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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30

[대전세종충남=아시아뉴스통신] 홍근진기자 송고시간 2017-11-03 09:06

심장이 터질 때까지 서로의 가슴을 비벼보자
남북통일 기원 유라시아대륙 횡단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본지는 지난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1년 2개월 동안 16개국 1만 6000km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중국과 북한을 거쳐 휴전선을 넘어 대한민국 품으로 돌아올 예정인 통일기원 평화마라토너 강명구씨(60)의 기고문을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다.[편집자주]
 
세르비아 또뽈라에서 크라꾸예바츠로 가는 길에 어느 작업장 사람들과 찍은 기념사진.(사진=김나라)

내 마음은 지금 헬륨을 채운 풍선처럼 높은 가을 하늘을 두둥실 떠오른다. 고단한 여정 속에서도 감격을 먹은 육신은 중력을 잃고 높이 떠오른다.

내가 세르비아 사람들과 사랑에 빠져 세르비아의 들판을 달리고 있는데 김수임씨 어머니를 포함하여 아이들까지 가족 8명이 불가리아의 소피아에서 6시간을 운전해서 먹을 것을 바리바리 싸들고 또뽈라까지 찾아왔다.
 
위로받은 절망은 다시 일어설 수 있고, 갈채 받은 고단한 육신은 다시 생기를 얻을 수 있다.

길거리에서 매일 수많은 사람을 만나 악수하고 사진 찍고 인사를 나누지만 사람이 그리웠다. 한국 사람이 그리웠다.

오늘 점심은 통돼지 바비큐를 먹었고, 매일 배불리 먹고 다니지만 하얀 쌀밥에 고추장찌개가 그리웠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김수임씨 가족 8명이 먹을 것을 싸들고 찾아와 차려준 저녁밥상.(사진=강명구)

마침 묵는 호텔은 주방시설이 갖추어진 호텔이었고 금방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이 되었고 상에는 고추장찌개, 배춧속, 소고기 장조림, 고추, 오이지 등 한상 잘 자려졌다.

나는 밥을 먹으면서 감격을 먹었고 깊은 책임감을 먹었다.

사실 불가리아를 지나면서 한인을 만나지 못하고 지나칠 줄 알았는데 며칠 전에 김수임 씨한테 연락이 왔다.

불가리아 통과할 때 국경까지 마중 나와서 불가리아 통과하는 내내 차량지원을 해주겠다고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내심 불가리아가 산악지형이 많아서 무거운 손수레를 밀며 산을 오르내릴 생각에 두려웠는데 너무 잘됐다 싶었다.

그런데 맘이 급해서 그 때까지 못 기다리고 오늘 나를 만나러 이곳까지 온다는 것이다.
 
또뽈라에서 크라꾸예바츠까지 동행하며 점심에 닭백숙을 차리고 있는 김수임씨 가족들.(사진=강명구)

마음을 움직이는 동력은 바로 이야기에 있다. 나의 달리기에 있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를 빨리 만나서 듣고 싶은 것이다.

내가 장동건처럼 멋지고 잘나서가 아니다.  이야기는 가공할 힘을 발휘한다. 나는 마라톤에 이야기를 장착하려고 테마가 있는 달리기를 한다. 이야기에는 혼이 담겨있다.

안데르센의 이야기나 디즈니랜드의 영화가 전 세계 어린이들이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지금은 우리의 이야기인 한류 드라마나 영화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달리기가 신선한 식재료라면 이야기는 식재료를 맛있게 조리하여 영양뿐 아니라 맛의 감동까지 잡는 것이다.

나는 전국을, 전 세계를 무대로 달리는 행위예술을 하면서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불꽃같이 피어나는 이야기를 담아낼 것이다.

평화를 이야기하고 통일을 이야기한다. 이야기가 통하면 핵무기가 파괴할 열 곱절, 백 곱절의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뽈라에서 크라꾸예바츠로 가는 길목에 풀을 뜯는 양떼들이 가을하늘과 잘 어울린다.(사진=김나라)

평화를 위협하는 강고한 마음을 움직이는 나의 천일야화는 두 다리를 붓을 삼아 쓰일 것이고 나의 심장이 확성기가 되어 세상을 향해 이야기할 것이다.

정보와 기술로 가득한 디지털 시대에 이야기가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야기로 자신을 표현하는 소통의 방식은 더욱 더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천천히 그리고 경쾌하게 달리는 말발굽소리에서 왈츠의 경쾌한 음이 연상되듯이 나의 달리는 발자국소리에 가슴을 울리는 진한 평화의 메시지를 담아보겠다.
 
