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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실장이 왜 뭇매를 맞나” 충북 官街 분통

[충북=아시아뉴스통신] 김영재기자 송고시간 2016-10-30 09:00

10월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답변하고 있다./아시아뉴스통신=최영훈 기자

충북지사를 지낸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것에 충북 공직사회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일 저질러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는데 애먼 사람이 매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관선(官選)을 포함해 충북지사를 세 번 지낸 이 지사가 지난 5월 대통령 비서실장에 발탁되자 그의 성품을 잘 아는 충북관가에서는 청와대의 ‘불통과 전횡’의 이미지 때문에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청와대 이미지 쇄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과 진흙탕에 발을 들였다는 촌평이 교차한 것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좋지 않는 언론보도가 쏟아진 8∼9월에 만해도 이 실장은 언론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고 이와 관련한 뉴스가 방송화면과 신문지면을 연일 가득 메우면서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이 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순실씨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된 질문을 받고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이 입장은 불과 나흘 뒤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문서유출을 인정하는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완전히 뒤집어지게 됐다.

이때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기사에는 이 실장의 봉건시대 발언이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사용되면서 웃음거리가 됐다.

지난 26일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청와대로 돌아가야 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이 실장이 회의장에 계속 있지 않고 개회 후 청와대로 돌아가겠다고 부분출석을 요구한 것에 김동철 국민의당 의원은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때의 봉건시대 발언을 보면 현황파악을 전혀 못하는 분이고 청와대에서도 겉도는 분”이라면서 이같이 면박을 줬다.

충북 제천 출신인 이 실장은 1992년 제26대(관선)와 민선2.3기 등 충북지사를 3번 역임했다.

3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했던 2006년 민선4기 지방선거 때 “후배들의 정치 길을 열어준다”며 불출마를 선언해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도 충북지역 정치.행정에서 빠지지 않는 ‘모범사례’ 소재이다.

나이 70이 넘은 이 노정객(老政客)이 최근 야유와 비웃음,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하자 충북지역 관가에서 이 실장에 대한 동정론이 퍼지고 분통하고 있다.

이 실장과 충북도청에서 함께 근무했던 한 퇴직공무원은 29일 아시아뉴스통신과 전화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은 이 지사(실장)의 신념과 양식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기 위해 봉건시대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취임한지 반년도 되지 않는 이 지사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양 조롱하는 뉴스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고 했다.

이어 “이 지사가 비서실장에 발탁됐다는 뉴스를 보고 정권 후반기에, 그것도 박근혜정권이 좋은 평가를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왜 가시는가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현실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청주시청의 한 중간간부는 “(이 실장과) 같이 근무한 적은 없지만 시.군순방 때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무척 꼼꼼하면서 자상했다는 기억이 있다”며 “그런 분이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로 고초를 겪는 것 같아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이 중간간부는 “뉴스를 보니 대통령이 취임을 전후해서 계속 최순실 농간에 놀아난 것이고 옆에 있는 몇몇 수석이 거든 것 아니냐”면서  “이 실장이 계속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지금 사표를 내던지고 출근을 아예 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지난 26일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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