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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사동감리교회 홍성현 담임목사 "이제야 깨닫는 아버지의 마음"

[서울=아시아뉴스통신] 장하준기자 송고시간 2020-05-20 14:21

이천사동감리교회 홍성현 담임목사 사진 6일/(사진제공=이천사동감리교회)
 
제목:이제야 깨닫는 아버지의 마음

동해에서 전임 전도사로 사역하던 둘째 딸네에게 담임목회의 길이 열렸다. 담임목회로 첫발을 내딛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시절에 열린 길이라 하나님께 너무너무 감사했다. 그 첫 목회가 하필이면 아비가 살고 있는 이천 부발(夫鉢邑)에서 시작하게 되어 덤의 은혜를 받은 것 같아서 더욱 기쁘고 감사했다. 딸 내외는 2020년 2월 15일 이천중앙지방 부발중앙교회로 부임하고 새 목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보냈다. 1주가 지났다.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딸이 갑자기 배가 아프다 해서 산부인과에 갔더니 유산(流産) 징후가 보여 입원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이사를 해야 했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느라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몰아치면서 산모에게는 무척 힘에 겨웠던 것 같았다. 상황이 좀 급해 보여 바로 입원을 했고 4일 만에 퇴원을 했다. 의사는 더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動線)이 산부인과 근처로 확인됨에 따라서 병원은 어쩔 수 없이 중증 환자 말고는 모든 환자들을 퇴원 조치했기 때문이다. 대신 집에 가서는 아무 일도 하지 말고 공주처럼 가만히 누워만 있어야 하며 무리한 일은 삼가야 한다고 가정 처방전을 내려 주었다. 딸은 바로 제 집으로 돌아갈 여건이 아니었기에 회복될 때까지 당분간 친정에서 지내기로 했다. 아내는 산관어미처럼 지극정성으로 딸의 건강을 돌보아 주었다.

둘째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생활부터 사실상 부모를 떠난 상태였다. 부모보다 친구가 더 좋을 나이였고 통학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겸사 그는 부모의 슬하를 벗어나겠다고 선언한 이후 결혼한 지금까지 부모와 함께 지냈던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제 출가했으니까 친정 부모와 함께 지내기는 더더욱 요원한 일이었고 가끔씩 그들을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흔치 않은 일들이 일어나 아내는 딸과 새로운 모녀의 정을 쌓아갈 기회를 얻었다. 딸의 어릴 적 예쁜 모습을 그대로 닮은 귀여운 손녀와 함께 보내는 매일의 삶은 내 젊은 날 어린 딸들과 지냈던 시절을 떠올려 주었다. 모녀는 그동안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밤을 맞이할 때가 많았다. 저도 딸을 낳은 어미가 되고 보니 친정 엄마의 속사정이 너무나 잘 이해가 되었다. 결혼 전에는 꽉 막혀 있던 엄마와의 대화는 동병상련까지 더해져 이야기 마당은 문 닫을 기미가 없었다. 결혼하고 부쩍 어른이 되어 돌아온 그의 모습에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어느 날에는 멀리 살고 있는 첫째 딸도 소환하여 세 모녀는 주제도 없는 대화로 수다의 꽃을 활짝 피웠다. 입덧이 심하여 식사도 못하는 딸을 보면 안쓰럽다가도 정기 검사 후 산모와 아기가 모두 건강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안도의 숨이 나온다. 활짝 웃으면서 재롱 피는 손녀를 보며 즐겁고 떼쓰는 그 모습도 귀엽다. 임산부를 위한 밥상이라서 평소와는 다르게 신경을 쓰는 아내는 육체적으로 고달팠겠지만 특별한 동거가 주는 기쁨이 피곤을 몰아냈다. 게다가 코로나 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기약 없는 방콕 생활은 이들의 사이를 더욱 살갑게 했다. 얼추 50일 정도 친정에 머무르면서 건강을 되찾자 딸은 그동안 혼자 잘 참아준 남편 생각에 부발중앙교회에서 부활절 예배를 시작으로 자기 삶의 자리로 돌아가겠다고 한다. 제 집에 간다고 주섬주섬 짐을 정리하는 딸을 보면서 아내는 마치 다시 못 볼 먼 길 떠나는 딸에게 주는 마지막 만찬처럼 점심을 차렸다. ‘아빠, 엄마! 그동안 감사했어요. 이제 갈겠요.’ 인사를 하고 문을 나서는 딸의 모습에서 문득 4년 전 그를 시집보내던 그때가 생각나더니 이상하게 이별의 감정이 느껴졌다. 거리는 가깝지만 실제로 딸은 먼 거리를 떠나는 것이었다. 다시는 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길이고 또 살면 안 되는 길이니까. 출가한 자식과의 삶의 거리는 절대로 가까운 길이 아니다. 부모 곁을 떠나면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외길을 홀몸도 아닌 딸이 잘 걸어갈 수 있을까? 성인이 되었어도 언제나 그는 아비에게 어린 딸이기 때문이다. 제 남편과 함께 잘 살겠지만 아비는 까닭모를 애달픔에 마음이 절여온다. 원래 자녀들은 부모에게 소식을 잘 전하지 않는 본성이 있어서 무소식이 사실 희소식인데도 무소식이 궁금한 것은 모든 아비의 마음이리라.

이 마음은 하나님도 마찬가지다. 하나님은 자녀들에게 부모를 떠나라고 매우 엄하게 말씀하셨는데(창 3:24) 정작 집 떠난 자식을 애타게 기다리신다. 집나간 아들이 그리워 매일 동구 밖에 나가 서성이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바로 하나님의 모습이다(눅 15:11이하). 그래서일까? 하나님은 유독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예수님의 별명을 임마누엘 즉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마 1:23)로 지어주신 것이나, 하늘로 올라가시는 예수님이 세상 끝 날까지 함께 하겠다고 하신 약속(마 28:20)이나 또 무슨 일이 있어도 싫어하여 버리지 않겠다(사 41:9)고 다짐하신 뜻은 알고 보니 자녀들을 떠나지 못하는 하늘 아버지의 마음 때문이다. 자식은 아비를 떠나도 아비는 자식을 절대로 떠날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요 신지상정(神之常情)이기도 하다. 비로소 함께 하고 싶은 하늘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외로운 부모를 잠시라도 함께 하고자 찾아뵙는 일이 효도의 시작이듯 그리스도인들은 하늘 아버지를 때마다 찾아뵙는 일(예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딸을 제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함께 하겠다는 하늘 아버지의 속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내가 결코 너희를 버리지 아니하고 너희를 떠나지 아니하리라”(히브리서 13:5).

gkwns44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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