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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무용 '제주4.3', 알쓸신잡2 통해 출구전략 갖출까?

역사·대중공감 극복하고 '애매한 사회' 견인하는 제주예술가 지원책 시급

(아시아뉴스통신= 이재정기자) 기사입력 : 2017년 11월 30일 22시 24분

제주 4.3 평화상 시상식장에 선 브루스 커밍스(좌측 다섯 번째).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제주문화예술진흥원(원장 현행복) 산하 제주도립무용단은 내년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4.3을 소재로 하는 대형 무용극 '제주 4.3(가칭)'을 준비 중이다. 특히 상설공연으로 준비되어 수학여행 오는 전국 학생들이 단체관람 가능하도록 기획된다는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제주 4.3 해결과제 관련 설문조사에서 체험세대 증언이 42.7%, 학교교육이 25.1%를 차지하고 있다는 결과를 지켜볼 때, 무용극 상설공연을 학생들에게 관람기회를 제공한다는 기획은 세대전승과 대중화에 적절한 출구전략이다.

특히 넌버블 장르인 몸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언어의 장벽이 높은 해외시장을 공략하기에도 용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용극 제주4.3 서포터스를 자임, 활동하는 현행복 제주문예진흥원장.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하지만 우려도 있다. 대중들과 소통하기 위한 홍보적 측면이다. 지난 24일 tvN의 방송 ‘알쓸신잡2’에서 제주4.3이 소개되며 포털 실검 순위 상단에 오르는 등 화제가 되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약자인 이 프로그램은 TV 예능프로그램의 힘, 즉 홍보 전략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주도립무용단 상설공연작 ‘제주 4.3’ 역시 홍보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예능으로 다루기 힘든 제주 4.3을 세상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렸다는 측면에서 방송 ‘알쓸신잡2’는 무용단 관계자나 필자에게 출구전략을 다른 방안과 비교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인 무용수 현혜연을 과감하게 기용, 성공을 거둔 자청비 공연 포스터. (사진제공=제주도립무용단)

원래 예술을 매개체로 대중과 교감하는 예술가들에게 제주 4.3의 접촉면은 상당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역사적 사료의 간극과 정의로움의 바로미터에서 예술가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느냐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내년이 4.3 70주년이라서가 아니라 결국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4.3사건, 아직도 사건이라 불리는 역사적 배경을 관객에게 예술적 언어와 대중적 메시지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례로 유시민 작가는 방송에서 5.10 선거와 남로당을 언급하면서 1947년 상황을 누락시켰고 이날 방송을 지켜본 제주도민들이나 4.3 관계자들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현대사 제주4.3의 아픈 현장 알뜨르비행장을 차용한 제주비엔날레.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제주도립무용단 역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사료의 간극과 정의로움의 바로미터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알뜨르 비행장을 차용한 제주비엔날레, 현기영 선생의 소설 ‘순이삼촌’, 노래 ‘4월의 춤’으로 자신의 4·3이야기를 담았던 루시드 폴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그뿐이 아니다. 사우스카니발(해방의노래), 비니모터(미정), 어쩌다밴드(잠들지 않는 남도), 디오디오(고사리꼼짝), 썸플리이버(한라산) 등 지역 음악인들도 내년 4.3 70주년에 맞춰 컴플레이션 앨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들은 또 어떤 마음일까?
 
제주 4.3 70주년에 맞춰 컴플레이션 앨범 작업에 참여한 인디밴드 비니모터. (사진제공=비니모터)

모두 제주 4.3을 예술적 플랫폼으로 담아내고자 노력하는 예술가들이다. 미학적 접근이라 하더라도 지역에서 제주 4.3은 아직 아프고 어려운 진행형이기에 그들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주도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이 마음속에 깊이 담아온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3.1절 발포사건, 1947년 3월 1일 북초등학교에 모인 3만여 명에 가까운 제주시민이 외쳤던 구호에 대한 프라이드는 엄청나다.
 
제주 4.3 70주년에 맞춰 컴플레이션 앨범 작업에 참여한 어쩌다밴드. (사진제공=어쩌다밴드)

당시 그들은 통일정부 쟁취, 친일 모리배 척결, 양과자 먹지 말자 등을 외쳤으니 지금과 비교하자면 ‘이게 나라냐며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자고 하던 촛불의 수준이 아니었을까.

제주 4.3은 원래 그랬다.

통일정부의 염원을 외치며 행진 하던 중 관덕정 앞 광장에서 구경꾼들을 향해 경찰의 발포사건이 벌어진다. 4.3특별법에서 정의하는 4.3은 이날을 기점으로 하고 있다.

이 날을 기점으로 이어지는 70여 년간의 아픔과 질곡을 예술로 승화시켜야 하는 부담은 분명히 크다.

내년 4.3 70주년에 맞춰 3월 30일, 31일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제주도립무용단 역시 제주 4.3의 역사적 간극과 정의로움의 바로미터, 미학적 숭고함을 위해 연출자는 물론 시나리오 작가, 작곡가 선정 하나까지 허투루 하는 것 없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만덕, 자청비 공연을 통해 탄탄한 안무를 선보인 손인영 무용단 안무자. (사진제공=제주도립무용단)

좌우 정치색을 배제하고 처연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휴머니즘적 인간미 혹은 미래적 화합을 표현하는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물론 예산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목표 3억이라는 예산 마련을 위해 도 예산처는 물론 도의회 등에도 지원요청을 보내고 있다.

도외 관객들을 상대하는 상설공연을 목표로 혹은 글로벌 시장진출을 목표하는 작업이라 적정한 예산 확보는 성공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예산 확정일인 12월 13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제주 4.3의 진상규명, 현대사 정명 등을 상징하는 김수범 작가의 작품. /아시아뉴스통신=이재정기자

행불수형인에 대한 진상규명, 추가 발굴, 현대사 정명 등 모두 문정부 100대 과제에 포함되는 굵직한 사안들이다. 4.3의 시작과 끝을 축약하고 또 축약해서 관중들의 공감까지 이끌어 내야 하는 예술가의 작업이 어찌 돈만으로 완성될까.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무용극 ‘제주 4.3’이라면 또 다양한 형태의 4.3 예술을 준비하는 지역 예술가들에게 대통령과 도지사는 과감하게 베팅을 해야 한다. 행정적 지원은 물론 지역 관계자들의 독려와 함께 관심과 힘을 보태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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