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합병원 여성요실금 안내문(사진제공=온종합병원) |
[아시아뉴스통신=정의용 기자] 칠순 K할머니는 요즘 외출하기가 두렵다. 일전에 겪은 수치스러운 일 때문이다.
친구모임에 참석하려고 지하철을 타고가다 갑자기 터져 나온 재채기에 그만 소변을 지린 거다.
열차가 역에 도착하자마자 쫓기듯 객차를 빠져나와 서둘러 귀가했으나, 그날의 일이 잊히지 않아 밖에 나가기가 겁나다며 고심 끝에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요실금이라고 했다.
부산 온종합병원 요실금클리닉 김규관 소장(산부인과전문의)은 “요실금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소변이 유출되는 현상을 말한다”고 정의했다.
온종합병원 여성요실금관련 참고 이미지(사진제공=온종합병원) |
요실금은 나이와 상관없이 발생할 수 있으나, 특히 중년 이후의 여성이나 신경학적 질환을 가진 노인에서 흔하다고 김 소장은 덧붙였다. 출산의 상흔과도 같은 요실금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므로,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어머니의 훈장’으로 인식되게 해야 한다는 거다.
요실금도 원인이나 증상에 따라 다양하다. 복압성 요실금은 기침, 재채기, 줄넘기 등 갑작스럽게 복압이 증가할 때 방광의 수축 없이 소변이 누출된다.
분만 후나 노화로 골반 근육이 약화되어 방광과 요도를 충분히 지지해주지 못하거나, 요도 자체의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 발생한다. K할머니가 이에 해당한다.
소변이 마려운 느낌이 강하고 참기 어려워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에 소변이 누출되는 절박성 요실금은 급성방광염, 신경질환, 당뇨병, 전립선비대증 등이 원인질환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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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압성과 절박성이 혼합된 혼합성 요실금, 방광의 저장 용량이 넘쳐서 소변이 흘러넘치는 범람성 요실금, 뇌경색, 척수손상, 다발성 경화증 등 중추신경계 질환이나 말초신경계 질환, 자궁암, 직장암 수술 후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일과성 요실금, 신경계통이나 요도괄약근에는 이상이 없지만,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인성 요실금 등이 있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30세 이상 여성의 41.2%가 요실금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요실금 증상을 경험한 여성 중 77.3%는 기침이나 재채기, 줄넘기 등을 할 때 소변이 새는 복압성 요실금 증상을 겪었다.
또 20.2%는 절박성 요실금, 2.5%는 혼합성 요실금 증상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요실금의 치료는 크게 비수술적인 방법과 수술적인 방법으로 나뉜다. 비수술적 치료로 케겔운동은 괄약근을 튼튼하게 만드는 운동으로, 요도와 질, 항문을 감싸고 지탱하는 골반 바닥 근육을 강화한다.
꾸준히 시행하면 요실금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으나, 치료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이다.
방광의 수축을 억제하거나 요도의 괄약근을 강화하는 약물치료는 복압성 요실금이나 절박성, 혼합성 요실금에 효과적이다.
골반 근육에 전기 자극을 주어 근육을 강화하는 전기 자극 치료도 요실금의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수술을 원하지 않는 환자에게 적합하다.
자기장을 이용하여 골반 근육을 강화하는 자기장 치료도 전기 자극치료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치료 시간이 짧고 통증이 적다.
온종합병원 요실금클리닉 김규관 소장은 “요실금의 정도가 심하거나, 비수술적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환자는 수술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요실금 수술은 대체로 높은 만족도를 보인다고 김 소장은 귀띔했다.
복압성 요실금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TOT(Transobturator tape) 수술은 요도를 받쳐주어 소변 누출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절개 부위가 작고 회복이 빠르며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또한 폴리프로필렌 메쉬가 요도 아래를 부드럽게 지지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조직과 자연스럽게 부착돼 반영구적인 효과를 제공하므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TVT(Tension free vaginal tape) 수술은 TOT와 유사한 방식으로 테이프를 위치시키지만, 테이프가 들어가는 방향이 다르다. 이는 요도의 지지력을 강화하여 요실금을 치료한다.
요실금은 자가진단 가능하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소변이 새어 나온 적이 있는지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못하고 바로 화장실을 가야 하는지 △화장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변을 흘리는 경우가 있는지 △줄넘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소변이 새어 나온 적이 있는지 △소변을 보아도 시원하지 않고 남아있는 느낌이 있는지 △하루에 8회 이상 소변을 보는지 △밤에 자다가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 횟수가 하루 저녁에 2회를 넘는지 등의 중상 가운데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요실금을 의심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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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합병원 요실금클리닉에서는 노년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간단히 할 수 있는 요실금 예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먼저 골반 근육 운동(케겔 운동)으로, 소변을 참을 때처럼 질을 5초 동안 수축했다가 긴장을 푸는 것을 반복한다. 처음에는 10회씩 반복하고, 점차 수축 시간과 횟수를 늘려 가면 된다.
걷기도 하체 근육을 강화하고, 골반 근육을 자극하여 요실금 예방에 효과적이다.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걷는 것이 좋다.
수영은 전신 운동으로, 골반 근육을 강화함으로써 요실금 예방에도 도움 된다. 요가나 스트레칭도 꾸준히 하면 골반근육 강화와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요실금도 예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