달리면서 보이는 세상을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을 바라보는 아이의 순진한 눈으로 보고 아이의 천진한 입으로 묘사를 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없는 정치인이나 학자나 종교인이 아닌 한 사람, 서구인이 아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한 아시아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적어볼 것이다.

동서양을 끊임없이 오고간 실크로드를 역사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 혹은 소수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고 추종하는 맹신적인 세상을 김삿갓처럼 맘껏 조롱하며 다닐 것이다.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온 김수임씨 아이들이 나와 한혈마에 앞장서 힘차게 달리고 있다.(사진=김나라)

우리는 아침 7시 반에 호텔에서 힘차고 신나게 출발하였다 여러 사람이 함께 출발하니 너무 신이 난 나는 그만 코스를 점검하지 않고 어제 진행 방향으로 그대로 나아갔다. 약 2km 쯤 간 뒤에야 그래도 다시 확인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지도를 보니 아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 길을 할 수없이 다시 돌아가야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필요가 없다. 차도 있고 동반자들도 있다. 한혈마와 함께 차를 타고 출발한 호텔까지 가서 다시 출발하였다.
 
빈 수레를 밀며, 멀리서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과 어깨를 맞추고 마음을 모아 뛰는 발걸음은 한결 경쾌하다.

나의 한혈마도 오랜만에 짐을 내려놓고 달리니 하루에 천리를 달릴 듯이 가볍게 달린다.

마침 오랜만에 날씨도 화창해서 가을하늘은 드높고 풀을 뜯는 양떼들은 살이 복스럽게 올랐다.

옆에서 달리는 가은이의 발갛게 달아오른 볼이 푸른 가을하늘과 멋진 대비를 이룬다. 오늘 가은이는 거의 30km나 콧노래를 부르며 달리는 슈퍼어린이의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뽈라에서 크라꾸예바츠로 가는 길목에 어느 작업장에서 라키야로 러브샷 하는 장면.(사진=김나라)

여럿이 함께 달리니 사람들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특이 어린아이들이 함께 뛰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다 손을 흔들어주고 차들은 경적을 올려주고 악수를 청하고 음료수를 주는 사람들이 많다.

맥주를 마시다 손을 흔들어 한잔하고 가라는 사람들도 있고, 어느 작업터에서 쉬는 시간에 나와있던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우리를 세운다.

다가가서 서로 해맑은 미소를 주고받으며 인사를 나누니 누가 한 사람 들어가더니 음료수와 세르비아의 술 라키야를 집에서 담근 것이라며 가져와서는 러브샷을 하자고 한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사람들의 가슴은 뜨겁게 뛴다.
 
우리 아홉 명 세르비아 일고여덟 명, 순식간에 거리에서 한, 세르비아 콜라, 라키야 우호축제가 벌어졌다.

사실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아왔다. 이렇게 두 다리도 달려서 갈 수도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인데 자동차, 기차, 비행기가 잘 발달돼 잇는 시대에도 너무 멀리 떨어져 살았다.

마음이 너무 멀리 떨어져서 서로 상관없는 사람들인 줄 알고 신경 안 쓰고 살아왔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은 여기가 밤일 때 그곳은 낮인 곳, 여기가 낮일 때 거기는 밤인 곳을 ‘낙원’이라고 부르며 꿈꾸며 상상하며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 그런 꿈을 사라지고 무관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굣길 버스정거장에 차를 기다리던 세르비아 아이들이 몰려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김나라)

조금 더 가니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버스정거장에서 차를 기다리다가 우리를 보고 손을 흔든다. 어느 개구쟁이 녀석이 오라고 소리를 지르며 손을 마구 흔든다.

순식간에 30여 명의 아이들이 우리 주위를 둘러쌌다. 우리는 일일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악수하고 준비해간 유라시아대륙횡단 평화마라톤 영자 홍보물을 나누어주니 너도나도 달라고 야단법석이 났다.
 
목적지인 크라구예츠까지 왔을 때는 오후 3시가 안된 시간이었다. 이제 헤어질 시간이었다.

나는 멀리서 찾아와서 위로해주고 알뜰살뜰 살펴주며 하루를 같이해준 가족들이 너무 고마워 꼭 껴안아주었다.

며칠 후면 다시 만날 것이지만 헤어지는 마음이 섭섭하다. 가슴에 온갖 치유의 해법이 다 있다.

심장이 터질 때까지 서로의 가슴을 비벼보자! 다가갈수록 증폭되는 뜨거운 울림!
 
강명구씨가 지난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2달 동안 달린 2300여km 경로지도.(사진=김미경)
 
※사외 기고는 본사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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