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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1-베를린에서 들려오는 ‘환희의 송가’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7-09-25 17:28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 2개월 동안 16개국 1만 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60)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
 
예정보다 하루 일찍 통일의 도시 베를린으로 향하는 나그네의 발걸음은 환희에 차있다.(사진=강명구)

포츠담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숲속 길에는 찬란한 가을햇살이 ‘환희의 송가’를 부른다. 붉은 여우 한 마리가 햇살아래 그 숲속 길을 가로질러 쏜살같이 달려간다. 느닷없는 조우였지만 난 그 여우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여우는 전혀 나를 반가워하지 않았겠지만 그런 느닷없는 만남들이 나의 여행의 기쁨이 되어준다. 길 위에서 만났던 무수히 많은 집 없는 달팽이와 집 있는 달팽이들도 그렇고 내게 친절을 베풀어준 사람들의 맑은 미소가 그렇다.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를 출발한 이래 딱 20일 만에 통일을 이루어낸 도시 베를린으로 향하는 나그네의 발걸음은 환희에 차있다. 예정보다 하루 일찍 베를린에 도착하여 원불교 교당에서 휴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원불교는 평화의 종교이다. 교무님은 은사님의 와병 소식으로 한국으로 나가서 못 만났지만 뉴욕에서 함께 마라톤을 하던 권혜순씨가 응원차 이곳에 왔다. 열댓 시간 비행에 피곤할 텐데 미리 시장까지 보아서 푸짐한 저녁을 이곳에 있는 유학생 두 명과 함께 했다. 그리고 또 LA에서 여성 통일 운동가 정연진씨까지 왔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은 베를린 중심가 플라츠 광장에 있는 통일의 상징 건축물이다.(사진=강명구)

다음날 우선 급한 유모차를 새로 구입하기 위하여 권혜순씨하고 나가서 마음에 드는 튼튼한 것을 고르고 바로 기차를 타고 브란덴부르크 문에 나갔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베를린의 중심가 플라츠 광장에 서있는 건축물로 베를린의 상징이요 통일의 상징 같은 건축물이다. 그곳은 이번 주말에 베를린 마라톤이 개최되는 곳이라 각국에서 온 마라토너들로 더욱 붐볐다. 마음 같아서는 이곳에 온 김에 베를린 마라톤에 참가하고 싶지만 마음 가는 모든 것을 다하고 이 여정을 완성할 수는 없는 일이다.

12개의 기둥은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로 들어가는 정문인 프로필라에를 본떠서 설계했다고 한다. 이 건축물은 1771년 26m의 높이에 65,5m 길이로 지어졌다. 나그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 건축물 위에 승리의 여신이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동독 쪽으로 달려가는 형상의 조형물로 이동한다. 처음에는 여신이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 관을 들고 있었는데 나폴레옹이 침공하여 탈취했다가 1914년 반납 받은 뒤에는 철십자가로 바꾸어 승리의 여신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독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바로 옆에는 2005년도 건립된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있다.(사진=강명구)

이곳 플라츠광장에서는 2차 대전 이전에 히틀러가 세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펼쳤던 곳이다. 분단 때에는 이 문을 기점으로 동, 서독이 분리되었으며 통일 당시에는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수백만의 사람들이 모였던 장소였기 때문에 이 앞에 선 나그네의 가슴에 뭉클하게 무언가 소용돌이쳐 올라온다. 통일 후에는 서독의 헬무트 콜 수상이 이 문으로 들어갔고 동독의 모드로프 총리가 그를 맞았다. 이들이 빗속에서 악수하고 포옹하는 순간 시민들은 샴페인을 터트리고 서로 끌어안으며 환호했던 장면이 눈에 선하다.

브란덴부르크 문 바로 옆에는 2005년도에 건립된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있다. 축구장 3개를 합친 거대한 사각의 공터에 서로 다른 크기와 높이의 직사각형의 기둥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그 사각의 미로를 잠시 걸어 다니다 보니 삶은 공허해지고 하늘은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거미줄 같은 것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게 설계하였다. 당시 수용소에 갇혀 있다 가스실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유태인들의 참담한 심정을 표현한 설치예술인 셈이다.
 
