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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문재인 대통령, 제35회 이북도민 체육대회 축사

[경기=아시아뉴스통신] 박신웅기자 송고시간 2017-10-23 11:19

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개최된 제35회 이북도민 체육대회 개회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이북도민 여러분, 탈북주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문재인입니다.

850만 이북도민과 3만 탈북주민이 함께 하는 '제35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저 역시 실향민의 아들, 이북도민 2세입니다. 오늘 이렇게 이북도민 어르신들을 뵈니, 잎담배를 종이에 말아 피우며 고향을 그리워하던 선친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선친은 함경남도 흥남 출신입니다. 전쟁통에 남으로 피난하여 흥남부두에서 거제도로, 부산으로, 뿌리 잃은 삶을 사시다가 끝내 고향 땅을 다시 밟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되었을 때 이제 고향에 가볼 수 있으려나 기대에 차서 기뻐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아마도 이북실향민이라면 누구나 똑같은 기대를 하고 똑같은 실망을 겪었을 것입니다. 그로부터 45년 세월이 속절없이 흘렀습니다. 

올해 아흔이신 어머니의 동네는 흥남의 서쪽을 흐르는 성천강 바로 너머 함주군입니다. 언젠가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가며, 아버지 어머니의 동네에서 제 뿌리를 찾아볼 수 있는 세월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이북도민 여러분, 실향민 1세대 어르신들은 분단과 전쟁, 이산의 고통을 가슴에 간직한 채 새로운 삶을 일구고, 일가를 이루신 분들입니다. 길었던 올 추석 연휴 기간 동안 가장 눈에 밟혔던 분들이 바로 이북도민과 탈북주민 여러분들입니다.

저는 지난 7월6일, 독일 베를린에서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과 성묘 방문을 허용하자고 북에 제안했습니다. 만약 북이 어렵다면 우리 측만이라도 북한 이산가족의 고향방문이나 성묘를 허용하겠다고 문을 열었습니다.

가족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 중 현재 생존해 계신 분은 6만여 명, 평균 연령은 81세입니다. 이산가족이 우리 곁을 떠나기 전 인륜과 천륜을 더 이상 막아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지금도 같은 마음입니다. 정부는 한 순간도 이북도민과 이산가족의 염원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어르신들, 그리운 고향산천, 부모?형제를 만나기까지 부디 더욱 건강하셔야 합니다. 좋은 세월 올 때까지 오래오래 사시기 바랍니다. 

이북도민 여러분, 탈북주민 여러분,

북한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와 함께, 외교적 해법으로 반드시 남북 평화와 공존의 길을 열겠습니다.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과 고향방문이라는 이산가족의 간절한 바람들을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풀어가겠습니다.

안보에는 '충분하다'라는 말이 있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통같은 안보, 평화를 지키고 만드는 강한 안보를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물론 유럽과 동남아 국가들과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더욱 굳건한 협력관계를 다져가고 있습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공존 노력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무모한 도발은 결국 자신들의 파멸을 초래할 뿐이라는 사실을 북이 깨닫고,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도록 흔들림 없는 강한 안보를 기반으로 단계적이며 포괄적인 대책을 펼쳐나가겠습니다.

이북도민 여러분, 탈북주민 여러분,

실향민의 아들, 여러분들의 아들, 이북도민 2세가 이렇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제 이북도민도, 탈북주민도, 기업인도, 노동자도,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함께 사는 공동체입니다. 

진보와 보수, 좌우의 이념적 구별과 대립은 우리의 미래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북의 미사일보다 백배 천배 강합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이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화합하며 대한민국의 역동적 발전을 이끌어왔습니다. 저도 이러한 경쟁 속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제 부모님이 그러했듯이 오늘 이곳에 계신 이북도민 어르신, 탈북주민 모두를 대한민국의 품으로 이끈 것은 민주주의입니다. 북이 갖고 있지 못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밥이고, 삶이고, 평화입니다. 서러움도 미움도 우리가 함께 한다면 희망이 될 것입니다. 분단을 극복하고 고향을 찾는 힘이 될 것입니다.

오늘 함께 하고 있는 2·3세들에게도 당부 드립니다. 여러분은 이북도민의 자랑이며 긍지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이산과 실향의 아픔을 보고 느끼며 평화와 자유의 소중함을 되새긴 세대이기도 합니다. 어르신들의 손을 꼭 잡고 실향의 슬픔을 만남의 희망으로 이끌어주십시오.

존경하는 이북도민, 탈북주민 여러분,

정부는 실향민들이 두고 온 고향의 향토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지키고 가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남북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북한지역 향토문화의 계승과 발전, 무형문화재 발굴에 대한 지원에도 힘쓰겠습니다. 이북5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국외거주 이북도민들의 고국방문에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또한 자유와 평화의 길을 선택한 탈북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기업체 연수와 맞춤형 교육과 같은 실질적 지원정책을 확대하고, 탈북주민들을 위한 일자리도 많이 만들겠습니다. 저는 그것이 바로 한반도 평화통일의 기반을 더욱 튼튼히 다져가는 길이라 믿습니다. 

정부는 언제나 이북도민, 탈북주민 여러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청와대와 정부의 문은 이 나라의 주권자인 여러분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 모두의 날입니다. 근심과 걱정은 다 잊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만 가득 담아 가시기 바랍니다. 

만남과 화해, 평화통일의 길을 이북도민, 탈북주민 여러분과 함께 걷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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