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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84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8-05-17 17:20

[기고]카자흐스탄 알마티에 펼쳐진 디아스포라 아리랑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해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2개월 동안 16개국 1만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카자흐스탄 사막지대로 들어서는 길을 달리고 있는 강명구 선수와 강석준 원불교 교무.(사진=김현숙)

이곳 알마티 고려인들에게 저녁 초대를 받았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지금 나의 최고의 고려사항은 어떻게 피로를 풀고, 어떻게 영양을 보충하는가이기 때문이다.

숙소에 차려진 저녁식사를 하고 쉬면 세 시간은 더 쉴 수 있다는 계산이 빠르게 머리를 스쳐갔다. 잠시 망설였을 뿐 바로 “감사합니다.”하고 대답했다.

‘고려인’ 그들은 나와 말도 통하지 않는 외국국적의 사람들이다.

그들이 다만 핏줄이 땅긴다는 이유로 내게 시간을 내어 밥을 사주며 나의 ‘평화통일’ 일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함께 시간을 나누고 싶어 하는 것이다. 나도 핏줄이 땅겼다.
 
나는 밥보다도 그들과 가슴을 맞대고 싶었다. 그들이 살아온 고달픈 이야기를 진솔하게 듣고 싶었다.

그들이 조국에서 백 년의 분리 속에서 지켜낸 우리 조국의 오랜 맛과 지금의 맛이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맛보고 싶었다.

언어는 지켜내지 못하면서도 지켜낸 맛의 비밀이 알고 싶었다. 맛을 통해서 느껴지는 동질성의 전류에 감전되는 체험을 하고 싶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고려인들의 초대로 노래방식 개별룸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인증샷.(사진=강명구

식당에 들어서자 나는 아차 싶었다. 큰 홀에 테이블이 있는 게 아니라 노래방 식의 개별 룸이었다.

노래까지 부르다가는 몽골군의 공격처럼 노도처럼 밀려오는 피로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자리에 앉자 증편부터 나왔다. 쌀로 만든 얇은 술떡이다.

그리고 나온 것이 국시이다. 우리의 잔치 국수 같은 것인데 국수 종류의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도 아주 맛있는 음식이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주문한 감자만두와 진빵만두, 그리고 묵은지 돼지갈비가 나왔다.

거기에 우즈베키스탄식 볶음밥이 곁들여졌다. 아바이 순대가 준비가 안 된 것이 안타까웠다.
 
백 년 이상을 이역만리 타국에 떨어져 살면서 재료가 충분하지 않았을 터인데도 이렇게 훌륭하게 맛을 지켜내고 이어온 것이 놀라웠다.

어찌 맛만 지켰으랴? 맛을 통해서 우리의 혼을 지켜낸 것이다. 그 맛을 통해서 그들은 고향이 한국임을 각인하면서 음식을 섭취한 것이다.

그 맛의 혈류를 통해서 연어의 유전자가 그들의 자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나는 맛을 통해서 백 년을 떨어져 살아도 우리는 하나임을 확인했고 그들이 왜 통일 된 조국을 간절히 원하는지 확인했다.
 
카자흐스탄 알마라산 캠핑장에서 열린 어린이날 기념 평화통일 기원 백일장 입상자들.(사진=김현숙)

음식은 에너지를 제공해주는 연료와 같은 것이다. 좋은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가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인구 비율은 1.5%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의 30대 부호 가운데 5명이 고려인들이라고 한다. 국회의원이나 고위 관료도 많고 교수 학자도 많다.

그들은 이 조국의 음식을 먹으면서 악착 같이 살아서 이 카자흐스탄의 초원에 깊이 뿌리를 내린 민들레처럼 깊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다.
 
카자흐스탄 한인회에서 매년 어린이날 전후로 한인과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어린이날 기념 백일장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평화통일 기원 백일장은 나의 평화통일 기원 평화마라톤과 알마라 산 캠핑장에서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조우를 했다. 알마라 산은 텐산의 한 지산이다.

카자흐 사람들은 텐산을 메데우 산이라 부르고 몽골 인들은 탱그리 산이라 부르는 그 산이다.

우리는 행사가 끝나고 그 산에 올라 중간에 있는 눈 녹아 고여서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호수를 구경하였고 3200m 정산에 올라 그 넘어 키르기즈스탄쪽의 텐산의 장엄한 모습을 바라볼 기회를 가졌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고려인들과 함께 도심 6km를 행진하며 마라톤 성공을 기원했다.(사진=김현숙)

아이들은 “한반도에 봄이 온다, 한반도 행복뉴스, 한반도 이모저모 이야기, 북한친구들에게, 문재인 대통령께, 내가 한국인이라고 느껴질 때” 등의 주제로 글을 썼고 나는 영광스럽게도 원불교에서 준비한 상품을 시상하였다.

나는 “여러분의 간절한 소망대로 여러분들이 자라서 우리나라의 일꾼이 되었을 때는 꼭 통일이 되어서 평화로운 세상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알마티에서의 뜻 깊은 행사는 이어졌다.

다음날 오전 9시에 원불교 교당으로 가서 김태원 교무님의 평화기원 법회를 보고 사과나무 기념식수를 하고 시청 앞 독립 기념탑 앞으로 갔다.

그곳에는 이미 우리의 평화행진을 호위하기 위해서 경찰차 두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한인들과 고려인들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하여 알고 지내던 송경원 씨가 멀리 시애틀에서 와서 마음을 모아주었다.

우리는 여기서 하나가 되는 연습을 제대로 했다. 하나가 되어 알마티 도심 6km를 행진할 때 거리를 지나는 차들은 경적을 울려주고 사람들은 손을 흔들고 박수를 치고 사진을 찍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청 앞 독립 기념탑에서 고려인들과 함께 마라톤 성공을 기원했다.(사진=김현숙)

엊그제 한국에서 귀한 손님이 왔다. 원불교 교단 차원에서 나에게 힘을 실어주려 강해윤 교무와 한울안 신문 편집장 박대성 교무를 보내주었다.

또 나와 연원이 있는 강석준 교무를 나와 동반해서 평화마라톤을 한 달간 하라고 보내주었다.

이제부터는 홀로 달리지 않고 같이 달릴 도반이 생긴 것이다. 어깨를 맞대고 마음을 맞재고 살릴 사람이 있으면 발걸음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그리고 시애틀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교제를 나누던 송경원씨가 나를 응원하고 만나기 위해서 날아왔다.

평소 그녀의 폭 넓은 인문학적 소양에 반했고, 그녀의 글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던 나로서는 반갑고 고맙기 짝이 없었다.
 
나는 멀고 먼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평소 그리웠던 사람들과 언제나 신문이나 책을 통해서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 먹먹하고 아련했던 고려인들을 만났다.

나는 바다처럼 넓고 망망한 초원을 달리며 마치 베링 해까지 유영을 해 가서 대동강을 모강으로 하는 연어들을 만난 듯이 반갑고 기뻐서 눈시울을 적셨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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