 가지가 넘는데 요즘은 한지와의 접목으로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해 나가고 있다. 정동벌립은 전 세계에서 제주도에만 있는 고유하고 특유한 향토 문화유산이다.
 
정동벌립의 확장성은 소재뿐 아니라 실용성에도 손색이 없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묵묵히 제주 섬을 지켜 오던 제주 돌하르방 그리고 제주 전통 갓에 농부들이 밭에서 일할 때 사용했던 정동별립. 한라산에 말과 소를 방목할 때 햇빛과 비를 가리거나 수풀에 얼굴이 스쳐 다치는 것을 막기 위해 써온 중요한 생활 도구였던 정동벌립까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세계에서 제주도에만 있는 고유하고 특유한 향토 문화유산 정동벌립.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거친 손과 정동벌립의 아름다움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전승자들의 손은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 왔는지 상상할 수 있게 만든다

전승자들의 손을 보면 제주인들의 삶, 흔적이 얼마나 치열했는지에 대한 상상이 가능하다. 반짝반짝 제주를 빛내는 별들과도 같은 제주장인들, 오늘 만난 세 분은 제주를 이루고 있는 알맹이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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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명수 ( : 2017-09-22)
    본 기사 3번째 사진의 "탕건장 기능보유자 김혜정씨가 고씨주택에서 시연을 하고 있다.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기사에서 사진상의 인물은 탕건장 기능보유자 김혜정씨가 아니라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 총모자장 강순자씨의 사진이므로 정정을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