유엔 평화의 날을 맞아 훔볼트대학에서 국제평화분과위원회 주최로 세미나가 열렸다.(사진=강명구)

21일은 유엔 평화의 날이다. 평화의 날을 맞아 이곳 훔볼트대학에서 유엔 산하 국제평화분과위원회 주최 세미나가 개최되어 이곳의 제독 한인평화여성가인 한정로 회장과 정연진 대표와 함께 우리 일행이 참석하였다. 세미나는 일본 히로시마 나카사키 원폭의 처참한 피해상황을 보여주는 동영상으로 시작되었다. 세 명이 국제 갈등 해결과 전쟁 없는 세계를 주제로 발표를 하였는데 독일어를 알아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한정로 회장님이 간단하게 통역을 하여주었다.

한정로 회장이 질문을 통해 한국의 평화통일의 중요성과 나의 유라시아대륙 1만6천km 16개국을 14개월에 걸쳐 한국의 평화를 위해 달린다고 설명하자 모두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지지를 표해주었다. 특히 세계평화회의 공동의장인 라이너 브라운 씨 등 주제 발표자들은 지지하는 서명도 해주고 이 자리에 참석했던 이나씨는 내년 7월부터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하여 자기는 자전거를 타고 나의 일정에 동참하겠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지난 1990년 통일이 되면서 동서로 나뉘었던 베를린이 독일의 수도가 됐다. 국회의사당.(사진=강명구)

베를린이 역사에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13세기경이다. 동베를린은 통일 전에도 동독의 수도였으나 서독은 수도를 통일이 될 때까지 본으로 하였다. 1990년 드디어 베를린은 통일 독일의 수도가 되었다. 통일이 되기 전 서베를린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병역의 의무가 면제되었다. 자연적으로 무정부주의자를 비롯한 자유사상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어 예술과 사상의 자유를 누리던 곳이다. 이제 베를린은 정치, 문화, 사상, 예술, 학문, 관광의 중심으로 옛 영화를 되찾았다.

베토벤은 인류의 화합을 꿈꾼 위대한 작곡가이다. 나는 이번 모험의 주제곡을 이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로 정했었다. 그는 교향곡 ‘합창’을 통하여 그의 마음을 그려냈다. 그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환희의 송가’를 통해 모든 갈등이 종결되고 모두가 하나가 되기를 소망했다. ‘합창 교향곡’이라 불리는 교향곡 제 9번 D단조는 베토벤이 남긴 아홉 편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위대하고 획기적인 걸작으로 손꼽힌다. ‘환희의 송가’는  단순한 음악에 머물지 않고 평화와 화합을 이루는 철학과 인류정신을 담은 용광로가 되었다.
 
유라시아 횡단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부르기 위해 새로산 운동화.(사진=강명구)

‘환희의 송가’ 가사 1절을 함께 음미하자.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찬란함이여, 낙원의 딸들이여 우리 모두 황홀감에 도취해 빛이 가득한 성지로 돌아가자. 엄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그대의 신비한 힘으로 다시 연결시키며 만인은 형제가 되리니 그대의 고요한 나래가 멈추는 곳에!”

‘만인은 형제가 되리니’라는 말을 통해서 실러는 화해와 용서를 통한 인류의 예언적 희망을 담았다.

음악은 소리의 아름다움, 순수함, 휴식과 평화의 형상화이다. 음악은 삶의 폭을 넓히며 생명력을 왕성하게 한다. 인간은 음악을 만들었고 음악을 신에게 바쳐 신의 자비를 빌었고 음악으로 마음의 평안을 얻었다. 소리는 따로 존재하면서 서로 공명하고 어떤 이미지로 다시 탄생한다. 나는 다양한 소질과 성정의 사람들이 교향곡처럼 서로 공명하며 용서와 화해를 통한 평화의 교향악이 이 세상에 펼쳐지기를 꿈꾸면서 유라시아에 발자국을 하나씩 새겨가고 있다.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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